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조선왕실 의궤가 단계적으로 임대되고 있다.(절대 반환 아니다… 그냥 임대다… 내껀데 빌려오는….) 임대다. 작년 일본 모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총독부를 통해 반출된(약탈해간) 일본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의궤를 가까운 시일에 인도하겠다라고 주장하고… 그 놈이 그 놈같아 보여 아쉽다.
아직도 국가간의 정의는 요원한것 같다.
아무튼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인 의궤가 돌아오고 있다.
이 책은 박병선박사님께서 프랑스 도서관에서 의궤를 찾아내시고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치신 덕분에 우여곡절을 거쳐 2002년 의궤를 실사한 김문식,신병주라는 권위있는 역사학자의 실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책이다.
물론 프랑스는 웬일인지 호락호락 보여주진 않았다고 한다, 전체 도서를 한번에 꺼내서 숲을 보고 나무를 세는 형식이 아닌… 하루에 한권, 한권을 다보고 나면 다른 한권을 보여줬다고 한다… 참 속도 좁은 나라다…….자기 것도 아니면서 주인이 좀 보자는데….
의궤란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일종의 보고서이다. 의궤는 의식(모양의儀, 법식式)과 궤범(수레바퀴궤軌, 법범範)을 합한 말이다. 즉 딱 정해진 규칙(철길,궤도)위로 주요행사가 굴러간 모양과 법칙을 정확하게 기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국가 주요 행사에 있어서 동원된 명단,신상 자료,물품의 크기와 재료,채색,건물의 위치,구조,사용된 재료의 구입처,복식,음식의 종류와 재료,고유 명칭과 언어,사용한 못하나,동전 한 닢,실제 들어간 물품과 돌려 준 사실까지 철저하게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 함으로써 공적 자금이 사사로이 유용될 가능성을 애초부터 봉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오랜 이전부터 금융실명제가 아닌 국가 행사 실명제를 실시했었다. 서울 성곽만 봐도 그러하다. 조선 문화의 기록 문화만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어도 작금의 대형 토목 공사와 관련된 비리는 없었지 않을까 한다. 대통령이고 광역이고 지방이고 단체장이고 한결같이 당선이 되면 뭔가 큰거 한건을 해야 하는 이 건설공화국인 대한민국…. 감사원의 감사와 비리의 고발, 검찰의 수사가 있어야 모든것이 까발려지는 웃지 못하는 세상… 그리고 정권의 비호하에 어두운 곳에서 숨어지낼 수 있는 불편한 진실들… 한 정권 지나 여가 야가 되고 야가 여가 되면 줄줄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안타까운 현실…. 그저 안타까울 뿐이고~
조선시대의 관리자(?)들이 조선의 영원성을 기록 문화와 공개에 그 근본을 두고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것처럼, 우리 선조와 일부 우직하게 愚公移山 하시는 박병선박사님 같은 분들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140년이 넘어서 겨우 의궤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되돌려지고 있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는(프랑스 – 총 4회 분산 수송 – 1차 2011년 4월 14일,2차 4월 29일,4차 5월 27일) 조선왕조 의궤는 우리에게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다. 작금의 비리(정치,경제,사회)와 탈세가 창궐하는 세상을 조선왕조 의궤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로 정의사회, 정의가 강물되어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 가라고….그래서 나는 주장한다… 역사에 이제 입문하고 있는 나로서는 외치고 싶다.(누가 들어주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의궤 만큼은 의식과 규범에 맞게 원래 그자리…원래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실이 아닌 원래있던 그 자리(강화도 외규장각과 오대산 사고)에 보관,보존되어야 한다고….
