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베개 출판사입니다.
늘 저희 책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지난 3월 출간된 『후불제 민주주의』의 출간기념 행사로
서점과 연계한 저자 강연회와 간담회, 사인회 등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노무현 전(前)대통령의 금품 수수와 관련한 소식을 접했고,
저자인 유시민 선생님에게 행사 취소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미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독자 여러분에게 해온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여러 번 저자와 상의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결국 저자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사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첨부하는 저자의 편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전달하는 것보다 저자의 뜻이 더 잘 드러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사 기획과 준비에 더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도서출판 돌베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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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글 출처는 http://usimin.co.kr/2030/bbs/tb.php/ANT_T200/298904)
안녕하세요.
유시민입니다.
그 동안 여러 지역의 대학과 서점에 강연 갈 때마다 함께 해주신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젠 강연을 접어야 하겠습니다.
경북대 강의와 다른 대학, 대학원의 정규 교육과정 일부로 편성되어 있는 비정치적인 특강을 제외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국강연이나, <후불제민주주의> 저자강연회, 저자사인회, 저자간담회 등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곳 시민광장에 걸려 있는 제 강연 일정표도 모두 내릴 것입니다.
저를 믿고 강연 준비를 했던 여러 대학 학생회 임원들과 서점의 관계직원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과드리며 너그러운 양해를 청합니다. 제 강연을 기다렸던 여러 지역의 시민들께도 마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내외분과 관련한 뉴스를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요.
신문 방송이 그 뉴스로 뒤덮이고 검찰이 소환 날짜를 고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시민과 대학생들에게 시국강연을 하고 다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합니다.
정책이나 정치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님 내외분의 개인적인 일이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도 못하며, 따라서 아직은 어떤 규범적 판단을 내릴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모든 진실이 드러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관련 내용이 포함된 강연은 자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요, 참여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국강연을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많이 아픕니다.
그러나 그분과 함께 최선을 다해 한 시대를 살았다는 자부심은 버리지 않겠습니다. 한 점 잘못도 없는 성인군자인줄 알고 존경했던 것이 아니므로, 내가 모르던 흠이 더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할지라도 특별히 서운한 마음을 가질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일들에는 무슨 뜻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노무현 대통령님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의연하게 이 풍파를 헤쳐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
2009. 4. 8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