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 장준하 / 돌베개
이런저런 경로로 다양하게 책을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해둔 책의 제목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몇몇 저자의 책은 나오면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믿고 사보는 저자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저자와 마음 한편에 자리한 책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된다.
내게도 그런 저자들과 마음에 넣어둔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 리스트 상위에 있던 책들 중 이 책 『돌베개』는 그 리스트에 맨 위에 있던 책으로,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기회가 되면 꼭 봐야지 하면서 미루던 책,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구해서 밀린 책들 살짝 뒤로 물리고 읽게 됐다.
독립운동가이자 김구 주석의 비서 출신이면서 사상계를 창간한(물론 임정에서 만든 『등불』 과 『제단』 이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정기 간행물로 보기에는…) 출판인이자 조국의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 운동가로 자리매김하다 의문사로 생을 마감한 참된 애국선열인 장준하선생이다.
그런 한국 정치계에서 굵은 선을 긋는 그의 인생 여정 중 일본에서 유학 중 학도병으로 징집되어 일군 훈련소에서 탈출하여 충칭에 있는 중국 임시정부에 이르는 과정(6천 리 2,356Km)과 임정에서 미국 OSS 특수대원으로 선발되어 특수대원으로 한국에 투입되기를 기다리다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되어 1945년 8월 해방 이후 김구 선생을 모시고 귀국하여 임정의 초반부까지의 생생한 수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해방된 조국에서 분단을 맞이했고, 분단된 조국에서 5.16 쿠데타를 직면하고 박정희에 대항하다 국가원수 모독 죄 등으로 징역 생활을 하였으며, 사상계는 폐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7대 의원으로 당선되었고, 1973년 통일당의 최고위원에 올랐고…
해방되기 전 중국 임정 시절 자신의 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 조국의 해방에 초석 하나를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해방된 조국을 위해서 특수부대원으로 과감하게 목숨을 던질 각오까지 한 상태에서 해방을 맞았기에 한국의 독립과 민주적 정부의 수립을 위해서 그는 언제든지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있었으리라….
그러한 그의 확실한 정치적 소신과 흔들리지 않는 행동하는 양심은 도저히 유신헌법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고, 유신헌법에 대항하여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이른바 ‘긴급조치’ 위반으로 15년 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되었음에도 그는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아니하며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다.
그러나…
1975년 8월 어느 날 약사봉 등산길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당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물론 누가 봐도 타살이라 의심되는……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도 말로, 글로써 사람을 쉽게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지만…
최근(2012년 8월) 파주에 있는 묘지에서 통일동산에 조성한 장준하 공원으로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그라들지 않은 육신의 여전히 이 땅의 참된 해방과 조국의 통일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채 썩지 않은 두개골은 타살임이 분명한 증거를 여전히 제삼, 제사 거증하고 있다. 사진으로 얼핏 보아도 삼척동자도 쉽게 알 수 있는 타살 흔적…
이렇듯 대한민국 현대사의 태동기에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로 군사독재정권은 보았기에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론에 의한 간접 살인과 암매장이 횡행하고 있지 않나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임정 시절이나 지금이나 당리당략만 중요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김구 선생이나 장준하 선생 같은 분들이 다시 되돌아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책을 보는 요즘 며칠 내내 지금 우리는 국정교과서 문제로 온 나라가 또 쪼개지고, 나뉘고, 찢기고 있다. 왜 정치판이나 모리배들이 자꾸 편을 가르고 나누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기업이나 정치나 요즘 같은 위기 정국에 한 곳으로 뭉쳐서 손잡고 가도 힘들 판에…… 배를 건지는 것보다는 배에 실린 보석에만 집착하다 결국 배가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
곧 글로벌 금리 인상이 코앞에 왔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재편될 위기에 와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옛 역사 속의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 할 잔재에 매달려 있는 것일까…
잘 되는 조직은 미래를 향하고, 기우는 사회는 옛날을 그리워한다는 말이 있다.
부디 다들 불확실한 미래를 인정하고 서로 마주 보고 싸우지 말고 미래를 향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그런 현대사에 참으로 굵은 한 줄을 긋고 가신 장준하 선생의 항일 독립을 위한 대장정의 수기다.
6천 리 대장정 길을 일기를 쓰듯이 썼는데, 일본군에서 탈출하여 임시정부로 향하는 길 도중에 여러 과정을 되돌아보며 편안하게 그린다.(편히 그린다는 것이지 편안한 여정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파촉령에서 눈앞으로 호랑이가 지나가지 않나, 고원지대에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해 온 산이 얼어붙는 눈 구덩이에서 꽁꽁 언 몸을 비벼가면서도 그는 ‘아 조국이 주는 이 형벌의 죄목은 무엇인가?’라며 중원에서 부는 찬바람마저도 그는 더 큰 시련을 견디기 위해 이 고통을 참으라 한다고 믿으며 밤을 새우며 살아난다.
