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노마히데키지음/김진아외2명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11년 10월 9일 | 면수 448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한글의 탄생 – 노마히데키지음/김진아외2명옮김/돌베개

10월은 우리나라와 관련한 의미 있는 날들이 많은 달이다.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등등

그러던 보통 때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작년 10월 한글날을 기념해서 한글과 관련한 재미난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마 히데키라는 일본 사람이 한글의 매력에 빠져서 한글을 연구하게 된 기구한 인연을 가진 사람이 쓴 『한글의 탄생』이란 책을 출판한다는 이야기였다.

한글날 우리 말을 일본 사람이 연구하다니… 음 관심 갖고 있어야겠다… 하며 내 독서 리스트에 넣어 둔 책 되겠다.

마침 한 방송사에는 10월을 맞이하여 한글과 관련한 사극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시청율 상한가를 찍기도 했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잘 보지 않았으나 온 집안 식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TV 앞에 다들 몰려와 앉으니 자연스럽게 보게 된 드라마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난 방송에 몰입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는 한글에 대해서 뭘 아는가…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한글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한글은 과연 시대적 배경으로 혁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사대부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텍스트에 불과한 한글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 넣어 민중 속으로 파고들어 자리를 잡게 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 작가도 나랑 비슷한 생각으로 드라마를 풀어 나가는구먼… 싶었고, 나도 공부 좀 더해서 나중에 사극이나 역사 영화 등의 크리에이티브 작가라도 해볼까?라는 망상도 했었었다…ㅎㅎ

아무튼 작년의 한글과 관련한 두 가지 재미난 일들을 즐기면서 언젠가 이 책을 사서 한글 공부 좀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파주 책잔치 때 인연이 되어 구입했고, 올해 10월 날씨 좋 ~ 은 날 읽으면 되겠다 싶어서 구입한 책이 이 책이다.

△ 시사성이 있는 책들은 책값이 비싸더라도 즉시 사서 보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고 언제 보아도(조금 시일이 지나서 보아도 되는) 되는 내용이 훌륭한 책들은 출간 시점을 살짝 넘겨서 기다리고 있으면, 파주책잔치 같은날 가서 잘 살펴보면 이렇게 배송, 진열과정에서 약간의 손상을 입은 책들이 50% 할인가에 나와서 횡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책 하단에 보면 리퍼브 도장이 찍혀 있지만 전부 내가 처음 독자가 되는 책들이다.(부부가 인문 고전에 빠져서 일 년에 책값으로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낄 수 밖에 없다.^^*)

나는 언어학자도 아니고, 국어학자는 더욱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글을 모국어로 그냥 평범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본인 노마 히데키 보다 더 극적으로 드라마처럼 인연이 된 사람은 세계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한국사람 보다 더 한국말에 대해서 객관적으로(물론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한글을 공부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 그는 국제 판화 비엔날레전에 참여할 정도로 미술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한국어와 한글의 매력에 빠져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도 독학으로… 그래서 다시 대학에 들어가 한국학을 전공하여 여러 연구를 거쳐서 2005년에는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상, 2010년에는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 신문사와 아시아 조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수상한 드라마 같은 저자의 학문적 인생을 누가 다시 재연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 사람의 눈에 비친 한글에 대한 책인데 일본에서 무려 3만부 이상 팔려나간 책이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 중에 지식인 계층이 한글에 대해서 접근할 때(단순 회화 차원이 아닌 한국학 또는 한국어학에 접근할 때) 필독서로 자리 잡을 듯한 책이다.

15세기 한반도에 태어난 문자 체계의 명칭이 한글이다. ‘훈민정음’ 또는 ‘정음’이라고도 불리운 이름… 이 책은 한글이라는 문자가 어떠한 것이며,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역사 속에서 어떻게 태어났는가, 그리고 <쓴다는 것>과 <지知 = 앎>의 얼마나 깊은 곳에서 한글이 탄생했는가를 짚어 보며 <언어>와 <문자>를 둘러싼 물음들을 생각해본다.

