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을 보는 법 – 허균지음/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허균 지음
발행일 2013년 8월 15일 | 면수 352쪽 | 가격 18,000원

우리 옛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옛 그림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들을 정확하게 알고 보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법. 그림 속에 있는 여러 철학들과 소설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해마다 열리는 품격 있는 전시회인 간송미술관 개관 전시회 정도의 레벨 있는 전시회에 가기 전에 반드시 읽고 가야 할 도서로 생각된다.

13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그림 속의 이야기를 찾아가며, 너무 깊지도, 너무 간단하지도 않게 그림 속에 숨어있는 동양의 역사와 철학의 코드를 해제하여 알려준다.

그림을 대할 때 이치를 드러낸 그림이라면 체득할 수 있어야 하고, 흥취를 표현한 것이라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그림을 대하는 철학이다. 그림의 진의를 파악하여 그것을 화가와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조선과 한국 문화계에게 산수는 단순한 산과 물이 아니라 총체적 자연을 상징했다. 특히 옛 문인이나 선비들에게 산수는 자연의 이치와 도의 본질이 내재된 것으로, 지형적 물질적 세계가 아니라 주관적 정신적 세계였다.

옛 선비들의 그림 보는 비법을 잠시 들여다볼까나..

매화는 인고와 수절의 상징, 난은 문인의 품격과 정신세계의 표현, 국화는 고고한 기품으로 드러내는 선비의 지조, 대나무는 군왕의 높은 덕망으로, 군자를 동반자로 삼았기에 사군자는 더욱 의미 있는 그림의 소재였다.

문인들의 풍류 생활에서 탄금은 음악 연주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거문고의 금(琴)에는 군자가 바른 것을 지켜서 스스로를 금(禁)한다는 뜻이 있고, 거문고 소리가 인간 본성을 자극하여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금하게 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원앙은 수컷인 원과 암컷인 앙을 합친 것, 기러기는 원앙처럼 자웅이 짝을 이루면 한쪽이 죽어도 다른 짝을 찾지 않고 종생토록 혼자 지낸다고 한다. 기러기는 보통 갈대와 함께 그리는데 갈대 노(蘆)는 늙을 노(老)와 발음이 비슷하여 늙음을 의미하고 기러기 안(雁)은 편안할 안(安)과 발음이 비슷하므로 ‘편안’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결합하면 노후에 편안함을 누린다는 뜻이 된다. 박쥐가 행복의 상징이 된 것은 박쥐를 뜻하는 복자가 복(福)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임, 쏘가리 궐이 궁궐의 궐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쏘가리를 궁궐의 상징으로 여겼고, 더 나아가서 과거에 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살이를 한다는 의미로 확대해석. 수탁 웅은영웅의 웅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 원숭이는 출세하여 제후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숭이 후가 제후의 후와 발음이 같다는 데 연유한다.

지금 사람들은 일월오악도(오봉도)에 해와 달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오악도 화면에는 해와 달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당가의 천장에 두 자 정도의 길이의 철사로 일월경을 매달아 오악도 화면에 스치듯 내려오게 해와 달을 나타내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조의 대상 이후로 일월경 사용이 중지되면서 금니 은니로써 해와 달을 화면에 직접 그려 넣는 방법을 선택. 서양에서 해와 달은 전혀 별개의 천체이나 동양의 고대인들은 일월을 하나의 통합된 상으로 보았다.

잡상이 언제부터 지붕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고려 불화 속의 전각 지붕에 잡상 비슷한 것이 그려진 것을 볼 때 고려를 전후로 한 시기부터 잡상이 사용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잡상은 유교적 권위를 지닌 건축뿐만 아니라 왕족의 후원을 받는 사찰의 금당 건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잡상 수에 대해서는 그렇게 엄격했던 것 같지는 않다.

어느 그림을 어떻게 만나게 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 권의 개요서만 갖고 가야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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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을 보는 법 - 허균지음/돌베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그림을 접함에 있어 전후의 역사와 스토리를 알고 보아야 그 옛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기에 옛 그림 속에 숨어있는 코드 값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암호를 풀어서 해독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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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이 신간으로 출간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학술 서적들은 출판기념회를 겸한 강좌가 열린다. 이런 강좌는 안 빠지고 칼같이 참석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일이 있어 못 가고 집사람만 참석하게 된 강좌… 저자 본인의 서명을 받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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