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화판
권윤덕의 그림책 이야기
발행일 | 2020년 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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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1994696 03810 |
면수 | 344쪽 |
판형 | 변형판 134x186, 양장 |
가격 | 16,000원 |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만희네 집』『꽃할머니』의 권윤덕 첫 에세이 출간!
국내 창작 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국 최초 후보(2016, 2017), 제1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여성문화인상-청강문화상 수상, 그림책 작가들의 작가……. 모두 권윤덕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권윤덕은 1995년 오래된 집의 곳곳을 담아낸 『만희네 집』을 시작으로, 옷과 도구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부터 제주 4·3, 광주 5·18 등의 역사적 사건까지 주제를 확장하고 기법을 거듭 변화시키며 그림책을 발표해왔다. 척박했던 국내 그림책 시장을 열어젖혔고, 국내외의 적지 않은 독자와 수상 이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늘 인색한 편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짓는 작업만을 고집하며, 25년간 내놓은 그림책은 열 권. 누군가는 과작이라고 평가할 책들에는 나와 세상을 향해 질문을 품고 풀어가는 특유의 시선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각 권마다 아로새겨져 있어 작가의 일상과 작업 과정에 궁금증을 품게 한다. 『나의 작은 화판』은 그림책과 함께 살아온 권윤덕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담은 책으로, 여느 장르와 달리 그림책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막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림책이라는 예술에 한 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권윤덕을 꾸준히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감사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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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25년, 열 권의 그림책과 함께한 한 여성의 성장기
『나의 작은 화판』은 오직 ‘그림’ 하나만을 붙잡은 채 젊은 날을 방황하던 한 여성이 30대 중반, 우연히 ‘그림책’을 만났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팔자가 세진다”(17쪽)는 아버지의 반대로 원치 않은 학과에 입학했고, 뒤늦게 들어간 미술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변변치 않은 실력 앞에 스스로 절망했다. 미술운동에서 디자인으로 그림 주변을 맴돌다가, 시부모님 댁에 얹혀살던 시절과 그림책 작가였던 지인과의 인연이 맞물리며 “오래 바라보아도 움직이지 않는 사물들을 하나하나 보이는 대로 그”(37쪽)려 완성한 책이『만희네 집』이었다. 한순간에 작가가 되었고, 첫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경험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다”(34쪽), “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다”(66쪽)는 자괴감과 갈증이 부풀어 올라 1998년 3월에는 아이를 떼어 두고 북경에 1년간 그림을 배우러 가기도 했다.
날로 욕심이 생기는 그림책 작업은 꽁꽁 숨겼던 어린 나를 의도치 않게 만나게 했다. 여자아이들의 옷과 액세서리를 그릴 때(2장), 물질하는 제주 해녀들의 고단함과 강인함을 취재할 때(4장), 길고양이 ‘진주’와 함께 사는 동안 진주가 제 몸을 부풀리며 자신을 지켜내는 모습을 볼 때(5장), 고(故) 심달연 할머니의 삶을 바탕으로 국가 권력과 ‘위안부’를 재현하는 과정에서(7장) 권윤덕은 숨기고만 싶었던 성폭력이 자신의 삶에서 지워낼 수 없는 경험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림책이 불러일으킨 슬픔, 분노, 허무를 다시 그림책 속에서 겪다 보니 용기도 생기고 뜻하지 않은 기회도 다가왔다. 아니, 괜찮아질 때까지 계속 그림책 세계에 머물며 나를 더 똑똑히 마주하고 버텨냈다.
작은 점을 겨우 찍던 ‘나’가 조금씩 큰 원을 그리며 ‘광장’ 앞에 서게 된 증거는 바로 권윤덕 자신의 그림책들이다. 열 권의 그림책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인연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일렬로 세우고 보면 결국 세계를 확장해가는 한 여성의 성장 서사로 읽힌다. 그러니 열 권에 얽힌 시간을 담은 이 책의 주인공은 그 낱낱의 과정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책에 새로운 그림이나 마침표를 찍은 그림 대신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 날것의 그림을 실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권윤덕의 그림책을 접해왔던 독자와 동료 작가 들은 이번 책에서 그의 낯선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흔들리고 고민하고 실수하고, 그럼에도 결국은 다시 화판 앞에 앉고야 말았던, 30여 년을 그림과 함께한 여성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우리는 닫아걸었던 내 마음을 조금은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열며_세 개의 방
1. 오직 그림
끝과 시작|인연들|만희는 찾고, 나는 찾지 못한 것|오래된 물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싶다
2. 슬픔 너머
꽁꽁 숨겨둔 어린 시절|꽃잎, 하얀 레이스, 종이 인형|몸으로도 입고, 생각으로도 입고|슬픔만큼 커다란 행복|그림을 정말 배우고 싶다
3. 어린이와 어른
1999년, 우주에서 온 편지|책장 속 글자벌레와 글자부스러기벌레|새천년의 어린이들|내 모습 그대로 꿀꺽꿀꺽|거침없이, 마음대로
4. 여성, 엄마, 해녀
“사각은 두부, 두부는 하얗다”|제주 돌담에서 만난 여자아이|물질 그리고 영등맞이굿|돌아다니는 ‘시리’|그림으로 주고받는 수수께끼
5. 고양이와 한 걸음
진주|선택받은 집사|몸과 마음을 크게 부풀리고|생명의 심지|불화 공부
6. 매일의 일터
사람, 일, 도구|누군가의 일터를 들여다보기까지|목공소 아저씨와 의사 선생님|풍작과 흉작 사이|그림으로 기록한다는 것
7. 전쟁, ‘위안부’
2006년, 일본에서 온 편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담담히, 아름답게|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그림책이 만든 평화의 연대
8. 우연히 생존
가출|네 마리의 개와 아홉 명의 어린이| 그리고 엄마들|살구부터 피카이아까지|그림책이 아닌 그림책
9. 생각이 다른 사람들
다시 섬으로|안과 밖, 피해자와 가해자|제주가 꿈꾼 것|제3의 선로|파란색
10. 광장에 서다
촛불| 너와 나의 폭력|나도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들|총과 민주주의|하얀 화판
책을 닫으며_다시 화판 앞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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