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

발행일 2018년 5월 31일
ISBN 9788971998502 03300
면수 374쪽
판형 변형판 140x215
가격 16,000원
수상∙선정 2018 한겨레 올해의 북디자인
주요 내용

스스로 뛰어든 징역살이에서 빚어낸 내밀하면서 정치적인 사색의 기록

『감옥의 몽상』은 저자 현민이 2010년 3월 12일부터 2011년 6월 30일까지 476일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던 당시를 사후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수인의 몸으로 경험한 감옥의 일상, 구조, 관계망 등을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논픽션이자 감옥의 시간을 되짚으며 현재와 부단히 마주쳤던 순간을 써내려간 몽상록이라고 할 수 있다.

군대에 가는 대신 감옥행을 택했던 저자는 자신의 결심과 사회의 시선, 담장 안팎의 간극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했다. 수형생활의 “흩어진 감각, 감정, 기억 들을” 그러모아 단어들을 배열해 문장으로 빚어내는 과정은 자기답게 지금을 구성해가는 일이기도 했다. 이때 ‘몽상’은 더 이상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는, 주체적이고 뚜렷한 실천이 된다. 내밀하면서 정치적이고, 학적인 동시에 대중적이며, 철학적인 사유를 거쳐 문학의 형상을 갖춘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다층적인 읽기를 제공하는 신선한 문제작으로 자리할 것이다.

 

감옥의 시공간과 일상을 담아낸 2000년대판 감옥 이야기

『감옥의 몽상』은 오랜만에 등장한 2000년대판 감옥 이야기로, 기존의 감옥 문학과 다른 계보를 형성한다. 저자는 자기반성이나 깨달음을 기록하기보다 감옥의 시공간과 일과, 생리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입소를 하고 독방에서 사박 오일을 머물다(1장) 혼거방으로 옮겨 다른 재소자들과 서열화를 맺는 과정(3장), 취사장에서 재소자들이 먹을 끼니를 만들고 일터의 규칙을 습득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빵잽이’로 인해 생기는 ‘형-동생’이라는 권력관계를 보고 겪었던 일(2장, 4장), ‘구매’, ‘차입’, ‘증여’로 이루어지는 감옥의 경제 논리(8장)와 빈궁한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을 만들고 자신을 지키려는 재소자들의 다양한 생존방식(12장) 등 감옥생활의 면면을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외에 재소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교도관이나 병역법위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이 감옥 내에서 갖는 역할과 위치도 정치하게 분석된다. 이는 ‘곱게 자란 서울대생’이었던 저자가 감옥의 문화와 질서에 점점 적응하는 과정과 맞물려 서술되면서 글을 따라 읽는 독자들에게도 감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감옥에서 시작해 나, , 지금의 우리를 이야기하는 문화인류학적 에세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감옥 이야기를 경유해 몸, 남성성, 환상, 가족, 종교, 악 등과 같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징후적인 키워드들을 불러낸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저자가 지속적으로 품고 있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감옥 경험과 만나 문화인류학적인 서사를 만든 것이다.『감옥의 몽상』은 한 개인의 특수한 체험을 넘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장으로 펼쳐진다.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공간에서 특수하게 재설정되는 여자되기와 남자되기,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젠더 분석(6장)부터 아버지의 부재와 여성의 사회적 위치로 차이가 생긴 두 가족사에 대한 비교(9장), 늘 환한 빛 속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동안 변화한 몸에 대한 인문의학적 탐구(13장)까지 소재의 폭은 넓고 이론은 탄탄하다. 특히 자신의 남성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내재한 세 가지 환상을 파헤친 14장은 자기분석적 글쓰기가 지닌 힘을 보여준다. 또한 이 글은 저자가 출소 이후에 집필한 「정치범 수감자의 글쓰기와 남성성」(327~353쪽)과 연결되면서 저자의 관심 분야와 앞으로의 횡보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국현대사의 한 시절이 담긴 영등포교도소에 대한 공간적 르포

감옥의 몽상』의 주요 배경은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100번지에 위치했던 영등포교도소다.

저자는 영등포교도소가 철거되기 직전에 수감된데다 영치창고에서 접견인들이 보내오거나 수감자들이 맡긴 물건들을 관리, 배달하는 일을 하면서 교도소의 마지막 시절을 보고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0장은 그러한 어느 하루를 동선에 따라 담아낸 글로 강당, 공장, 취사장, 병사, 사동, 특별사 등 교도소를 이루는 주요 공간과 그곳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계획 아래 쓰인 건 아니었지만 사라진 공간에 대한 르포가 된 셈이다.

여기에 독자들에게 좀 더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등포교도소 전경과 세부 공간 10곳(감방, 화장실, 사동 입구, 주복도, 특별사 입구, 취사장, 영치창고, 공장검신대, 강당 내부, 접견실)을 일러스트로 재현해 수록했다(290~311쪽). 교도소라는 특성상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충분한 상황이 아니기에 이 그림들은 저자의 기억과 철거 직전 개방일(2014년 4월 3일)에 찍을 수 있었던 사진들을 바탕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영등포교도소 전경을 보면 각 건물들이 일관된 체계 없이 배치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교정시설에 대한 무계획성을 보여주는 근대성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차례

책머리에

1 시간을 잃다
2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진화
3 간보기
4 최고의 빵잽이
5 악에 대하여
6 형제애와 동성애
7 형제 대 형제
8 감옥의 경제
9 아버지는 이방인
10 감옥의 지리
11 소지라는 예외
12 자기를 만드는 기술
13 몸에 관하여
14 환상을 붙잡다

수감 중에 쓴 글

다음 세대를 위한 병역거부 길잡이
정치범 수감자의 글쓰기와 남성성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옮긴이

현민 지음

연세대학교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동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이십 대의 많은 시간을 ‘수유너머’의 일원으로 보냈다. 『소수성의 정치학』, 『모더니티의 지층들』, 『문화정치학의 영토들』, 『나를 위해 공부하라』,『우정은 세상을 돌며 춤춘다』 등을 함께 썼고 『남성성/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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