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책값이 조금 비싸서 망설였는데, 양장본으로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역자 박희병 선생의 뛰어난 고증과 분석력… 특히 압권은 역사학자가 아니면서도 역사용어를 세심하게 고찰하여 각주로 달았다는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을 위해서 이렇게나 애써서 번역하고, 교감했다는 것은 선생이 박지원 가문의 후손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박지원 선생의 아들인 박종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는 저분처럼 나의 아버지에 대한 전기를 과연 쓸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을 들도록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세심한 것까지 신경써서 고치고, 또 고치고, 또또 고쳐서 책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물론 아버지가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조선 최고의 문장가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그 정도의 글로써 그를 평가해야 했기 때문에 그토록 세심하게 정성들여서 고쳐 썼을 것입니다만, 그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박지원 선생처럼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서 많은 분량의 전기를 쓸 수는 없겠지만, 한 줄이라도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