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했던 교양 강좌의 강의록이다. 중국 문화사와 관련된 교안들을 선별하고 보충해서 글의 형태로 옮긴 글이다.
덕분에 부제가 "16가지 텍스트로 읽은 중국 문명과 역사 이야기"이다.
3천 몇 백 년간의 중국의 역사를 16권의 책으로 그 속에서 중국의 역사를 굴러가게 돌렸던 동력원을 찾는다. 다양한 얼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컬러의 "중국들"이 존재하는데, 진작 우리는 그저 싼 물건을 공급해주는 값싼 노동력이 존재하면서도 핵을 보유하고 미국에 맞짱을 뜨는 돈 많은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는 나라 정도로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는 중국의 과거 화려했던 문화사를 열어본다.
3천 몇 백 년의 시간 동안 도도하게 흘러가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형성하는 존재론적 원리 같은 것을 찾고 싶었다고 저자는 머리말에 일러두면서, 이 원리의 생성, 굴절, 변화의 과정을 추적하여 그 흔적을 찾아, 녹아있는 핵심 텍스트 16개를 찾아서 정리한 글이다.
그 16개의 텍스트 집합을 중국의 문명 역사 순으로 배열한 책이다.
갑골문자로 시작하여 시경, 주역, 논어, 산해경, 춘추번로, 사기, 설문해자, 노자주, 전당시, 벽암록, 사서집주, 천주실의, 명이대방록, 외침, 동서 문화와 그 철학 순으로 싣고 있다.
제목 중에는 처음 들어본 제목들도 제법 있지만, 평소에 관심있게 보던 단어들도 많이 보인다.
여러 고전들을 젊었던 청춘의 시절에 한 권, 두 권씩 읽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몰려오는 대목이 많았다.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를 가져오자면~
갑골문의 대부분은 복사(卜辭)이다. 복사란 상나라 말기 12명의 왕이 통치하던 273년 동안 가국의 대소사를 점친 기록이다. 선왕에 대한 제사 내용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전쟁이나 자연현상, 재해 등등 그 내용은 다양하다. 문명 초기의 하늘의 의사를 묻는 일은 지고의 가치. 이런 식으로 사용된 거북이가 최소 1만 6천 마리, 물소 몇 천 마리라는 게 학계의 통론, 당시 사회, 경제적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는 어마어마한 숫자.
시경이라는 책은 2천 몇 백 년 전 사람들의 노래 모음집. 가락은 전해질 길이 없어 가사만 남았고 그마저 유학자들의 손장난으로 누더기가 됨, 노래의 모형이나 원형질이라 할 수 있음. 당시에는 채시관이라고 하는 저잣거리의 떠도는 노래를 채집함으로써 민심의 소리를 들었다고 함.
이렇게 채집된 노래는 국풍이라는 형태로 정리 과거 우리나라의 ‘국풍 81’로 명명된 축제는 당시 문화정책을 담당하던 어떤 이의 아이디어 이 이벤트의 기획자가 서권기와 문자향을 제법 풍겼던 모양, 자기 손으로 물들인 남도 땅 피비린내를 덮으려는 얄팍한 수작일 뿐 민심의 소리를 듣는 일과는 애당초 무관한 것.
주역은 흘러가는 무엇, 즉 시간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표상하려는 문명의 노력
이는 점서의 기록이며 우주의 변화와 운행에 관한 책이라는 점, ‘역’을 연구한다는 말은 ‘동양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연구한다는’ 말로 대체 가능.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한낱 점술사가 바이블이나 교양 필수 과목의 지위를 누린다는 것이 낯설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당시의 관념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일. 그건 곧 하늘의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우주, 즉 시간과 공간에 관한 합리적 지식의 체계
논어는 공자의 언행록, 공자가 제자들과 당시 사람들에게 응답한 것과 제자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되 공자에게서 들은 것에 관한 말들이다. 당시의 제자들이 각각 기록한 바가 있었는데, 공자가 죽은 뒤에 문인(門人)들이 서로 그 기록을 모아 논찬하였으니 이를 논어라 함. 공자는 책을 쓰지 않았음.
요즘도 쓰이는 중국의 욕 가운데 마무부론(麻木不仁)이라는 게 있다. 욕 중에서도 꽤나 계급이 높은 축에 속하는 이것은 알고 보면, 삼베나 나무 막대기처럼 뻣뻣한 상태가 곧 불인이다.
