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식생활

알수록 더 맛있는 맛의 지식

이해림 지음

발행일 2018년 11월 9일
ISBN 9788971999141 03590
면수 356쪽
판형 신국판 152x225mm, 반양장
가격 20,000원
주요 내용

저마다의 맛의 취향을 찾아가는 풍미 넘치는 인문학

모두가 맛을 찾는 시대다. 처음에는 한국 안에서 맛집을 찾더니, 어느새 해외 곳곳에서 같은 맛집에 모여든 한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맛없는 음식점을 맛있게 바꾸어 준다는 TV프로그램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제 맛에 대한 관심은 지역과 방식을 가리지 않는다. 맛이라는 주제에 모여 드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맛을 둘러싼 논쟁과 경쟁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같은 음식점을 넣고 맛있다는 사람과 못 먹겠다는 사람이 갈리고, 딱딱한 복숭아와 말랑한 복숭아 중 무엇이 더 맛있는지도 매 여름마다 사뭇 열기를 더하고 있다.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는지 찍어 먹는지는 우스울 정도로, 사람들의 미각이 첨예하게 나뉘는 주제가 점점 증가하는 중이다.

『탐식생활: 알수록 더 맛있는 맛의 지식』은 지금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과 식재료의 맛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는 탐식의 묘미를 알려 준다. 이 책은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맛집이나, 특정한 음식이나 맛의 수준을 평가하고 그 훌륭함을 예찬하는 미식이 아닌, 새로운 맛의 취향을 ‘탐식’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자신이 먹는 음식재료의 특질과 그것으로 요리한 음식이 맛있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것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알아 나가며 먹는 행위가 곧 탐식이다.

항상 더 맛있는 맛을 궁리하는 탐식가이자, 푸드 라이터인 이해림은 2016년 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912일 동안 100회에 걸쳐 『한국일보』 에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의 맛을 취재하며 연재해 왔다. 이 책은 그 원고를 재구성하고 대폭 수정·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사과, 복숭아 같은 과일부터 감자, 쌀과 같은 식량까지 지금 한국인의 식생활을 바꾸어 나가는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는 현장에서 취재한 생생한 지식들, 그리고 냉면, 스테이크, 스시처럼 최근 들어 한국인의 외식 생활에서 주류로 부상하는 음식과 곰탕, 불고기, 우동처럼 한국인이 꾸준히 즐겨 온 한 끼 식사에서 찾아낸 더 맛있게 먹는 방법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푸드 사진가 강태훈의 생생한 사진들은 식감을 마구 돋울 것이다.

“탐식이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왜 더 맛있을까?’ 그에 대한 답이 탐식가의 먹는 법이다. 이 사과는 왜 더 맛있을까? 평양냉면은 어느 식당의 것이 더 깊은 맛일까? 생활에 밀착된 그 단순하고도 원초적인 궁금증들을 해결하다 보니 나는 여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특정한 음식이나 식재료 혹은 식당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지닌 고유한 맛과 그 맛을 내는 이유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할 뿐이다. 어느 식당의 우동을 일방적으로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불면 날아가는 밀가루가 요리사들의 지난한 노력과 개성 덕분에 탄력 넘치는 면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설명한다. 결국 지금 먹는 우동에 대해 더 묻고 알아야만 더 맛있는 우동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만드는 우동집들은 대체 왜 이렇게 매일을 고된 노동을 반복해야 할까. 허리를 뜻하는 일본어인 코시腰, こし가 그 답이다. 우동은 국물 맛이 끝내주면 나쁘지 않지만, 기실은 면이 알파요 오메가다. 사누키 우동의 면은 부드럽게 씹히는 동시에 쫄깃해야 하며, 탄성은 있어도 딱딱하지는 않아야 하며, 매끄럽되 잘린 모서리에 날이 살아야 한다. 존재론적 궤변이 성립하는 이런 우동면을 “코시가 있다.”고 말한다.“

