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강상중의 독서노트』이다.
저자가 청춘이던 시절에 청춘을 읽은 이야기를 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다섯 권의 책,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서 자라면서(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접하게 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의 생각과 당시의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일종의 책 토크쇼를 하는 듯한 책이다.
등장하는 책들은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 T.K生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 책들과 저자가 어떻게 만났는가, 독서를 통해서 그가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 어떻게 마주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그는 책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서삼독(書三讀)이라고 하던가… 책 속에서 내용을, 지은이를 그리고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에 충실히 따르는 책을 접했고, 신영복 선생의 말씀을 생각하며 이 책을 삼독하면서 읽었다.
저자가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를 때까지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에 대하여 마주 서서 청춘을 지속하면서 읽고 배운 것을 행하며 살아 아직 청춘을 지키고 있을 수 있듯이, 지금도 가끔 그 시절 청춘을 일깨워주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서 읽곤 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아직도 불편한 남과 북, 그리고 일본과 미국…
그중 핵심의 역사 속에 우뚝 서 있는 저자의 성장과정 속의 성장통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 같다.
저자는 맺음말에서도 책과 삶과 생에 대해 가장 먼저 이렇게 이야기한다.
책과의 만남은 사람과의 만남을 닮았다. 거기에 그 사람됨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거꾸로 사람과의 만남, 책과의 만남이 사람됨을 형성해가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어떤 책과 만났는지를 알면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책 후반부의 ‘해제’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는 내용이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아우르는 듯하여 잠시 끌어온다.
저자는 나이와 무관한 의미의 ‘청춘’을 ‘젊음’과는 별개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가 말하는 청춘은 미숙하고 서툴더라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찾아서 계속 방황하는 마음이다. 그러니 청춘은 단순히 ‘피부’와 ‘근육’의 문제로 따질 것이 아니다.
강상중의 청춘론이 문제 삼는 것은 고민의 함량이고 방황의 진정성이다. ‘고민하는 힘’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여전히 청춘이다. 반대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기업에 얼는 취직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친다면, 비록 나이는 청춘이더라도 청춘이 버거운, 이름만 청춘인 경우가 된다.
『고민하는 힘』에 따르면, "타인과 깊지 않고 무난한 관계를 맺고, 가능한 위험을 피하려고 하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모든 일에 구애되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한마디로 ‘요령이 뛰어난’ 젊음은 젊음이긴 하되 청춘은 아니다. 기껏해야 탈색된 청춘이다.
이런 생각에서 강상중은 심지어 ‘청춘적으로 원숙함’이란 표현까지 쓴다. 나이를 먹더라도 청춘의 문제의식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하는 원숙함이다. 그리고 그것과 반대되는 것을 강상중은 『청춘을 읽는다』는 ‘청춘적 원숙’에 이르기 위한 길잡이이자 ‘청춘 독서’의 모범적인 사례담이다.
서삼독(書三讀)이라….
저자가 물리적으로 일본에 살면서 학문적으로 북한과 한국을 넘나들며 커가는(청춘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5권의 책을 접하면서(읽고 체험하면서) 책의 저자와 내용을 통해서 자신을 가꾸고 성장해왔듯이 나도 그의 『청춘을 읽는다』를 보면서 내용과 저자 그리고 지금의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거기다 자본에 휘둘려서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시점을 갓 지난 나와 우리나라를 다시 좀 멀리서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우리는 1998년의 충격에서 천운과 국민적 단합(희생?)을 통해 겨우 일어나서 휘청거리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또다시 휘둘리고 있는 국제적 자본의 흐름 속에 던져진듯하다.
이 국제적 자본이라는 경기장을 세상에 비유하자면…. 한 달쯤은 굶어서 말라비틀어진 호랑이 굴에 던져진 털 빠진 닭 한 마리 정도라고 할까…. 최근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현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느껴져서 더욱 모공이 송연해지는 느낌도 든다.
너무 멀리 가남? 너무 비관적으로 보남? 그가 지적했듯이 살짝 물러서서 거리를 두고 보면 다시 보일 터이니 살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세상과 사실을 보는 힘을 길러야겠지만….
