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으로 빚어 낸 조선의 마음, 백자 – 방병선지음/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방병선 지음
발행일 2002년 3월 2일 | 면수 252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8,000원

현재까지 총 10권이 출판된 돌베개 출판사의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 중 첫 권으로 2002년 3월에 그 첫 출발을 한 책인데 늦게, 아주 늦게 나와 인연이 된 책이다.

물론 책잔치가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돌베개 출판사 행사장에 들러서 리퍼브 서적이 나온 게 없는가, 파격 할인가는 안 하나? 하면서 발품을 팔면서 한 권, 두 권 사모아 책장에 꽂아두고 시간 될 때 한 권씩 뽑아서 보는 책이다.

덕분에 초판 1쇄 발행이 2002년이고 내손에 들려 읽은 날이 2013년이니 무려 11년 만에 인연이 된 책이다.

지금까지 나온 돌베개 출판사의 테마한국문화사 현황을 보자면

1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 (방병선 지음, 252쪽)
2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신명호 지음, 304쪽)

3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김동욱 지음, 272쪽)
4 『고대 동아시아 문명 교류사의 빛, 무령왕릉』 (권오영, 320쪽)
5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김문식ㆍ신병주 지음, 296쪽)
6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고연희 지음, 384쪽)

7 『불화,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김정희, 432쪽)
8 『사군자, 매란국죽으로 피어난 선비의 마음』 (이선옥 지음, 336쪽)

9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이선옥 지음, 464쪽)

10『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김동욱 지음, 320쪽)

한국의 문화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독해야 할 도서들을 차례대로 보고 있는데 이 [백자]편은 우선순위 0순위로 손꼽아둔 책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주요한 문화재가 많지만… 그중에 고려 청자와 백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화재.

백자와 청자를 논함에 있어 사람들은 말하기를 "고려와 조선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미적 감각의 총아이다" 라고 하는 미적감각에 대해서 잘아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동양미술사와 서양미술사를 잘아는 사람(?)들과 저자로 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들었지만… 나는 아주 가끔은 이 판에 박힌 말들에 대해서 "어딜 봐서 그리 아름다운가? 나는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겠는데? 고려 청자가 훨 낳은거 아닌감?" 이라는 일종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워낙 무식하기에…. 고려청자보다 못한 색감과 질감이 가 더 낳은가?라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는 시대의 도자 문화사는 유럽과 중국,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동시기에 발달한 문화를 냉정하게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교하지 않고 단순하게(그렇지 않은데) 최고라고 억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중국,일본 등)의 도자기의 유래와 한반도에 전파되기까지의 발전(발달)과정과 같은 도자의 문화사를 비교 검토를 통한 자료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저 최고라고만 말하는 글을 접할 수밖에 없었으니 거기까지가 내 한계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덕분에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본 이 책은 내게 살갑게 다가온다. 조선의 백자에 대해서 역사를 쓰듯이 백자에 대해서 조선을 중심으로 탄생 시점과 소멸되는 시점까지의 白磁史에 대해서 써 내려갔다. 즉 단순히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아닌 역사 속의 백자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성장하여 어떻게 외국 자기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는지의 역사 속 백자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근데 책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자 ‘방병선"부터 잠시 보고 가야 한다.

책 첫 장에 저자의 소개란을 보면…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사람이 이후 전공을 바꿔 대학원 미술사학을 전공하면서 도자사 논문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게 되며 현재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필자는 십여 년간 도자기 제작 현장에서의 경험과 공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고려청자의 제작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이후 전공 영역을 조선시대로 이전하여 조선백자의 제작 기술을 비롯하여 문헌 자료의 분석을 통한 조선시대 관요 운영 체계에 대한 논문을 내놓는 등 문화사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저자이기 때문…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 중의 한명으로 보인다… 기계설계학과 백자史라….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다는….^^

1부에서는 조선 백자를 이해하기 위해 백자와 관련된 역사적인 전제를 알아보고, 2부에서는 왕실이 백자를 선택한 과정과 의미에 대해서, 3부에서는 사옹원 분원의 경영 주체와 운영에 대해 4부에서는 왕실과 사대부의 취향과 해학 그리고 여유를 살펴본다. 5부에서는 기형과 문양을 통해 시대별 양식의 변천 과정을 6부에서는 백자의 기술을 태토, 성형, 안료, 유약, 가마와 번조 기술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 7부에서는 대외 교류를 시기별로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아무튼 저자는 ‘저자의 말’에서 이렇게 이 책의 방향에 대해서 간단하게 방향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볼수록 오묘하고 복잡한 도자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태생 자체가 상극인 불과 물, 그리고 흙이 만나 결합되었기 때문인데, 더욱이 도자기의 관습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미술사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물리, 화학, 열역학 같은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상식이 줄기차게 요구되기 때문. 조선 백자의 경우 조선과 백자, 그리고 조선의 ㅣ백자라는 세 가지 분야의 개별적이고 유기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조선은 어떤 나라인지, 조선 사람은 누구였는지, 백자는 어떻게 제작되었고, 조선의 백자는 누가 왜, 어떻게, 어디서 만들고 사용했는지, 중국이나 일본의 백자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이다.