이 딸기는 무슨 품종이에요?’, 다 같은 사과, 감자, 쌀이 아니다

1부 「계절 탐식」에서는 1년 동안 계절이 바뀌어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식재료들에 집중했다. 늦겨울부터 봄까지 바다에 꽃처럼 피어나는 온갖 해초들에서 시작해 저마다 특유의 진한 풍미로 겨울과 봄에 한껏 입맛을 돋우는 굴과 과메기, 한국의 봄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봄나물, 얼마 전부터 여름마다 많은 사람이 아끼게 된 초당 옥수수와 이내 가을이 찾아오면 수퍼마켓과 시장에서 숲의 내음을 가득 풍기는 버섯들을 생활 속에서 좀 더 깊이 음미하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소개했다.

또한 1부의 후반부에서는 계절의 맛을 선사하는 식재료 중에서도 딸기, 매실, 복숭아, 사과를 소개했다. 한국 딸기는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던 일본 컬링 대표팀의 스즈키 유미 선수가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고 말한 덕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딸기 육종(育種)의 종주국격인 일본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맛있는 이 딸기가 바로 한국에서 육종한 품종인 설향이다. 「딸기, 너의 이름은」에서는 한때 일본 품종이 대세를 차지했으나, 이제 설향이 독주하고 중인 한국의 딸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이외에도 저마다 맛과 향이 뛰어난 딸기들의 이름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매실은 풋매실의 독성 탓에 다양한 오해를 받고 있지만, 잘 익은 매실은 술부터 장아찌까지 여러 방식으로 맛있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매실의 진실」에서 알기 쉽게 서술했다. 여기서도 단순히 색깔에 따라 청매실, 황매실, 홍매실로 나누는 경우가 많은 매실의 품종이 무척 다양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품종마다 서로 다른 맛과 특성을 배워 간다면 매실을 더 즐겁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복숭아와 사과에서도 하나의 과일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없는 품종들의 개성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한국에서만도 무려 200여 종에 달하는 복숭아가 긴 여름에 각각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수확되고 이내 사라지는 까닭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복숭아를 잘 찾아서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한여름, 복숭아」 속 저자의 조언에서 탐식가다운 면모가 잘 드러난다. 「가을의 맛, 사과」에서는 흔히 맛없는 사과라고 지적당하는 품종인 부사의 높은 당도와 적절한 산도, 촉촉한 수분과 기분 좋은 질감을 열심히 변호한다. 동시에 부사에 가려서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과 품종들의 독특한 개성과 풍미를 놓치지 않고 전해 준다.

“맛있는 복숭아를 먹었다면, 이름을 적어 두자. 복숭아는 품종을 기억해 가며 먹어야 하는 과일이다. 각각의 특징이나 나오는 시기가 다른 까닭에, ‘바로 그때’ 찾아 먹지 않으면 그냥 놓치기 십상이다.”

평양 평양냉면과 서울 평양냉면의 차이?

2부 「일상 탐미」에서는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10가지 방법과 만화 고기 스테이크, 최근 각광 받기 시작한 육가공 제품인 샤퀴트리(Charcuterie)와 같은 다양한 고기들부터 맛있게 먹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밥, 자칫 잘못 조리하면 전혀 바라지 않은 맛을 보게 되는 감자와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들까지, 조금만 더 탐식해 보면 일상을 얼마든지 맛있게 바꾸어 주는 지식들이 넉넉히 차려졌다.

