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거웠던 날들(One Crazy Summer),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

글쓴이 흑구 | 작성일 2015.2.14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12년 9월 24일 | 면수 272쪽 | 판형 변형판 140x210 | 가격 10,000원

벌써 돌베개 책벗 9번째. 이번 소설은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Rita Williams-Garcia)의 어느 뜨거웠던 날들(One Crazy Summer). 1968년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세 자매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엄마를 찾아 떠나는 딸의 이야기는 진부한 레퍼토리이지만, 배경이 1968년이라는 점, 그리고 엄마가 바람이 나서 자식들을 버린게 아니란 점에서 이 소설은 뭔가 다르다.

이 소설을 쓴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에 대해 알아보자. 책 날개에 나왔듯이 대표작으로 <파란 타이츠>, <무지개가 사라질 때마다>, <웃음 금지 구역> 이 있고 여러 상도 받은 작가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 소개된 책은 이 소설 한 권뿐. 책 날개에 사진이 없어서 작가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은 사진과 소개글.

“I was born in Queens, N.Y, on April 13, 1957. My mother, Miss Essie, named me ‘NoMo’ immediately after my birth. Although I was her last child, I took my time making my appearance. I like to believe I was dreaming up a good story and wouldn’t budge until I was finished. Even now, my daughters call me ‘Pokey Mom’, because I slow poke around when they want to go-go-go.
“I learned to read early, and was aware of events going on as I grew up in the 60s. In the midst of real events, I daydreamed and wrote stories. Writing stories for young people is my passion and my mission. Teens will read. They hunger for stories that engage them and reflect their images and experiences.”

http://www.ritawg.com 

주요 줄거리는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세 자매, 델핀(Delphine), 보네타(Vonetta), 펀(Fern)가 오클랜드에 살고 있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어렵게 찾아간 자매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냉랭. 엄마가 자신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거라고 생각했던 자매들의 기대는 온데간데 없이, 주방에 쳐박혀 있는 엄마의 무관심으로 그들은 흑표범당(Black Panther Party)이 운영하는 민중의 집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동안 흑표범당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알게되고,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첫째 딸 델핀은 엄마가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28일동안 엄마와 동거는 긴장감 넘치고 어색한 시간이었지만, 소설은 따뜻한 포옹으로 끝이 난다.

책의 주요한 이야기는 두 갈래로 이어지는데, 화자인 첫째 딸 델핀과 엄마의 관계 그리고 세 자매들이 민중의 집에서 ‘혁명’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 이렇게 두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가 더 흥미있었는데, 당시 배경이 1960년대임을 생각하면, 엄마 세실의 행동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엄마란 한밤중에 자다가도 일어나 물 한 잔을 자식에게 떠다 주는 사람이다. 엄마라면 비가 오는데 바깥에서 노는 자식의 동무들을 집안으로 불러들인다.(중략)그래서 하루가 저문 뒤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엄마이다. 우리는 그런 엄마가 없다. 오로지 사실 관계를 이루는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24쪽)

델핀이 맘 속에 품고 있는 ‘어머니상’이 무색하게도, 엄마 세실 존슨은 딸들에게 관심도 없을 뿐더러, 찾아온 딸들을 귀찮아 하는 눈치이다. 너흴 오라고 한건 내가 아니라는 둥, 멕시코에 갔으면 너흴 지웠을 거라는 둥, 엄마로선 하면 안될 것 같은(ㅋㅋㅋㅋㅋ) 그런 얘기를 12살, 9살, 7살짜리 애들에게 내뱉는다. 오클랜드에 온걸 후회하던 중 델핀은 엄마가 주방에서 시를 쓰는 걸 보게 되고, 그 모습이 시실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실은 이 초록색 스투코 집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 주방에서, 이 커다란 기계과 글자를 거꾸로 박아 놓은 활자판들을, 어머니처럼 기도하는 심정으로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있는 시실은 행복해 보였다. (187쪽)
엄마에 대한 실망과 애착을 반복하던 델핀은 떠나기 전날 시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그녀가 떠났는지 이야기를 듣고는 지금까지 쌓아놨던 의문을 모두 해소한다. 그동안 떠난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보고, 엄마 역할을 해왔던 델핀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한다.

엄마가 이러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떠난 시실의 자리를 메꾸고 있는 어린 델핀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읽다보니 (어린 델핀으로서는 할머니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꼭 델핀이 그렇게 살지않았더라도 아이들은 성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삶의 무게를 항상 지지 않더라도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고,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알아서들 나눠서 도와줄테니.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있는 니키 조반니의 시 구절, 참 좋다!

"사람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기를 해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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