전체적으로 한글에 대한 접근이다 보니까 1,2,3장의 언어학(어학?)과 관련한 접근에 대해서는 좀 딱딱하게 다가와서 아… 이 책이 과연 3만 부나 팔려나가고, 교보문고에서 2011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2,3장은 정말 논문 같은 글이다… 쩝.. 하지만 이 부분을 잘 극복하면 되고, 후반부의 책의 재미와 깊이는 말로 표현이 힘들다 ㅎㅎ

이 책의 엮은 순서와 주요 내용을 보자면

한글이 낳은 한국어라는 언어의 특징을 일본어와 대조해서 보면서, 한글이란 어떤 문자인가를 살펴본다. 그 구조를 본다 – 일본에서 먼저 펴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서적이란 표시가 난다..ㅎㅎ 또한 한국어권과 일본어권이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일본에서도 사용하게 된 <한자>와 고전 중국어인 <한문>에 맞서 어떻게 대치對峙하였는가를 주목한다. 한글의 구조를 살펴본 후에 한글이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 책에 나오는 주옥같은 몇 가지를 옮겨 오자면….

노마 히데키의 책머리글 –

<훈민정음>이란 문자체계의 명칭인 동시에 책의 명칭이기도 하다. 『훈민정음』이라는 책에는 멋 훗날의 21세기를 예언이라도 한 듯한, 지나간 역사의 지혜가 살아 숨 쉬고 있다.『훈민정음』이라는 책이 민족주의적인 맥락에서 칭송받는 일은 적지 않으나, 그 책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보편적인 맥락 안에서 <지知>성립의 근원을 비추고 있음을 독자 여러분꼐서 읽어 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한국어 입문서 중에는 종종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쓴다."라는 식의 설명은 옳지 않다. 한글이라는 문자는 음의 세계에 존재하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을 나타내는 요소’, 즉 <음을 나타내는 자모>를 문자의 세계에서 조합하는 것이다.

한글을 탄생시킨 언어는 조센고, 간코쿠고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체를 가르키는 말이 아니기에 학술적으로 조센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한글>이라는 명칭을 언어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름이 실체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다. 언어와 문자의 명칭 구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히라가나강좌, 가타가나 강좌가 잘못된 표현이듯, 한글 강좌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 조센고와 간코쿠고에 정치적 의도가 얽혀 있을 수도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종종 <한글>이 언어명으로 사용되는 사정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15세기 한글이 탄생했을 때 이를 <훈민정음> 또는 <정음>이라 불렀다. 언문이라는 표현도 썼으나 諺(상말 언)이 스스로 비하하는 말이라 하여 오늘날 이 호칭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한글>이라는 명칭은 주시경이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한’은 ‘위대한’, ‘글’은 ‘문자’ 혹은 ‘문장’ 한글은 고로 위대한 문자라는 뜻. 한은 대한제국의 ‘한’이란 설도 유력

<훈민정음> 창제자들이 제일 먼저 응시하고, 맞서서 대치한 것도 이 <한자> 시스템이었다. 한자는 일상이었고 삶 그 자체였다.

15세기 조선에는 중국,몽골,파스파,거란,여진,일본의 문자가 활보하고 있었다.

2,3장은 한 두어 번은 더 읽어야 완벽히 이해가 될 듯하다…… ㅠ.ㅠ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형상화한다는 사상으로 만들어져 실제로 이만큼의 규모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문자는, 역사상 <정음> 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인들에게 한자한문은 삶이었으며 죽음이었다. 사대부인 양반의 자제는 태어나 이름을 한자로 받았고, 한자로 세계를 알아 갔으며, 한자로 벗과 사귀며 시를 읊고 국가를 논하였다. 임금에게 죽음을 배명 받는 것도 한자였고, 죽고 난 후에 기려지는 것조차 한자로 이루어졌다. – 이들 중 많은 부분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왕조 최강의 두뇌집단 = 집현전

당시의 학자들은 상당히 젊은 나이들이다. 정인지 47세, 최항 34세, 박팽년 26세, 신숙주 26세, 성삼문 25세, 강희안 26세, 이개 26세, 이선로 연령 미상. 이때 세종의 나이 46세. 정인지는 15세에 생원시 문과에 18세로 장원급제할 정도의 대수재 그는 나중에 영의정까지 오른다. 왕립 학문연구기관이자 학술원에 지나지 않았던 집현전의 혁명가들은, 세종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제각기 더 깊은 정치의 중추에서 생사를 걸게 된다… 신숙주,성삼문,박팽년,이개…..