특히 「완벽한 스테이크의 10계명」에서는 일상에서 스테이크의 풍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간편한 방법들을 충실히 소개했다. 스테이크라는 목적에 맞는 고기를 골라서, 적절한 과정을 지키며 굽기만 해도 일상을 바꿀 정도로 더 맛있는 고기가 된다. 5밀리미터 이하의 한국식 ‘로스구이’보다 훨씬 두꺼운, 완전히 다른 고기인 스테이크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3부 「외식 탐구」에서는 소수 마니아의 열광에서 시작해 새로운 맛을 한국에 널리 소개하고 있는 쓰촨(四川) 요리의 매운맛 「마력의 마라(麻辣)」를 비롯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에서 일상에 활력이 될 정도로 맛이 뛰어난 스시를 맛보게 된 「스시 민주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월 27일 옥류관 냉면 선언’이 단적으로 보여 준 평양냉면의 현주소를 세밀하게 분석한 「평양 평양냉면과 서울 평양냉면」와 같이 신선하면서도 익숙한 외식의 주제들을 살펴본다.

여기서는 지금 한국인들이 이 음식들을 즐기는 이유, 바로 그것이 맛있는 이유를 질문하고 저자 나름의 답을 찾는다. 남북의 분단 이후로 서울의 평양냉면과 평양의 평양냉면이 각자의 사정으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타당성을 밝히면서, 존재하지 않는 원형과 전통을 숭배하기보다 지금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로 다른 냉면을 즐겨 보자고 권유하는 「평양 평양냉면과 서울 평양냉면」은 그 단적인 예다.

4부 「음주 음미」에서는 먹고 마시는 음식의 즐거움에서 빠질 수 없는 마실 거리, 즉 술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언제나 속을 시원하게 틔워 주는 「마셔라, 맥주」는 물론, 우아한 축하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귀빈이 된 「황금빛 구슬, 샴페인」, 막걸리를 넘어서 보다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다시 만난 한국의 술」과 더 맛있는 술을 마실 때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얼음」까지 더 즐겁게 취하기 위해서는 모를 수가 없는 지식과 실천의 방법들이 가득하다.

“분단 이전에는 평양냉면과 같은 뿌리였더라도, 음식은 환경과 기술과 시절에 맞추어 변화하는 법이어서 서울의 평양냉면은 그 뿌리와 분리된 길을 오래도록 걸어왔다. 분단 이후 70년이 흘렀다. 북한만큼 전격적인 변화를 겪진 않았어도, 서울의 평양냉면도 시나브로 변했다.”

“마블링에 치중한 고기는 기름질지 몰라도, 버터를 구운 듯 맛날지는 몰라도, 살코기 자체의 맛은 가려진다. 소가 원래 하는 대로 어정버정 걸어 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자란 고기는 버터 아닌 ‘고기 맛’을 낸다. 이쪽도 맛있다. 끝까지 물리지 않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고기다.”

 

지금 우리가 구워 먹는 불고기의 연원이 어디냐고?

 

최근 “한국의 불고기는 일본의 야키니쿠(焼肉, やきにく)에서 유래했다.”라는 한 음식 칼럼니스트의 주장이 상당한 화제와 논쟁을 불러온 바 있다. 불고기가 삼국 시대의 맥적(貊炙)에서 유래할 정도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주장이 일종의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불고기가 일제 시대 혹은 일본 문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여전히 불고기를 별미로 즐기는 현재의 일상에 비추어 보면, 지금 구워 먹는 불고기의 연원이 어디냐는 논쟁은 다소 소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 책의 「단짠의 유전자, 불고기」에서 지적하듯이 소고기를 얇게 썰어서 부드럽게 조리해 먹는 현재의 불고기는 고기를 얇디얇게 썰 수 있는 현대식 육절기가 도입되면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중요한 것은 불고기의 원조가 아니라 지금껏 먹고 있는 불고기가 맛있는 이유와 그것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이 책은 어떤 음식이나 식재료 혹은 품종이 다른 것보다 월등히 맛있다거나, 어떤 음식은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지금 한국인 각자가 즐기는 음식들이 맛있다는 사실과 그 맛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그것이 맛있는 이유를 함께 질문하고 찾아보자고 권유할 뿐이다. 탐식의 목적은 오직 독자들이 저마다의 맛의 취향과 자신만의 더 맛있는 맛을 찾는 데 있는 까닭이다.