그는 책 속에서 이리 말한다.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한 갑의 성냥을 다루듯… 내 인생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청춘이었던 시절, 아니 젊었던 시절에 책과 함께 어울려 성숙하지 못하고 의미 없이(물론 다른 많은 유의미한 시간들도 많이 있었으나 책과 함께 하지 못하며) 흘려보냈던 내가 아쉽고, 좋은 책을 널리 권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벗들을 일찍 많이 사귀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청춘을 누릴 수 있는 방법과 벗들을 많이 찾아 함께 걷고 있으면 충분하겠지만….
아무튼 책으로 좀 돌아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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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상태’, 곧 ‘본모습’을 비춘다고들 한다. 요컨대 위급한 상황과 맞닥뜨리면 인간이든 사회이든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절체절명의 결단을 강요받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로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사람 됨됨이며 삶의 바탕이 되는 신조와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기본적인 자세는 매사에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어떠한 ‘주의’ ism나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주의’는 눈앞에 놓인 난제에 시원시원하게 매력적인 해석을 던지고, 그 해석을 따르기만 하면 무엇이건 당장에 해결 가능할 것 같은 환상을 안겨준다. 하지만 때로 그것은 커다란 잘못을 초래하기도 한다. ‘주의’의 포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리버럴’ 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런 태도를 길러준 것은 여러 다양한 책들과의 만남이었고, 그 책들이 이끌어준 선생님과 선배와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자신의 시간을 잘라나간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르게 보면 ‘성숙’이기도 하다. 한 발 한 발 죽음을 향해 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숙’이라는 형태로 천천히 받아들여가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존재인 그들이 죽음의 심연과 같은 것을 직관적으로 엿보았을 때, 그들에게 무언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전위가 되려다 결국 피에로로 끝났을 때, 그런 사람들 가운데 전향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도달점은 어디일까. 추태를 보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침묵을 지키며 지내는 사람도 있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만일 지금 누군가에게 ‘너는 이데올로기적이야’라는 말은 한다면, 그 말에는 분명 비판적인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하는 쪽이 더 이데올로기적인 경우도 있다. 무엇이 더 올바른 진리인지, 무엇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지를 한 가지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루야마는 ‘사상사는 사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사상사를 말하는 이상, 자시니 특정한 가치판단을 바탕으로 ‘이것이 옳다 그러니 나를 따르라’라고 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축을 따라서 어떤 인물이나 집단이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운동을 했는지 그 위치관계를 가늠하고 그 의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대상 간의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거리감을 지녀야 한다.
방법적 회의를 바탕으로 대상과의 거리감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자기 내적 대화’가 가능하고 ‘자신에게 진실’한 지적 윤리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나 시장의 투명성, 기업의 책임 등이 여러 가지로 이야기되고 댜양한 법적 시스템이 개발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정과 은폐, 불확정성은 증가하기만 하고, 그 결과 자유경쟁 시장의 표본처럼 일컬어지던 미국의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려서 서브 프라임 사태에서처럼 신용 시스템이 파탄 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카지노로 변해버린 금융자본주의는 위태롭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블랙먼데이나 1997년의 아시아 통화위기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금융위기는 찾아오지 않을까? 그것은 모든 이들이 휴화산 위에 모여 춤을 추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느 날 화산이 폭발해 세계공황과 같은 파국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그런 금융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파탄의 영향은 심각하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태는 기존 경제학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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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지켜 줄 청춘,
청춘을 지킴으로서 젊음을 자랑 할 수 있으며, 늘 자신을 아름답게 지켜줄 수 있는것은 청춘뿐…
젊다고 다 청춘이 아니고, 청춘이라고 다 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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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읽는다 - 강상중지음/이목옮김/돌베개] 저자가 청춘이 시작부터 함께 했던 5권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을 돌아보는 것을 강의와 대화를 바탕으로 쓴 청춘 도서 노트인 동시에 세상을 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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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전년부터 한 달에 한 편 이상의 독립영화는 꼭 보리라 다짐한 이래로 매월 지키고 있는 독립영화 한 편과 함께 한 책, 이번에 함께 한 독립영화 60만번의 트라이 (One for All, All for One, 2013) 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돌베개 출판사사 협찬으로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