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울음

漢詩,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

안희진

발행일 2016년 11월 7일
ISBN 9788971997611 03820
면수 384쪽
판형 변형판 152x215, 소프트커버
가격 18,000원
한 줄 소개
굴원이 멱라강에서 쓸쓸히 「이소」를 노래하고 어부와 대화하던 그 시절부터 두고두고 사람들을 울린 중국 최고의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책
주요 내용

겨자씨 같은 한 편에 수미산의 아픔이 들고도 남음이 있네!”

인생의 굴곡에서, 사회의 격변기에서 아픔을 노래한 중국의 옛 시인들

이 세상에 뜻대로만 되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순조롭기만 한 삶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픔이 시와 노래로 지어지면 왜 읽는 사람조차 가슴이 시릴까? 이들의 노래는 왜 천년 가까운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며 내 마음, 내 노래처럼 울릴까?



중국 최고 시인이 남긴 울림의 언어, 위로의 언어들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다. 떨어지는 낙엽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 1년의 시간을 반추케 한다. 중국의 옛 시인들도 유독 가을 달, 가을 국화, 가을 하늘의 기러기를 노래한 이들이 많았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산행」이라는 시에서 잠시 서서 감상하는 단풍나무 숲(停車坐愛楓林晚), 물든 잎은 봄꽃보다 아름답구나(霜葉紅於二月花)”라고 읊는다. 가을 경치 속에 몰입한 시인은 서리에 물든 단풍잎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시인의 이 한마디는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명구가 됐다.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줄곧 나이 든 사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 것이다. 시인들이 남긴 말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며 내 마음, 내 노래처럼 울렸다. 왜 그럴까?

시(詩)란 아름다운 ‘울음’이기 때문이다. ‘울음’이란 슬퍼서 우는 것과 가슴을 울리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중의적인 단어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물은 균형을 잃으면 운다.” 한유의 이 말은 중국문학에서 ‘불평즉명’(不平則鳴)이라는 성어가 됐다. 사람은 감정이 물결치면 운다. 허무해서 울고, 서러워서 운다. 그리워서 울고, 외로워서 운다. 시인은 우는 사람이다. 기뻐서도 울고, 슬퍼서도 운다. 시인은 그 울음을 아름다운 언어와 노랫말에 실어 문자로 남긴 사람들이다. 음악인은 노래나 악기로 울고, 화가는 그림으로 운다. 영화인은 영화로, 소설가는 소설로 운다. 모든 문학과 예술인은 우는 사람들이다. 운다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울림’이다. 살아있으므로 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를 읽으며 공명(共鳴)한다.

비록 과거의 사람들, 과거의 울림이지만 신산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도 똑같이 공명하는 울림이다. 칼을 들어 끊어도 흐르는 강물(抽刀斷水水更流), 술잔 들어 달래도 더하는 시름(擧杯消愁愁更愁)”이라는 이백의 시구를 읽으며 시름겨운 우리 삶을 떠올린다. 이백처럼 우리도 이 세상 산다는 게 뜻 같지 않다.”(人生在世不稱意)

굴원이 강가에서 쓸쓸히 「이소」를 노래하고 어부와 대화하던 그 시절부터 두고두고 사람들을 울린 중국 최고의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이 책에서 소개한다. 이백, 두보, 설도, 육유, 백거이, 어현기, 이욱, 이청조, 소식, 도연명, 맹호연, 왕유 등이 그들이다.

 

 

소리 내어 읽는 중국 옛 시의 맛과 멋

 

한시(漢詩)는 중국의 옛 시다. 언어가 다른 현대 한국인이 한시를 소리 내어 읽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읽는다 해도 그 맛과 멋을 알기엔 어려운 장르일 수밖에 없다. 우리말로 번역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이제껏 ‘한시’는 시어가 주는 감각적인 표현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전고(典故)와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중국의 옛 시를 소리 내어 읽게 만든다. 저자 안희진 교수는 중국의 옛 시를 우리말로 맛깔나게 녹여냈다. 현대시만큼이나 새롭고 감각적이다.

 

고운손,

황등술,

온 마을에 봄 오는 버드나무 담.

봄바람,

헛사랑,

시름 가득 몇 해인가 이별의 슬픔.

틀, 렸, 네.

― 육유, 「채두봉」중에서

 

“틀, 렸, 네.”의 한시 원문은 섞일 착(錯)자가 세 번 적혀 있다. 착착착(錯錯錯). 이 세 글자가 우리말로 번역되면 “틀, 렸, 네.”다. 이제껏 한시 번역에서는 보지 못한 감각적인 번역이다.

 

나를 두고 가 버린 지나간 세월

남은 것은 내 마음 휘젓는 오늘.

아득한 가을바람 기러기 난다

풍경을 마주하고 술잔을 들자.

―이백, 「선주의 사조루에서 교서 이운을 전별하다」중에서

 

이백의 시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 많지만, 우리말의 운율까지 맞추어 읽으면 이처럼 신선하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쓸쓸한 가을하늘이 떠오르는 시 한 편이다.

 

 

유아지경에서 무아지경으로, 시인의 노래에서 어부의 노래로

 

청나라 말기의 학자 왕국유는, “시에는 유아지경(有我之境)이 있고 무아지경(無我之境)이 있다”고 말한다. 이 두 용어를 곧바로 번역하면 ‘내가 있는 정경’과 ‘내가 없는 정경’이다. 즉, ‘유아지경’은 시에 시인의 감정이 배어 있는 정경이고, ‘무아지경’은 시인의 감정이 안 보이는 정경이다. 왕국유의 이 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시를 살펴보면, 중국의 옛 시는 크게 유아지경의 시에서 무아지경의 시로 유행이 바뀌었다. 물론 유아지경의 시와 무아지경의 시를 동시에 구사한 소식과 같은 시인도 있지만 대체로 중국의 옛 시는 유아지경에서 무아지경으로 넘어왔다.

