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사이

어느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

이창재 글
노순택·안옥현 사진

164*225 | 무선 | 384쪽 | 발행일: 2020년 1월 28일 | 23,000원

ISBN: 978-89-7199-992-9 03810

 

컬럼비아대학출판부 25년 차 북 디자이너가 쓴

책의 기억과 생애의 기록

 

“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상당 부분 책 읽기를 통해 형성되었고, 그렇다 보니 책은 내 삶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매우 중요한 일부다. 어쩌다 보니 햇수로 24년째 줄곧 책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바깥세상과 관계를 맺거나 교류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인 데다가 내게는 함께 사는 가족마저 없는 터라, 일과 쉼으로 나뉜 일과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극단적으로 단조롭다. 고작 나와 책의 사생활에 대해서 쓸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유다. (…) 만약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 속에 들어왔던 책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려 한다면 책을 읽고 만들다가 쓰게 된 이로서 무척 반가울 것 같다.

-「머리말」 중에서

 

마구 끌려드는 책이다. 책에 관한 책이자 한 시대의 책이 자신을 어떻게 키웠나를 보여주는 정신의 자서전이다. 은밀한 개인 서고에서 역사의 광장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드라마를 보는 듯 박진감 있게 읽힌다. 지은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출판부 북 디자이너이지만 시인이자 소설가의 한국어 문장으로 쓰고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 말이 지은이에게는 썩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 서울에서 읽은 책부터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읽은 영어 책과 한국 책, 자신의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한 책에 관해 그는 기억하고 기록한다. 그 기록은 풍성하고 기억은 마음 깊이 각인된다.

책으로 큰 사람, 책으로 시대 문화의 정수에 다가간 사람의 책을 읽는 일은 행복하다. 컬럼비아대학출판부에서 북 디자이너로 일하는 장면들은 그의 문화적 감각이 어떤 경지에 이른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시없는 호사다.

이영준 문학 평론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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