그에게 닥치는 눈앞의 고초를 조국 없는 설움이라 믿고 그리고 동지들과 서로 몸을 껴안으며 그런 고통을 승화시키며 자신을 다스리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하겠어……"라고. 그러면서 자신을 추스르는 그는 " 또다시 우리 자손들에게 이런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계시인 것 같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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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애를 몰라서 조국을 귀하게 여개지 못했고, 조국을 귀중하게 여기지 못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조국을 팔았던가. 우리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으련다. 나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이 가슴의 피눈물을 삼키며 투쟁하련다. 이 길을 위해 나는 가련다. 나의 인생의 과정은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라는 이정표의 푯말을 꽂고 이재부터 나를 안내할 것이다.
– 나 자신에게는 이기되, 다른 사람에게는 지리라.
– 국,공 간의 충돌에는 일본군이 절대로 끼어들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그들의 적은 어느 한편이든 넘어지는 것이요, 만일 참견을 했다가는 두 쪽이 다 함께 일본군에게 총부리를 돌리게 되므로 어부의 이익만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 중국군에는 ‘하오런부땅빙’好人不當兵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 말은 ‘좋은 사람은 병정에 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병신이나 바보만이 병정이 된다는 말이다. 이렇듯 중국군의 실태는 말이 아니었다. 징병 제도는 있었으나 그것은 제도상으로만 있었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징병제가 불가능했다. 누구나 돈을 받고 대리 입대를 할 수 있었으며, 이런 대리 입대자들은 대부분 노병들이었다.
– 한 번 대리로 팔려 군에 들어간 자는 얼마간 최소한의 기간이 경과되면 슬쩍 빠져 재입대를 하고 또 도망을 쳐 다시 돈을 벌고 하여 무려 한 사람이 50 내지 60회나 이대한 기록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는 말이 퍼질 정도였다.
– 내 자손에겐 이 고생을 시키지 말아야 하겠다. 우선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아니, 난 나의 대를 이 세상에 남겨놓지 못할 것이다. 나의 희생으로 우리의 다음 대는 또다시 이런 고생에 시달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대를 남기는 것보다 훨씬 보람된 나의 일생을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 군정청 공보과는 정각 6시를 기하여 조선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 하지 중장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공식 발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오늘 오후 김구 선생 일행 열다섯 명이 서울에 도착하였다. 오랫동안 망명하였던 애국자 김구 선생은 개인의 자격으로 서울에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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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7개월 동안 걸은 6천 리 길을 따라 걷다가 100p 정도를 넘어가다 보면 장준하 선생과 같이 충칭을 향한다는 느낌이 들어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생동감 있게 글이 흘러가다 보면, 중국군인 장제스의 군대가 왜 망했는지도, 중일 전쟁 중이던 일본군이 중국 내부의 전쟁을 남의 나라 불구경하듯이 비웃으며 구경하는 대목도 나온다. 한 사람이 돈을 받고 대리 입대를 그것도 5-60회에 이를 정도로 재 입대를 한다든가 하는 내용들의 중국군(장제스, 국민당)의 부패 유형 중 몇 가지와 만날 수 있다.
이렇듯 맨손으로 얼어붙은 암벽을 기어오르고 맨발로 눈밭을 기어가며 6천 리 대장정을 시도해서 양심을 지키고 조국을 지키려 맨발로 뛰며 역사를 쓰려 한 사람도 있고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지금 여기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숭고한 희생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추악한 자신들의 그 지저분한 역사를 덮고, 비틀어 억지로 만들어진 역사를 진실이라 믿게 제도를 바꾸려 하는 자도 있다.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역사를 쓰라고 했더니, 지나간 추한 과거를 덮을 역사 책을 만드는 짓을 하려는… 이 어찌 단죄해야 할 것인가…
가까운 주말 통일동산에 올라 장준하 선생에게 그 길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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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 장준하 / 돌베개] 학병으로 징집되어 훈련 중 탈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향한 장장 6천 리 대장정과 조국의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준비하다 갑작스레 찾아온 해방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귀국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준비까지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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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제목 『돌베개』는 출판사 ‘돌베개’와 이름이 같다.
최초에 출판사를 설립하면서 이 책의 내용 중에 장준하 선생이 탈출에 성공할 경우 편지에 ‘돌베개’를 넣어서 편지를 보내기로 배우자와 약속을 하고 탈출 이후에 보낸 편지에 ‘야곱의 돌베개’라는 단어를 넣어서 편지를 썼다.
이 내용에서 영감을 받은 출판사 설립자가 그 이름으로 출판사 이름을 정했고,
이 ‘야곱의 돌베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장준하 선생이 가지고 있던 성경의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