산해경이라는 책은 신화라고 하기에는 좀 덜 체계적이고, 판타지라 하기엔 덜 조직적, 그냥 상상력의 집적물이라 하기에는 왠지 미진한 그런 느낌의 세계. 특정 시대의 개인의 작품이라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사람의 꿈과 생각이 덧대어지고 덧입혀진 결과물일 가능성.
중국 최초의 제국은 진나라, ‘china’라는 명칭의 유래도 그 진나라. 하지만 실제로는 16년 만에 한나라에게 바통을 넘겨줌
중국 학문의 특징은 대체로 경세적 지향을 강하게 띤다. 즉 학문의 목표가 세계 경영과 직결된다. 이것이 경학이라는 이름으로 수행된다. 오늘날로 따지면 일종의 경영학.
전당시 – 중국 문명을 한마디로 개괄할 수 있다면, 시의 문명이라 부를 수 있다. 리드미컬하고 조화를 잃지 않으려는 경향의 총체
천주실의는 한 사람의 질문과 한 사람의 답변으로 이루어진 대화. 두 문명의 토대를 건드리는 대화록. 일방적인 교리의 설파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도타운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문명사적 가치를 점하게 된 텍스트. 르네상스 유럽과 명대 중국이 처음으로 조우함.
1583년 포르투갈 왕실의 지원 아래 마테오 리치가 리스본을 출발하여 5년 반 만에 도착, 예수회가 동방 선교의 방향을 지팡구(일본)에서 카타이(중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역으로 지명함. 당시 예수회의 동방 선교는 고급 지식인 중심. 그 지식의 폭과 양이 중국 지식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킴. 천문, 지리, 수학, 과학 등 실용학문 분야. 대항해 시대의 지도는 국가 일급 기밀사항인데 그 지도의 중심에 중국을 배치시켜 지리적 중화관과 충돌을 회피함. 이것이 예수회의 선교 전략. 즉 현지 중심의 상황적 적응주의. 덕분에 중국 선교의 최대의 난관이었던 제사에 대한 입장이 타협적인 태도를 취함. 리치는 기독교적 윤리가 유교적 윤리와 다르지 않음을 역설하느라 애씀
지금의 중국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충 이렇게 알고 있으리라….
청조가 멸망하여 일제 지배를 받은, 청일전쟁에서 패전국이 된, 한국전쟁 당시에 압록강을 넘어오던 인해전술을 펼쳤던, 공산당 일당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서 분리 독립을 억제하는 나라, 저임금 국가이고 저가격 자원을 수출하면서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산유국의 지위를 누리며 북한에 기름까지 원조하는 나라, 고려시대 항몽전쟁, 조선시대 병자호란으로 맞짱을 떳었던 나라, 미국을 제외하고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인구가 10억을 넘어서 통계를 내면서도 통계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나라… 등등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기억나는 단편적인 몇 가지 단어들로 그냥 단순하게 알고 있는 중국…
그 중국이 최근 베이징 올림픽과 개혁개방을 통해서 교역 규모나 금 보유량, 달러 보유고, 자동차 보유 대수 등등에서 미, 거시 경제학의 지표들을 하나둘씩 맨 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중국으로 변하고 있다.
그 기저에 공자와 맹자를 기본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사실….
경제와 문화를 같이 끌고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실천하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중국의 인텔리들과 이야기하려면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6가지의 텍스트 바이블을 다 읽어보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것이고…. 상대방 또한 다 읽지 않고 뼈대만 추려서 알고 있으리라…
중국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도로 알아야 할 중국 문명사의 핵심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어찌 보면 한국의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의 문화사의 핵심 동선 즉 굵은 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토리이기도 하다.
내 생각에는 중국이라는 큰 맨틀의 기저부 심부에 고여 있는 용암은 식지 않고 아직도 끓고 있다고 본다. 문화사의 동력은 쉽게 식거나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표면에 흐르는 찌든 때를 보고 사람을, 나라를, 미래를 쉽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툭 건드리면 빵하고 터질 듯하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의 성장 없는 경제는 사상누각이다.
돈보다는 사람이, 물질보다는 사상이 앞서가면서 리드해야 건전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자명한 논리…
사지선다의 답을 찍는 것의 교육에서 벗어나, 철학과 사상 인문학적인 완성체를 길러내지 않는 한… 수학 능력평가 세계 1위, 영어 토익 만점, 해외 유학, MBA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마무부론(麻木不仁)… 뻣뻣하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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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만든 책들 - 공상철지음/돌베개] 중국을 형성하는 존재론적 원리의 생성, 굴절, 변화 과정을 추적해본 내용을 대학에서 중국 문화사와 관련된 교양강의를 16가지로 선별하고 보충해서 텍스트화해서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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