눈물진 채 물어도 꽃은 말 없고(淚眼問花花不語), 그네 위로 날리네, 지는 저 꽃잎(亂紅飛過鞦韆去)”이라고 읊은 구양수의 시 「접련화」(蝶戀花)는 왕국유의 기준으로 보면 유아지경의 시이다. 시어 속에 눈물을 흘리며 꽃을 바라보는 시인이 고스란히 보인다.

잔잔히 이는 물결(寒波澹澹起), 유유히 내리는 새(白鳥悠悠下).”

금나라 시인 원호문이 읊은 「영정에서 작별하다」의 한 구절이다. 시인은 친구를 두고 떠나는 길이 아쉬워 강가에 말을 매고 함께 앉았다. 한 잔 술을 들고 얘기를 나누며 주변의 경치를 본다. 시인이 바라본 이 경치 속에 시인의 심경이 녹아 있다. 무심하게 시인의 눈에 들어온 정경. 이는 사실 시인이 자신의 심경과 같은 정경을 포착한 것이다. 이것이 무아지경의 시이다. 또 있다. 무아지경의 가장 대표적인 시. 바로 도연명의 「음주」(飮酒).

울 밑에서 국화 따다(採菊東籬下), 우두커니 남산 보네(悠然見南山).”

굴원 이후 대부분의 시들은 인생의 무상함이나 삶의 고단함, 사회적 좌절 등을 그렸고, 이별의 슬픔, 사랑의 갈망, 소외의 시름 등 감정을 표출한 유아지경의 시를 써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시가 있었던 것이다. 강엄이나 사공도, 원호문의 시 같은 것은 잔잔하기 그지없다. 감정의 물결이 잦아든 것이다. 잦아들어 마치 무미한 것처럼 보인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담백해서 시인에게 감정이 없는 듯하다. 사실 가만히 보면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정경 속에 녹아 버린 것이다. 이는 아마 시인 자신의 내적 조화로움에서 출발하는 시선일 것이다. 이런 노래는 왕국유의 말대로 ‘무아지경’이라는 시적 경지를 열어 보인다.

이 책에서는 유아지경의 시를 ‘1부 시인의 노래’에서 다루고, 무아지경의 시를 ‘2부 어부의 노래’에서 다룬다.

차례

서문

1부 시인의 노래

살아있으므로 운다
시란 울음이다
좋은 시에는 맛이 있다
유아지경의 시를 그리다
이백, “그대와 천만 시름 잊고 싶어라”
이백, “이 세상 산다는 게 뜻 같지 않네”
두보, “다시 핀 봄꽃 보니 눈물 흐르고”
설도, “꽃잎은 하루하루 바람에 지고”
백거이, “우린 모두 이 세상 떠도는 신세”
백거이, “반쯤 취해 누워서 옛얘기 하세”
어현기, “그대 향한 그리움은 강물 흐르듯”
이욱, “꽃잎 떠 흐르는 강 봄도 떠 간다”
송 휘종, “꿈결에 놀라 깨어 한숨을 쉰다”
이청조, “그 누가 진 꽃잎 쳐다나 보랴”
감정이 잦아든 시가 지어지다

2부 어부의 노래

소식, “지팡이 기대어 듣는 강의 물소리”
소식, “이 세상 어느 곳에 꽃이 없으랴”
도연명, “울 밑에서 국화 따다”
무아지경으로 자연을 낚아채다
맹호연, “맑은 강 달빛이 내게 내린다”
왕유, “가만히 앉아서 구름을 본다”
하나됨 속에서 주옥같은 시가 나온다
어부, 하나 된 삶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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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옮긴이

안희진

안희진安熙珍

단국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어려서 조부에게 천자문을 배운 게 평생 공부가 됐다. 한문에 익숙했던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예를 공부했다. 이 모든 것은 내게 중국에 대한 엄청난 동경을 갖게 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들어간 단국대학교 인문대학 중문과를 1986년에 졸업했다. 그해 홍콩으로 건너가 주해대학에서 중국문학 석사, 1990년에는 대륙으로 들어가 북경어언대학에서 수학, 1992년부터 4년 동안 북경대학에서 연수를 거쳐 박사과정의 공부를 했다. 소동파의 시에 배어 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으로 논문을 썼다. 1996년 귀국한 나는 3년 뒤 모교인 단국대학 중문과에 임용됐다. 강의로는 고전문학이나 컴퓨터로 하는 중국어 처리 등을 가르친다. 그동안 쓴 책 중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와 『소동파에게 시를 묻다』가 문화관광부의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이 책들을 쓰던 2006년에는 미국 오레곤대학 방문학자로 있었다. 이때 미국을 자전거로 종주하면서 자전거 여행이 일상이 됐다. 지금도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는 스스로 나비를 꿈꾸는 장자莊子라고 여긴다. 또 진가태극권에 능숙하고 중국 홍군紅軍이 부르던 혁명가를 잘 부른다.”

편집자 100자평
인생의 고비에서, 사회의 격변기에서 위로해줄 이조차 없는 슬픔과 좌절에 빠졌을 때, 겨자씨 같은 시 한 편으로도 수미산의 아픔을 녹여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
독자 의견
번호 도서 제목 댓글 글쓴이 작성일
1 시인의 울음 - 안희진 지음 / 돌베개
조통 2017.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