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지혜

글쓴이 jhuk1567 | 작성일 2005.1.27 | 목록
신영복 지음
발행일 2004년 12월 13일 | 면수 51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8,000원

서문에서도 이야기하듯 구태여 이천년도 더 지난 고전을 다시 찾는것은 오래된미래속에서 간직해야 할 숨결을 찾는 것이다. 고대중국의 경전들을 훑어내리는 작업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찾아야 할 진정한 삶의 방식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21세기의 나아갈 방향은 20세기 자본주의 논리를 계승하여 더 발전시키는 것이며 그것이 곧 진보라고 믿는 일그러진 신화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즉 화동논의(和同論議)를 통해 지금까지의 역사가 동(同)이라는 억압과 편견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화합하는 화(和)로 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화(和)로 가는 길목에 관계론이 있으며 중국고대의 경전을 통해 그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 길은 어디에 있는가? 저자는 중국고대 경전인 시경부터 시작해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한비자등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먼 과거로의 고전여행을 시도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은 유교(논어,맹자)와 노장(노자,장자)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상은 대립되는 개념이다. 특히 장자에서는 공자를 비꼬듯이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화합되기 어려운 사상들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마음속에서는 서로다른 두가지 사상이 조화롭게 뿌리내리고 있다. 즉 중국의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한 통치이념은 한비자의 법가주의와 더불어 유교적인 사회구조와 신념이었으나 평민을 포함한 중국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신앙과 같은 사상은 노장사상인 것이다.

대립되는 많은 사상들이 서로 아우르면서 중국의 정신적인 사상기반을 이끌 수 있었다면 이것이야말로 관계론에 대해 암시인 것이다. 관계론은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다른 것들을 끌어안아 다양성을 인정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수많은 경전을 통해 관계론을 들이대며 주장하는 것도 다른 사상속에서도 공통점을 찾고 또 다르다는 측면도 인정하면서 어떻게 현대에 맞게 고전을 조화시킬까하는 점이다. 저자의 박식한 지식과 더불어 현대사회를 꿰뚫는 통찰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듯한 마음이 더해져 오래된 과거속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고전을 그 시대의 상황에 놓고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은 어떤면에서 시대폭력인 것이다. 그 시대상황속에서도 사상가들이 세상을 개혁하고 더 나은 세계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흔적들을 찾고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만고의 진리를 보아야 한다.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진정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그 쉼은 그냥 거저얻을 수 있는 편안한 휴식이 아니다. 일회성의 휴식이 아닌 까닭이다. 휴식을 진정으로 만끽하고자 하면 책속에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하고 깨닫고 우문하면서 내용을 하나하나 곰씹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충분한 가치는 있다. 고전강의를 통해 진정한 자아와 현대인인 우리가 서 있는 시대의 정확한 좌표가 어디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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