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의 찬란한 5천 년 우리 역사 중에서 조선에서 출발한 역사와 문화가 어떠 다양한 미로(경로)를 통해서 지금에 이르는지, 그 여러 가지 길에 대해서 알아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 길이란 조선에서 출발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사상, 철학 등등이 어떻게 자체적으로 만들어지고 외부로부터 도입되고 또 외부로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조선은 어떻게 망하게 되었는지….
또한 그 이후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꺾이고 왜곡되었는지….
하지만 풀뿌리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지는 우리 문화를 찾아보고 2차 대전의 직접적인 피해자(징용,정신대,종군위안부 등으로)의 신분을 당한 뒤,
외세에 의한 해방과 남, 북의 서로 다른 정권의 창출, 그 사성적, 이념적 대립으로 인해 뒤이어 벌어진 한국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를 통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서 어떻게 오늘날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변형되고 발전되어 우리에게 지금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 학문적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취미로… 알아보는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게 생각하곤 한다.
역사와 문화, 민족과 국가라는 다양한 미로에서 길을 잃어서는 안되겠기에… (너무 거창한 감 ㅋㅋㅋ)
아무튼 그런 여러 가지 다양한 미로들 중에 한가지 길을 찾아보는 그런 책이라 손에 들었던 책이다.
부제에도 나타나듯이 그대로 "건축가 조한의 서울 탐구" 서적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건축학을 전공한 69년생의 저자가 살아오면서 어린 시절 보았던 곳(공간)의 기억에서 그 공간을 메우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그 건물들이 조금씩 변화해서 다시 기억의 공간으로 남는 스토리를 찾아서, 연구해서 기억을 공간으로 공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개발과 거대 자본이 오로지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역사적 의미에서 파생되었던 스토리가 있는 거리를 무시하고) 과거 몇백 년을 쌓아서 만들어 놓은 스토리와 멋들을 하나씩 둘씩 걷어내고 **벅스, **화장품 등으로 외국인들을 상태로 당장의 잇속을 챙기려는 목적만 챙김으로써 스토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 강남 로데오거리처럼 국적불명, 방향성 불명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을 해보곤 했었다.
최근 도로명 주소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강제화 시켜서 도입하는 정부를 보면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식 방사형 주소에나 어울릴 도로명…
지명에는 수천 년 이어져온 스토리가 지명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억지로 기억 속에서 지우려 한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지켜도 쉽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 지우려 하니….
지금이라도 되돌렸으면 좋으련만….
책임 안 지려 하는 사람들만 있는 정치판, 성공사례만 떠드는 정치판…
왜 그런 사람은 안 나오는 걸까….
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이미… 무조건적인 개발 만능의 기치 아래 스토리와 시나리오는 깨진지 오래…
그나마 최근 관심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들이 지켜지고 계승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거창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 서울의 공간을 걸으며 느낀 나만의 ‘시간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라고 말한다.
나름 서울의 근대사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하던 내게도 오호… 하는 구석구석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홍대 앞 서교 365번지와 벽돌 거리, 주차장을 중심으로 홍대 시작점부터 좌우로 쭉~ 당인리 발전소 앞까지 이어진 길의 이야기와 쌈지길과 신사동 가로수길의 변천사,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정동길의 스토리에서는 나도 미처 몰랐던 재미난 이야기도 숨어 있어, 봄이 오기 전에 한 번은 꼭 들러보고 싶기도 하고….