반대파 지식인들의 반反 <정음> 현상

최만리를 비롯한 사대부의 반<정음>은 자신의 존재를 걸고 왕에게 간언한다. 정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신묘한 언문’이라고 칭하여 아부성 표현이라기보다는 확실히 인정하고 들어감.

세종은 조선 최고의 명군이다. 그는 고려사를 편찬, 신찬팔도지리지 편찬, 동활자 주조, 주자소 설치 , 측우기를 전국에 설치하는 등 과학 기술의 장려도 게을리하지 않은 명군주였다. 그런 그가 이제 문자를 만든다고 한다. 장난 삼아, 시험 삼아 할 그가 아니다. 진심이었다. 중국에 반역을 하겠다는 것인가?

조금은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동아시아 전체로 보면 조선의 왕이라 해도 중국 황제로부터 책봉 받는 군주에 지나지 않는다. 1392년 왕위에 오른 태조 이성계조차 대명국으로 부터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제 3대 태종의 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조선왕국"의 사령을 고하는 <고명誥命>과 인장이 명나라로부터 조선에 전달되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유일한 존재는 중국 황제이다. 먼 옛날 진왕 정은 시황제가 되어 문자를 통일했다. "문자를 통일하여 다스린다"는 유일무이하게 중국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사실이 중국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어찌할 것인가.

최만리 파의 사상을 사대주의로 총괄해 버리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생각이다. 그것은 <정음>에 반대하는 상소문의 정치적 측면만 보고 있는 것이다. 한자한문은 그들의 존재적 근원이었다. 상식이고 이성의 원리였다.

정인지의 후서를 보면 정인지는 <쓰여진 언어>와 <말해진 언어>를 명확히 구별하고 있다. 쓰여진 중국어인 한문과 <말해진 언어> 조선어의 이중언어 상태였다. 글과 소리가 괴리된 이중구조. <쓰여진 언어>로는 그 뜻을 다하지 못하고 <말해진 언어>는 쓰지도 못하는 것이다. 모어가 글이 되지 못한다. 모어가 에크리튀르(쓰여진 언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바람 부는 소리, 멀리서 학이 우는소리도 여명을 고하는 닭울음 소리도 그리고 개가 짖는 소리까지도 어느 하나 <정음>이 나타낼 수 없는 것이 없다. 일찍이 한자로 그게 가능했는가? 정인지의 혼신을 다한 <정음> 혁명 선언이다.

정인지의 『훈민정음』 후서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말이 보인다.

"바라건대 <정음>을 보는 자가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치게 되기를, 그 연원淵源과, 정밀하고 깊은 뜻의 묘미는 소신들이 감히 말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 <정음>은 ‘간이요簡而要, 즉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갖추고 있는 것인 만큼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정인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인다. "<정음>은 깊다."

『용비어천가』라는 책이 『훈민정음』언해본 등의 언해보다 다른 점은 <한문의 번역>이 아니라 조선어로 쓰고 그 조선어에 한문으로 된 번역문과 주를 붙였다는 것. 한문이 ‘주’이고 조선어가 ‘종’이 아닌 그 반대로 조선어를 ‘주’로 하고 한문을 ‘종’으로 한 것이다. 대중화의 한문을 ‘종’으로 한 역사상 유례없는 전면적 <정음>의 탄생이다.

‘동방의 주자’, ‘동방의 성인’으로 불리웠던 퇴계와 율곡이고 보면 아무래도 한자한문 원리주의자였으리라 생각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러한 오해와는 달리, 대유학자 이황과 이이는 사실 그들의 사상을 정음으로도 논하였다. 한자한문 원리주의자인 최만리 등이 한자한문이 아니면 논할 수 없다고 여겼던 성리학까지도, 퇴계와 율곡은 조선어 즉 모어로 논하여 <정음>으로 저술했던 것이다.