조선왕조 의궤의 반환과 맞물려 시대 단상을 해보았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국가나 왕실에 주요행사가 있으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모든 사항을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즉시 의궤청을 설치하여 의궤를 편찬하였다. 즉 국가행사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전담 기구를 설치하여 행사의 전말을 기록한 후 의궤라는 공식보고서를 편찬하여 국왕 및 관련기관에 보고한 다음에야 행사의 전 과정이 마무리 되었던 것이다. – 이 점 핵심만 놓고 따져보자면,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대형 사업을 통해서 비자금을 만들고 싶어도 비자금 한 푼 못만지게 사대부들이 얽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무슨 통치자금, 기밀비 이런거 한푼도 못만들게 아예 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친위대가 무슨 권력을 행사 할 수도 없게… 왕권은 이런 투명한 제도로 다시 한번 신하들로부터 견제 되었다.
반차도(班次圖)는 왕실 행사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결혼식 기념사진, 동영상과 같은 성격이다. 반차는 나누어진 그룹에 따라서 차례로 줄을 서는 것이라는 뜻으로 반차도를 통해 행사 참여 인원, 의장기의 모습,가마의 배치 등 당시의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반차도는 행사 당일에 그린 것이 아니라, 행사 전에 미리 참여 인원과 물품을 배치해 봄으로써 행사 당일에 생길수 있는 오류를 막고자 함이었다 – 요즘 무슨 큰 행사 할 때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듯이 오류를 줄이고자 한 도상훈련지침서라고나 할까….
국왕과 신하가 함께하는 활쏘기 시합을 기록한 대사례의궤라는 의궤가 있다. 이는 국왕이(성종,연산군,중종,영조) 주요한 잔치에서 활을 쏘면서 왕권을 과시하고(활 들었다.. 돌려서 옆으로 쏠 수도있으니 참석자들은 좀 쫄았었을듯 ㅋㅋ) 군사적으로 필요해서 실행하였으리라…하지만 여기서도 중국과 조선과의 관계가 엿보여 살짝 마음이 상했다. 천자의 과녁은 호랑이 모양의 호후를 제후의 과녁은 곰의 머리 모양의 웅후를 사용했다…..ㅠ.ㅠ 또 과녁 뒤에서는 화살이 꽂힌 자리의 방위를 색깔이 있는 깃발로 표시를 했다.. 무전기나 휴대폰이 없었으니^^…. 정중앙 적색기(원래 황색을 써야 하나 제후는 적색 곤룡포를 입었으므로….),좌청룡 좌탄 청색기, 우백호 우탄 백색기, 상탄이면 황색 깃발을 올렸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활쏘기가 왕의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부산의 태종대에 들러서 "여봐라 활 좀 내와라" 휙휙휙… 활로써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려했다고 해서 태종대라 명명되었다고 전해 지듯이… 이렇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머 지금은 막가는 군부 정권이라면 "부관 M60 100발 걸어라." 두두두두두.. 막나가는 문신 정권이라면 "드라이버랑 티좀 꽂아 봐라. 한 100개 치고가자." 했을 지도… 언제나 상상은 즐거운일~~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의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난 지금에야 나는 오는 7월19일~9월 18일에 열릴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궤 특별전(프랑스 동의가 필요하고, 전권을 전시하지도 못한다…..ㅠ.ㅠ)을 관람할 자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의궤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잘 요약 정리한 논문집 같은 이 책을 한번 정도는 통독하고 와서 보는게 힘 없어 남의 손에 겁탈 당하듯이 끌려가서 말도 안 통하고 글도 안통하는 이상한 먼지 덮힌 창고에서 고향 생각으로 140년 이상 눈물 짓던 우리 의궤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가 아닌가 한다. 나는 반환되는(물론 국내보관중인 의궤도 많다, 한국학연구원 2,940권,한국학 중앙연구원 490권) 297책의 의궤를 맞이 하러 갈 준비가 이제사 되었다…. 나는 비로소 이제 영접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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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왕실기록문화의 꽃[의궤]-김문식,신병주지음/돌베개-국가 주요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조선의 위대한 기록유산 의궤, 다양한 의궤를 연구하고 프랑스 실사를 한 두명의 작가가 의궤 전반에 대한 개요를 다시 글과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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