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지음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6.8 | 목록
신영복 지음
발행일 1998년 8월 15일 | 면수 400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3,000원

.
.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지음 / 돌베개

2012년 구입해서 잠시 들었다가 다른 책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놓았다가 다시 들게 된 책.

저자의 책을 시리즈로 3권 구입하여두면서 언젠가 감옥에서 면벽하는 듯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 그 때 읽어볼까? 라는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 심정으로 책장 눈에 가장 잘띄고 손에 잘 잡히는 곳에 두었던 책.

‘음… 언제 신영복 저자의 시리즈를 언제 독파한다….’하며 내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던 책 중의 한 권.

역사, 인문쪽에 밀린 책들이 많아서 그쪽에 치중하느라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

그러다가….​

신영복 저자의 『담론』이 최근 출간되면서 여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 강의를 듣고 『담론』도 구입해서 책장을 넘기려다, 아 이게 아닌데… 신영복 저자의 밀린 고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신영복 함께 읽기』 ​를 빨리 읽고 『담론』을 마중하러 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에 맞겠다는 급한 마음에 만사 제처 놓고 읽은 책.


1998년 초판이 발행되어 2015년에 다 읽었으니… 어지간히 나도 무심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좋은 고전은 언제 봐도 좋은 것이기에 나온 해는 있어도 내 눈을 통해 마음에 들어오는 시기는 빠르나 늦으나 무관하다는 것이 내 지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고전이라 칭하며 필독서로 권하는지를 알 수 있다.

20년 20일의 옥중에서 보낸 편지들의 모음집으로 1969년 1월에 부터 1988년 5월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까지 수록되어 있다.

남한산성과 안양교도소를 거쳐서 대전교도소와 전주교도소에서 있었던 일들과 그 속에서의 사색의 산물들이 들어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처음 형의 집행​하는 시점에는 사색하고 고뇌하는 산물로 편지라기보다는 철학적인 글처럼 보이는 글도 많아서 당시의 상황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처해진 현실과 그 시점에 이르기 까지를 혼자서 되뇌이고 고뇌하고 생각했을 터.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무기수의 고뇌가 전반부에 집약되어 녹아 있기에 비장한 철학적 사색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로 수형 생활 기간이 10년을 넘어 20년을 향해가면서는 감옥 안의 동료들 이야기와 가족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옥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물들과 감옥을 넘나드는 새들과 감옥 바깥의 모습들에게도 시선을 돌리면서 사색의 대상과 범위를 넓혀가면서 감옥 생활에 익숙(?) 해지는 듯한 필력과 소재의 범위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처음 수감되던 시점이 1969년이니 41년생이니 27세…

지금으로 치자면 대학을 갓 졸업하는 청춘의 나이에 무기수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남한산성에서 처음 감옥생활을 시작하는 찰나의 시점에 저자는 이미 ​억겁의 사색을 넘나드는 철학의 경지에 훌쩍 뛰어올랐다는 느낌.

나는 이 나이에도 남의 사색을 빌어서 세상을 보고 있다…..

아무튼 좋은 고전은 언제 접해도 울림이 크다.

배우고 또 익히고 사색하고 고뇌하여 실천해야 할 것일지니….

****​*/*****

​-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 세상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 퇴화한 집오리의 한유(閑游)보다는 무익조(無翼鳥)의 비상하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 훨씬 훌륭한 자세이다.


– ​혼자라는 느낌, 격리감이나 소외감이란 유대감의 상실이며, 유대감과 유대의식이 없다는 것은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독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어차피 인간관계, 사회관계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고독한 상태는 일종의 버려진 상태입니다.


–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커다란 기쁨이 작은 슬픔으로 말미암아 그 전체가 무너져내리는 일은 아무래도 드물 것이라 생각된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그 밀도가 높기 때문일까. 아니면 슬픔이든 기쁨이든 우리의 모든 정서는 우리의 생명에 봉사하도록 이미 소임이 주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요즈음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읽는다 – 우연하게 나도 『난중일기』를 읽자마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게 되었다.


​- 하나의 역사적 사실(인물의 경우도 포함하여)은 그것만을 따로 떼어 고립적으로 인식할 때 왜곡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여하한 경우라 할지라도 반드시 ① 어떠한 계기에서 발생하였으며 ② 어떠한 양상으로 존재하다가 ③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갔는가 하는 역사적 관계 내에서 파악되어야 하는 동시에 또 그것을 당시의 사회구조, 당시의 가치 규준에 조응시켜 당시의 사회구조가 갖는 필연적 한계를 늘 그것이 인식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일정한 궤도에서 잠시 몸을 뽑는다는 것은 우선 그것만으로도 흡사 도원에 들르는 마음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 미는 또한, 신선미 즉 미의 지속성을 그 본질로 한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거니와 부단히 자기를 갱신하지 않는 한 미는 지속되지 않는다. 정체성은 미의 반어이며 권태의 동의어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녀가 어떠한 여자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를 반드시 요량해봐야 한다. 착한 아내, 고운 며느리, 친절한 엄마, 인자한 시어머니, 자비로운 할머니 등 긍정적 미래로 열려 있는 여자인가 현재 속에 닫혀 있는 여자인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을 현재를 고정 불변한 것으로 완결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연관 속에서 변화 발전의 부단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이며, 현실성보다는 그 가능성에 눈을 모으는 열려 있는 시각이다.


–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 지난 옛 사실에서 넘칠 듯한 현재적 의미를 읽을 때에는 과연 역사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살아 있는 대화이며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 대상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보는 경우, 이 간격은 그냥 빈 공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 선입관이나 풍문 등 믿을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지고, 이것들은 다시 어안(魚眼) 렌즈가 되어 대상을 왜곡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풍문이나 외형, 매스컴 등,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인식은 ‘고의’보다는 나을지 모르나 ‘무지’보다는 못한 진실과 자아의 상실입니다.


– 사람은 그 부모보다 그 세상을 닮는다.


– 생각을 녹슬지 않게 간수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녹을 닦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요컨대 일어서서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용기는 선택이며 선택은 골라서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을 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민중이란 결코 어디엔가 기성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이 ‘창조’된다는 것이라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 기쁨보다는 슬픔이, 즐거움보다는 아픔이 우리들로 하여금 형식을 깨뜨리고 본질에 도달하게 하며 환상을 제거하고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

​달고 기름진 음식만이 사람을 성장시키지는 않으며,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 한겨울 나무의 나이테가 단단게 성장하듯 시련과 고통 또한 성장의 탄탄한 기초가 될 수도 있다.


​역시나 좋은 고전에는 별도의 읽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지음/돌베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7세부터 20년 20일간의 옥중생활의 고뇌와 철학적 고찰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는 편지와 메모 노트를 통해서 면벽기도 수행하면서 고뇌하고 또 고뇌한 신영복 선생의 사색을 만날 수 있다. ​
​—————————

p.s

2012년 한 번 들었다 놓았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아마도 다른 급한 책들을 보게 된 연유일 듯…

2015년 한번 들었고 나중에 몇 번이고 더 들게 될듯하다…

1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