정음은 붓을 거부한다. 어리석은 백성은 붓도 필법도 모른다.. 쓰는 문자가 아니라 그린 문자였다.

『훈민정음』해례본은 목판본이나 뒤이어 출간된『동국정운』이 활자로 인쇄되었다는 점으로 보아 정음의 창제자들은 처음부터 활자인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좀 더 요약하여 두고 싶은 내용이 많으나… 밑줄 친 구절을 다 적자니 책이 될듯하여… 출판사와 저자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는 것 같아 참는다… 더 자세한 사항은 책을 사서 보시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언어학과 국어학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일본인 저자 노마 히데키가 일본 사람에게 한글을 소개하는 글 중에 신선하고 한글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신선한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것인가… 나는 후자라고 단언하고 싶다…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목을 충실히 이수한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처음 본 말들이 400페이지에 달하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거기에다 좀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을 쓴 저자는 여러 사람들이(눈이 나쁜 사람들까지 배려했다) 읽기 좋도록 글자의 크게 해서 보기 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훈민정음』이라는 <정음>의 탄생과 성장이 단순한 문자의 역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훈민정음』을 읽는다는 일"이라는 장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정음>은 <문자 자신이 문자 자신을 말하는 책>으로서 세계사 속에 등장하였다.

<훈민정음>은 유라시아 동방의 극점에 나타난 에크리튀르의 기적이다.

말이란 무엇인가, 문자란 무었인가,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이고, 에크리튀르란, <지知 = 앎>이란 무엇인가 – 이러한 <보현>으로 이끌어 주는 희유稀有한 기적이다.

88페이지에 달하는 문헌안내와 저자 후기,한글 문자표,한글 역사 연표, 찾아보기, 서명 색인, 문헌 일람 등을 보면 저자가 이 책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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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노마히데키지음/김진아외2명옮김/돌베개] 일본인 미술가가 어느 날 한글의 매력에 빠져 수십 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출간, 아주 객관적인 연구자 시점으로 한글의 존재 방식 자체가 세계 文字史上 비할 대 없다고 극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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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0월 어느 날씨 좋은 날 이 책이랑 같이 길을 나섰다. 계절 과일이라고 하듯이 계절에 맞는 책으로 찜해두고 온 책을 먼저 챙겨서 버스를 타러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이런.. 30분 일찍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 하니 이미 첫차는 매진… 한 시간 뒤의 차 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배차 시간이 맞지 않는 것에 무개념해졌다… 그냥 책이나 보며 기다리면 되지 머… 가서 보나 여기서 보나 다를 게 있남…ㅎㅎㅎ 그러면서 대합실의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수십명의 수십개의 눈동자는 TV에 고정되어 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가 생각난다… 이건 아닌데… 싶다.. 저 많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깨어나서 책으로 향하겠지…. 하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고향에 와서는 일이 먼저인가, 책이 먼저인가… 잠시 고민하다. 일에는 때가 있는 법 나무부터 패고, 마당에 나무들 가지치고 급한 일부터 하나 둘 정리하고 다시 책으로~ 마루에 앉아 책보다 저녁 반주 겸 소주 한 잔 하면서 마당을 보며 흐뭇하게 있다가 잔을 들고 마당으로 나선다… 맨바닥에 덥석 주저앉아 하루를 마감한다.

늘상 자랑하지만. 백만 불짜리 정원에서 천 원짜리 소주 한 잔을 만나는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다.

늦은 감사의 말이지만… 일본인 임에도 불구하고 한글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수십 년을 연구한 노마 히데키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말하는 대로 적고, 적힌 대로 읽고, 소리 나는 대로 적고, 들리는 대로 적을 수 있어서 『숙명신한첩』,『숙휘신한첩』같은 문헌을 통해 그 당시의 <말>이 오늘에 정확하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음 에크리튀르(쓰여진 언어) 혁명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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