 

“우래옥 불고기의 불판 아래에는 육수를 부어서 고기가 타지 않도록 증기를 올리며 맛을 모은다. 진정 소고기를 위한 불고기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 만큼 고기도 부드러운 부위만 골라서 쓴다. 양지를 제외하고 우둔, 등심, 설도를 덩어리째 받아 보드랍고 연한 살코기만 모아 불고기를 만든다. 소량씩 무쳐 놓는 양념 맛도 가볍게 배어서, 구우면 모양새부터 맛까지 단아하다는 말 그 자체다.”

차례

책머리에

1부 계절 탐식
1. 바다의 꽃, 해초
2. 바다의 꿀, 굴
3. 청아하다, 과메기
4. 꽉 찬 겨울, 꼬막
5. 겨울의 윤활유, 방어
6. 봄, 조개의 화양연화
7. 한국의 허브, 봄나물
8. 옥수수의 혁신과 보수
9. 가을 숲, 버섯 향
10. 딸기, 너의 이름은
11. 매실의 진실
12. 한여름, 복숭아
13. 가을의 맛, 사과

2부 일상 탐미
14. 완벽한 스테이크의 10계명
15. 만화 고기 스테이크
16. 격동의 돼지고기
17. 양고기, 다양성의 맛
18. 맛보지 못한 닭고기
19. 제3의 고기, 샤퀴트리
20. 맛있는 달걀의 조건
21. 두 번째 우유, 저지 우유
22. 염소젖의 맛은?
23. 꿀맛도 꿀맛 나름
24. 맛있는 밥, 쉽지 않은 문제
25. 감자를 골라 먹는 맛
26. 양파가 감춘 맛
27 토마토의 마지막 정리

3부 외식 탐구
28. 마력의 마라麻辣
29. 쌀국수보다 넓은 베트남의 맛
30. 스시 민주화
31. 소바, 까칠하고도 부드럽게
32. 우동의 날선 맛
33. 평양 평양냉면과 서울 평양냉면
34. 콩국수의 여름
35. 단짠의 유전자, 불고기
36. 후끈한 맛, 곰탕
37. 중국 만두의 온기
38. 김밥의 진화
39. 설날의 떡을 좋아하세요?
40. 아이스크림의 기쁨
41.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4부 술의 찬미
42. 마셔라, 맥주
43. 황금빛 구슬, 샴페인
44. 오래된 야생, 내추럴 와인
45. 다시 만난 한국의 술
46. 바에서 취하는 바
47. 뜨거운 술의 향
48. 맛있는 얼음

지은이·옮긴이

이해림 지음

푸드 라이터, 콘텐츠 디렉터. 별 한 일도 없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패션 잡지 피처 에디터로 오래 일하다 탐식 적성을 살려 푸드 라이터로 나섰다. 신문·잡지 등 각종 매체에 칼럼을 싣고 있으며, 몇 권의 책을 항상 준비 중이다. 콘텐츠 디렉터로서는 콘텐츠·브랜딩·이벤트 등 전방위에서 무엇이든 부지런히 기획하고 있으며, tvN <수요미식회> 자문 위원이기도 하다. 퇴근 후에는 먹으면서 먹는 얘기하는 먹보들과의 술자리를 즐긴다.

편집자 100자평
탐식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 속으로 넓고 깊게 파고들며 먹는 것이다. 가성비를 좇아 ‘맛집’을 순례하거나 평점과 순위를 매기는 대신, 이 음식이 왜 맛있고 어떻게 먹어야 더 맛좋은지 질문하며 먹는 행위다. 한 음식이 더 맛난 이유에서 시작해 그 맛을 즐기며 먹는 방법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맛의 인문학이 곧 탐식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즐겨 먹었던 식재료와 음식들을 조금만 더 탐구해도 일상이 훨씬 맛있어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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