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 김부식지음/김아리편역/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12년 8월 27일 | 면수 300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9,500원

한 권의 책은 여행을 덜 지루하게 해준다.

언제부턴가 버스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기보다는 훨씬 일찍 가는 버릇이 생겼다.

가서 미리 표 발권하고 차 한잔하면서 준비한 책과 함께 하면 되니….

이번 여행에는 돌베개 출판사의 삼국사기와 함께 했다.

돌베개 출판사의 『우리고전 100선』 시리즈는 쉽고 편안하게 쓰여서 마음에 드는 책을 기회가 되면(할인받아서, 리퍼브로) 사 두었다가 여행 갈 때 꺼내서 가방에 먼저 챙겨 넣는 책이다. 내용이 편하기도 편하지만 크기도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 ᄒᄒ

삼국사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이다. 총 50권으로 본기, 연표, 지, 열전으로 구성된 기전체 역사서인 이 삼국사기는 삼국의 천년을 기록하고 그 이후로 천년을 읽힌 책… 내 언젠가는 꼭 도전하리다… 벼르고 있었던 책이다.

물론 여기에 기록되는 여러 기록물들이 최초인 것이 대부분이고…

역사서인 덕분에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자를 요즘 말로~) 하면 딱딱한 역사서, 하지만 이 삼국사기는 주요한 내용 중에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따로 모으고, 합하고 빼내는 방법을 사용해서 편집한 재미있는 삼국사기이다.

한자로 된 고어를 지금의 글로 옮겨 적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종의 번역… 이렇게 잘 편집된 삼국사기는 전혀 지루함이 없고 재미나게 쉬이 읽히는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

최근 우리 고전에 흥미를 가지고 하나둘씩 열어보고 있는 나로서는 딱딱한 고전과 말랑말랑한 고전 둘 다 접하고 있는데 때론 진도가 잘 안 나가는(원본에 충실한, 철저하게 정확하게 번역된) 책들도 꽤 있다. 하지만 내 반드시 다 읽어서 우리 고전을 널리 알리리라…. 여하튼 반드시 읽어야 할 우리 고전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던 방어벽이 있지는 않은가… 했는데 그 높고 두터운 벽들이 한꺼풀씩 무너지고,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우리고전 100선』 시리즈에서 받는다.

삼국의 시조, 신하, 장수, 주요인물, 쇠멸, 지식과 백성, 문화 등 크게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연관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건만 해양이 무대였던 역사는 왜 이렇게 없는 것일까? 장보고는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장쾌한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보고는 해적을 소탕하고 중국과 일본을 잇는 국제 무역을 주도하며 동아시아 바다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후 장보고는 거대 지방 세력으로 성장하면서 중앙 정치에 관여하다가 말년에는 암살당한다.

신라의 불교는 호국 불교이다. 즉, 부처가 왕이고 왕이 곧 부처라고 하여 불법과 왕법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나라를 위한 전쟁은 곧 불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원광 법사는 화랑의 스승으로 화랑이 지켜야 할 계율인 ‘세속오계’를 제창했다. 그중에 전쟁을 독려하는 ‘임전무퇴’와 살생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살생유택’은 불교 교리에 위배되는 내용이니 당연히 귀산을 비롯한 화랑들이 의문을 품었을 법하다. 시대적 사명을 위해 종교나 사상이 변형되거나 자의적으로 왜곡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개소문은 성이 천 씨이다.’ 본래 ‘연’씨인데 당나라 고조의 이름이 ‘연’이어서 의미가 비슷한 ‘천’으로 바꾸었다. 황제나 왕의 이름과 같은 글자는 피하고 다른 갈 자로 바꾸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한편 성씨가 ‘연개’이거나 ‘천개’일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개소문의 성씨가 연, 천인 것은 샘이나 못 등 물과 관련된 부족의 토템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소문은 물과 관련된 토템을 이용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고 한 듯하다. 삼국사기에 연개소문이 잔악한 인물로 서술된 것은 신라 측 입장과 같은 중국사료를 그대로 실었기 때문이다. 고구려, 백제의 전쟁 영웅들의 위상이 얼그러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그런 악의적 서술 속에서도 연개소문의 본질은 드러난다.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꿋꿋이 굽히지 않고 대적한 민족 영웅의 모습으로.

포석정의 잔치는 신라가 멸망하는 한 장면으로 역사에 각인되어있다. 한편 포석정은 재를 올리는 사당으로 경애왕이 그곳에서 국가의 안녕을 비는 재를 올렸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신라 멸망의 당위성을 역설하기 위해 포석정의 잔치와 같은 설정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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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 김부식지음/김아리편역/돌베개]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면 딱딱한 현존 최고(古)의 역사서, 하지만 이 삼국사기는 주요한 내용 중에 재미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따로 모아, 더하고 줄이는 방법을 사용해서 편집한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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