개발과 관련한 일제시대와 개발 만능 시절 만들어진 세운 상가, 낙원상가 등이 놓여있는 길들이 만들어지게 된 기원과 그 길을 개발 만능 시절 어떻게 밀어붙이면서 주상복합건물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개발과 사람들이 밀어붙여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부분에 대비해서 과거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좋았던 추억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서 어떻게 변형되었고, 그 변형된 공간들 속에 쌓여진 시간들의 흔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도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나온 역사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떠한 역사관으로 수집되고 읽히고 쓰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었듯이 저자도 ‘이상의 집 터’ 편에서 E.H. CARR와 비슷한 철학적 고민을 한 흔적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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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냐 집이냐 이 논란을 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우리 문화사에서 중요한 일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그 집이 이후에 쪼개지고 집장사 집으로 나뉘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일상의 사건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지금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이 집 역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조가 변형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공간 구조 변화는 그렇게 쉽게 허물어버려도 될 만큼 의미가 적은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어떤 역사적 사건이 다른 사건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유명한 시인이 살았던 공간의 의미를 복원하는 것이 시인 사후에 일어난 변화와 그 속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송두리째 허물어보리고 새로 무언가를 만들어 올려야만 가능한 것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이전 것을 기억하고, 앞으로 쌓일 시간의 역사를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서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시회를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최재원의 말은 그래서 귀 기울일 만하다.
건축은 시간들을 살려낼 수도 있다.
쌈지길은 유료 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도로 위에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도로를 만들기 위해 지어진 건물도 있다. 단순히 길을 뚫기 우해 세운 건물 안에 주변의 길들이 층층이 쌓여서 하나의 마을이 된 것이다.
자연을 단지 재료로 삼아 자신만을 돋보이게 하려는 아마추어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겸손하고 작은 터치로 자연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진정한 거장의 손길
남영동 대공분실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으로서 그의 작품 연보에도 나오지 않는 곳, 지킬과 하이드의 하이드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적 선구자로서의 건축가의 모습이 본모습인지, 아니며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건축가가 진정한 모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건물이 철저하게 잔인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의 진리를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건축가 역시 자신만의 이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영혼을 팔아야 했던 것일까.
선유도는 섬이 아니라 산으로 존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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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맨 마지막에 3페이지를 할애하면서 묻는다.
"서울의 한복판, 이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가."라고…..
그는
"도시의 수많은 공간에 흘렀을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모두가 기억하기를 나는 꿈꾼다."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서울 사람들은 서울을 고향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대부분 서울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이런 무관심이 자칫 서울을 콘크리트 더미로 몰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진실된 역사와 철학, 이성적 사유와 사색, 건전한 토론과 비판을 즐기 사람들이 늘어나서, 이렇게 멋진 사연들이 있는 우리 옛 공간과 기억을 보존하고 아껴서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멋진 서울을 만들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어진 살맛 나는 서울이 되기를 바래본다.
내 생각에는 서울에도, 한반도 내에도 돌아볼 멋진 곳들이 너무 많은데… 다들 연휴만 되면 왜 여행지의 앞, 뒤도 잘 모르면서 왜 다들 해외로 가방 싸서 기어 나가는지 모르겠다…
참된 멋이란 건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즉
모르면 수십 시간을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봐도 남는 것은 비행기 탄 기억과 면세점에서 쇼핑한 가방과 술 뿐이리라…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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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전공자인 저자가 살면서 보았던 공간들을 기억하고, 그 공간이 어떻게 변해가며, 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어떻게 담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스토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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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서울시 신청사 건축과 관련한 독립 영화인 말하는 건축 시티:홀 관람 행사에 참여하면서 같이 세트로 받은 책이다.
상업영화를 안 본지는 꽤 되지만 한 달에 한 편은 꼭 집사람과 같이 독립영화를 본다. 물론 책 한 권과 독립 영화 한 편을 엮어서 책도 사고, 영화도 보는 꿩 먹고 알먹기 행사라 집사람이랑 가능하면 같이 참석하는데 벌써 7회 중 6회를 개근하고 있다.
아무튼
과거 약 2,000년(백제 풍납토성, 조선 한양 등) 동안 수도였던 서울…
앞으로 2,000년 이상 수도이어야 할 텐데…
앞으로 어찌 변할까…
누구든지 좀 더 철학적으로 앞, 뒤를 생각하고 일을 벌였으면 한다…
그래도 자신 없으면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정하지 말고 시민투표에 부치던지…
요새는 온라인이 잘 돼있어서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