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돌봄 소설집
발행일 | 2024년 12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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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836973 44810 |
면수 | 236쪽 |
판형 | 변형판 140x210, 소프트커버 |
가격 | 14,000원 |
분류 | 꿈꾸는돌 |
강석희ㆍ김다노ㆍ백온유ㆍ위해준ㆍ전앤ㆍ최영희ㆍ황보나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이 들려주는 ‘돌봄’ 이야기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돼. 이대로도 좋아.
우리 같이 있으면 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지금 청소년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소설집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가 꿈꾸는돌 41권으로 출간되었다. 『유원』 『페퍼민트』 등의 작품으로 ‘영케어러’ 문제를 조명한 백온유를 비롯해 『꼬리와 파도』 『내일의 피크닉』 등 청소년의 노동과 폭력을 핍진하게 그려 낸 바 있는 강석희의 신작을 담았다. 『네임 스티커』로 제14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황보나, 『우리는 마이너스 2야』로 제21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전앤, 『최악의 최애』 등의 작품으로 아동문학에서 남다른 주제 의식을 보여 온 김다노, 『모두가 원하는 아이』로 제12회 웅진주니어문학상을 수상한 위해준,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는 최영희의 신작까지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반짝이는 우정, 따뜻한 위로 속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
표제작인 전앤의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에는 고등학교에서 여자 축구부를 만들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으나 반별 대항전에서 단짝 남주에게 패스하지 않고 결국 자책골을 넣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날 이후 작아진 ‘오른발’로 인해 절뚝이며 걷는 것도, 서먹해진 남주와의 관계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때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골칫덩어리가 된 유진의 ‘오른발’을 통해 사춘기 10대에게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자기 돌봄”이라고 이야기하는 성장 소설이다.
한국 리얼리즘 청소년문학의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강석희의「녹색 광선」은 휠체어를 타는 이모와 섭식 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의 비 오는 날 산책을 그렸다. 이모가 땅의 기울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약속 장소를 고르지만, 한편 화장실에 가는 이모를 버거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청소년이 감당할 수 있는 돌봄의 범위와 크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이어지는 김다노의 「낙원」은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청소년소설로, ‘악어’와 함께 사는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모이는 ‘쉼표’에서 두 친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몽환적인 소설이다.
일찍이 ‘영케어러’ 문제를 청소년문학으로 가져온 백온유의 「샤인 머스캣의 시절」은 기후 위기 등의 환경 변화로 원인 모를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피해야 할 음식과 향을 세심하게 고르는 것뿐, 소년을 향한 여자 친구 희지의 감정은 보통의 사춘기 첫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초여름이 떠오르는 산뜻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첫사랑의 실패로 가슴앓이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바코드 데이」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족의 의미를 고민하던 청소년과 은퇴한 전투 로봇의 우정기 「귀여워지기로 했다」도 선물 같은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와의 어느 여름 방학을 담은 황보나의 「가방처럼」은 자신을 향한 할머니의 온정을 뒤늦게 깨달은 주인공의 가칫한 감정을 통해 상호 돌봄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돌보고, 또 돌봄받으며 성장하는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을 향한 일곱 빛깔 이야기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여러 가지 형태의 ‘돌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청소년이 마주하는 ‘돌봄’을 통해 ‘관계’와 ‘성장’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소설집으로, 여러 형태의 돌봄을 행하는 10대 주인공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은 언뜻 ‘돌봄’을 자신과 동떨어진 문제로 느낄 수 있으나 동생을 돌본 경험, 조부모 혹은 부모를 돌본 경험, 자기 감정을 돌아보는 일까지 돌봄은 생각보다 청소년의 가까이에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인간은 누구나 돌봄받고,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상호의존적인 존재임을 환기하고, 자신이 돌봄받은 경험을 떠올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추천사
이 책의 주제인 ‘돌봄’과 관련해 생각나는 두 현상이 있다. 하나는 사회 복무 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이 가장 꺼리는 기관이 요양원이라는 사실. 다른 하나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에서 발생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 이슈. ‘시장 체제’에서 ‘돌봄 체제’로의 변환을 모색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돌봄 노동의 가치는 시장의 교환 가치처럼 평가되지 못하고, 자신을 돌봄 노동의 주체로 규정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돌봄 노동은, 저임금으로 남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굳이 도맡고 싶지 않은 허드렛일이나 국가가 나서서 완벽히 책임지면 해결될 일쯤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제 다음 세대에게 돌봄의 가치를 나누어야 할 때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타인의 돌봄 없이 살아가는 존재는 없기에 전 생애에 걸쳐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는 연습이 지금부터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기 주변의 위대한 돌봄들을 찾아보고 수행하며 돌봄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이 책이 작은 시작점으로 청소년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
* 김유진(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구체적인 어린이』 저자)
좋은 소설은 단어에 얹힌 낡은 먼지들을 떨어낸다.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속 작품들은 돌봄의 새로운 정의를 제안한다. 소설에 그려진 모든 돌봄 행위는 시혜자-수혜자로 분리되지 않는다. 돌봄을 중심으로 연결된 이들은 서로의 삶에 스며 각자의 흔적을 남긴다. 세상 여느 관계가 그렇듯 다채로운 빛깔과 질감으로. 책을 읽는 내 물을 흠뻑 머금은 붓으로 그린 수채화를 떠올렸다. 왜 나는 세상의 모든 돌봄 서사를 무채색이라 단정 지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함부로 대상화되지 않는다. 이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내보이며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반대로 당당하고 다부진 모습을 보이며 “이것 봐. 우리는 이렇게 주체적이야.”라고 증언하는 도구로도 기능하지 않는다. 이들은 비참한 모습을 전시하지도, 힘과 용기를 애써 그러모으지도 않은 채 그이 자체로 지면을 밟고 존재한다. 소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힘을 갖는다면, 그 근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은 타자를 매번 재발견하려는 노력’이라 말하는 이 장르의 윤리성에 기반할 것임을 다시 확인한다.
* 김영희(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 교사)
강석희 | 녹색 광선
김다노 | 낙원
백온유 | 샤인 머스캣의 시절
위해준 | 바코드 데이
전 앤 |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최영희 | 귀여워지기로 했다
황보나 | 가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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