이렇듯 이 책은 도자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지식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고,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고려청자가 왜 조선의 백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게 되었는지를, 다시 말해서 외형적으로만 보았을 때 고려청자의 화려함에서 백자의 극도로 자제한 아름다움인 단아암을 추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렇게 도자기에 대해서 기초실력을 다진 뒤에 조선의 국영 도자기 공장인 분원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분원이라는 공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었는지와 조선왕실을 중심으로 분원이 어떻게 꽃을 피우고 졌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중반에는 백자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며 이해하기 쉽게 해설도 곁들인다. 그 도자기의 기형과 문양에 대해서도 알아보며 백자가 만들어지는 재료(태토, 성형, 안료, 유약, 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알아보고, 이 도자기를 통한 조선시대의 대외 교류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책의 주요 내용을 좀 더 깊이 알아보자면~

그릇은 바로 사람이다.

조선은 고려와 다른 정치, 경제 체제를 지녔을 뿐 아니라 독특한 사상과 문화를 지닌 국가였다. 개국 이래 지배층들은 불교보다는 성리학을 주도 이념으로 삼았고, 지방 분권적인 다양성보다는 중앙 집권적인 통일성에 관심을 두었다. 또한 고려 말기 사회의 향락과 부패를 목격하면서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는 지배층의 모습을 이상으로 삼았다. 예술 작품에서도 완벽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와 품격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관점을 배제하고 단지 외면에 나타난 장식과 장르의 다양함만을 본다면, 조선시대 미술은 고려시대에 비해 기술적으로 퇴보하였고 제작 역량도 상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으며 예술 활동 역시 매우 위축되었던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일제시대의 몇몇 일본인 사가와 미술 전문가들의 영향으로 고려와 조선의 외양적 비교가 교묘하게 집중적으로 부각되었다.

조선 백자에는 조선 사대부와 왕실이 지향했던 절제와 품격, 그리고 자유분방함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것은 조선의 힘이자 조선인의 삼과 꿈 그리고 자랑이었다.

15세기의 백자는 분청사기와 더불어 고려청자를 계승한 상감 백자를, 17세기의 철화백자에는 고단한 당시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던 조선 고유의 해학과 여유가, 18세기에는 달항아리와 떡메병, 사대부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방구류, 소상팔경문을 중심으로 한 산수문이 여백의 미와 함께 펼쳐진 청화백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19세기에는 왕실 재정의 파탄에 따라 진상이 어려워지면서 백자를 생산하는 국영 도자기 공장인 분원이 민영화되며, 북학의 열기가 고조되어 중국풍의 도자기가 유행한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그릇의 재질과 장식, 형태 등이 바로 신분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

조선초의 문물제도에 영향을 미쳤던 명이 경덕진에 어기창을 설치하고 황실 전용의 백자를 생산한 것은 세계 도자의 흐름이 청자에서 백자로, 조각칼에 의한 장식에서 붓을 사용하는 회화 세계로 점차 바뀌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왕실과 사대부들 역시 명의 백자를 받아들이며 백자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과 동경을 현실로 옮기고자 노력.

분원이 속해 있는 사옹원을 운영하는 도제조(도읍都,끌提,고를調)와 제조, 제거(提擧) 등의 중요 직책은 조정 대신과 종친들이 도맡았는데,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종친들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최고 책임자인 도제조는 영의정을 겸임하였으나 왕자와 대군도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가마는 10년에 한 번씩 이전, 이는 전적으로 연료 문제 때문. 숙종 이후 분원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분원을 고정시키고 땔감을 외부에서 사오는 방식으로 바뀜.

16세기 중반에는 사기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기장의 세습을 법제화함. 이는 연산군대부터 비롯된 관영 수공업 체제의 일시적인 붕괴와 관련.

대개 그릇의 문양은 장인이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원들의 몫. 조선시대에 청화 안료의 구입과 관리는 전적으로 화원들의 책임이었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18세기 후반까지는 화원들의 몫이었기 때문.

조선 도자사에서 17세기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철화백자의 유행.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과 명, 청 교체기의 혼란스러운 대중관계로 인해 청화 안료인 회회청을 더 이상 비싼 값을 주고 수입하기는 어려웠다. 덕분에 조선 땅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산화철을 안료로 사용하여 철화백자에 제작자와 수요층의 관심이 쏠림. 왕실에서조차 청화백자의 사용이 여의치 않았으니 일반 사대부들은 오죽했을까. 철화 안료는 청화 안료보다 농담의 조절이나 선을 긋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랜 노력과 끈기로 이를 무난히 극복하여 시문하였다.

태항아리는 편년이 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도자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카올린(Kaolin) 중국 남방의 고령산(高嶺山)에서 나오는 점토를 영어로 부른 데서 유래한 말. 규석과 알루미나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내화도가 높아서,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점토를 카올린이라고 부르게 됨.

이 바닥에서 한번 더 이야기하면 바보 되는 이야기인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절대 불변의 진리…. 이제야 백자가 제대로 아름답게 보인다.

원리에 기초하지 않는 피상적인 지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원리에 대해 접근하지 않은 채 언론과 보도자료에 휘둘리는 사람들도 많다… 거기에 의존해 자신의 미래와 자녀들의 장래가 달린 표를 아무 생각 없이 행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학문이든 현실이든 큰그림 속에서 작은 그림들을 다뤄야 하고, 작은 그림 속의 진리를 찾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들 제발 원리에 접근해서(접근하는 자세라도…) 생각하고 논의했으면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가정사고 회사일이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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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으로 빚어 낸 조선의 마음, 백자 - 방병선지음/돌베개] 조선의 백자에 대해서 역사를 쓰듯이 조선의 중심에 서있던 백자의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기 까지를 알아본다. 단순한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가 아닌 白磁史를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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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조선의 백자에 대해서 다루는데 백자의 기형과 문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에 알파벳이 좀 거슬린다. S라인이니 V자형 배치니…

7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