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진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유시민씨의 강연회가 열립니다.

유시민이 <우리 시대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독자들 앞에 나선다. 자칭 ‘고학력 백수’, ‘지식 소매상’이라 부르며 사회 흐름에 늘 시원한 맥을 제시한 그를 직접 만나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겠다.

‘MBC 100분 토론’ 이후 직접적인 만남을 갖기 힘들었던 그의 팬들에게, 그리고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던 독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희망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석 할 수 있고, 자유로운 질의 응답과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일시 : 2002년 7월 13일(토) 오후 6시30분
장소 : 세종문화회관 4층(컨퍼런스홀)

(강의 내용)

*유토피아 : 영원히 도착할 수 없는 이상향

유토피아는 개인의 자유, 평등과 정의, 물질적 복지, 평화, 사회적 안전, 깨끗한 환경 등 최고의 문명적 가치가 모두 실현되는 공동체이다. 인간은 유토피아를 창조하기에는 너무나 결함이 많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유토피아에 대한 지향과 열망을 가진 창조적 존재이기도 하다. 비록 실제로 도달할 수 없다 할지라도 유토피아는 궁극적 지향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현재 발을 딛고 선 불합리한 현실을 유토피아에 더 가까운 상태로 변화시키려는 의지, 고뇌, 노력, 희생을 가리켜 진보라고 한다.

*가치의 충돌과 절충

문명사회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들은 때로 충돌한다. 하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 다른 가치의 실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와 정의, 복지와 환경, 복지와 안전, 정의와 평화 사이의 가치 충돌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체험한다. 따라서 우리는 충돌하는 여러 가치들을 모두 존중하고 절충할 수밖에 없다. 어떤 가치를 더 중시할 것인지는 시대상황과 개인의 이해관계, 철학에 따라 다르다. 보수와 진보는 여기에서 갈라진다.

*보수와 진보

시장경제를 기본질서로 채택한 사회에서 보수 또는 우파는 개인의 자유와 물질적 복지를 강조한다. 절대왕정 시대에는 이들이 좌파였지만 이것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보수가 되었다. 진보 또는 좌파는 평등과 사회정의, 평화와 환경의 가치를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와 물질적 복지만으로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가 다른 가치를 무시하지 않으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이러한 상호인정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기본질서에 대한 합의로 표출된다.

*가치의 절대화와 극단주의

좌우에는 각각 극단주의가 있다. 극우는 물질적 복지 또는 공동체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절대화함으로써 정의, 평화, 환경 등 다른 가치를 무시하고 기본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살한다. 반면 극좌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절대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의 말살하고 다른 모든 가치를 무시한다. 극단주의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원성에 근거를 둔 민주주의를 부정한다.

*우리 시대의 진보

우리 시대의 진보는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발명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문명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평등과 정의, 평화와 환경보호에 더 큰 무게를 부여하고 더 폭넓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냉전시대 우리 사회를 옥죄었던 좌우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극우 국가주의, 집단주의를 해체하는 것이 당면한 긴급과제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진보와 보수 모두가 해야 할 일이지만 보수는 극우적 구질서가 남긴 제도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잔재를 활용하려는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진보적 가치와 아울러 개인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실현하는 임무까지도 진보의 몫으로 맡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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