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울음 – 안희진 지음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7.2.27 | 목록
발행일 2016년 11월 7일 | 면수 384쪽 | 판형 변형판 152x215 | 장정 소프트커버 | 가격 18,000원

시인의 울음 – 안희진 지음 / 돌베개
부제 : 한시 폐부에서 나와 폐부를 울리다

격변의 세상을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툼에 비하고, 삶이 순간에 지나지 않음을 부싯돌의 불꽃에서 찾고, 겨자씨 안에 수미산이 담겨있음을 발견하는 중국의 옛 시인들의 작품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서 어떤 세상이라 판단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노래했다.

일찍이 한유가 말한 시의 근원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한 한유의 말이란, 불평즉명不平則鳴 균형을 잃으면 운다는 것.

정치가 제 기능을 잃으면 촛불의 불꽃이 온몸으로 울고, 감정이 균형을 잃고 요동치면 사람은 울고, 그러한 불균형은 서러움과 외로움은 물론이고 괴로움과 기쁨 또한 마찬가지.

물론 세상 또한 균형을 잃으면 울게 되어있다.

산이 균형을 잃으면 산사태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면 폭풍우와 번개를 내린다.

하물며 사람이 균형을 잃으면 울지 않을 리가 있겠나~

그런 삶과 정서의 불균형을 느끼는 보통 사람들은 울음으로, 예술의 도구로 훈련이 된 사람인 시인은 시로, 가수는 노래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조각가는 조각 작품을 만든다.

그런 옛 중국 시인들인 굴원, 이백, 두보, 설도, 육우, 백거이, 소식, 도연명, 맹호연, 왕유 등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굴직굴직한 시인들이 처했던 상황 속에서 쓰인 시들이 어떤 배경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상세히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그 원시를 끌어와 한글로 번역해서 올리는 감수성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인데…

복잡한 해석을 다양한 한글로 표현하는 작업을 지난 수십, 수백 년간 여러 명이 각양각색으로 해석 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그 거장들 작품을 맑게 정화하는 작업을 거쳐 잘 가다듬어서 맛있게 정제된 한글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근래에 드물듯

중국시의 바다를 시원하게 경함할 수 있었던 멋진 작품들을 맛나게 맛볼 좋은 기회다.

*****

_ 평소에는 응고되어 있다가 물 등을 만나면 전류를 통하는 전해질처럼, 감정은 사람의 내면에서 소리 없이 있다가 문득 어떤 정경을 그린 언어와 결하하면 격렬한 파동을 일으킨다. 그 파동이 바로 한유가 말하는 ‘시인의 울음’이다.

_ 이백의 모든 시에서 가장 많이 쓰인 글자는 ‘하늘天’이다. 그는 하늘나라가 아닌 땅, 즉 당나라라는 현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백은 외모가 보통의 중국인과는 달랐다. 두렷한 이목구비에 강한 개성을 가진 이백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출생의 신비는 물론이거니와 문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언행도 개성이 넘쳤다.

사천에서 지낸 젊은 시절에는 항상 검을 차고 다니며 협객을 자처하기도 했다.

_ 두보의 말에 의하면 이백이 시를 쓸 때는 "붓을 휘두르면 비바람이 몰아쳤고 / 시가 완성되면 귀신도 울었다." 그 자유분방한 기세며 변화무쌍한 필치는 아무도 견줄 수 없었다. 그는 진정 최고의 시이었다.

_ 송나라 때 지어진 『몽계필담夢溪筆談』의 기록에 따르면 당나라 때 일반적인 술의 도수는 3도에서 15도 정도의 주정이었다. 중국의 술 도수가 높아진 것은 도수 높은 술을 마시는 북방의 금나라와, 몽고족이 통치한 원나라 이후의 일이다.

_ 당나라 290년 동안 207명이 여성 시인이 나왔다. 이 숫자는 기록으로 남은 시 중 한 수라도 쓴 여성을 다 포함한 것이다.

그중 가장 멋진 시를 쓴 시인 중의 하나가 설도薛濤다. 지가 홍도洪度인 설도는 유채준, 어현기, 이야와 함께 당대 4대 여성 시인이었다.

조정의 음악 관련 관직에 있던 부친 덕분에 어릴적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부

친은 나중에 사천의 성도로 좌천되고 얼마 안 있어 병사한다. 생활고에 쫓긴 끝에 열여섯 살의 설도는 모친의 권유로 부득이 노래하는 기녀로 등록을 해야 했다.

_ 사람들이 세속적인 경쟁에 휘말려 사는 것을 작디작은 달팽이 뿔 위의 다툼일 뿐이라고 한 『장자』의 말을 인용했다.

_ 현재 중국의 학자들에게 만약 과거로 돌아가 잠시 살아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가장 먼저 돌아가고 싶은 중국 왕조는 어느 왕조인가를 물으니, 열에 아홉은 송나라라고 대답했다.

당나라에서는 중앙 관직에 오르는 사람의 열에 아홉은 귀족 출신이었다. ‘안사의 난’ 이후로 과거에 합격해서 역사서에 이름을 남긴 당나라 인물들 268명 중 205명이 귀족의 자제였다.

당나라의 과거 시험은 귀족 자제들 간의 경쟁일 뿐이었다. 귀족 중심의 당나라와는 달리 송나라는 사족士族 중심이었다.

송대의 과거 시험에는 학력, 가문, 재산의 다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응시가 가능했다. 단지 공업,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 승려로서 환속한 사람, 불효 등 인격 파탄자, 범죄자의 자식 등 몇 가지 경우는 제외됐다.

_ 개국 황제인 송 태조 조광윤은 후대 황제들만 볼 수 있는 비밀 유언을 남겨 "전 왕조의 황족, 사대부, 간언하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 이처럼 문인을 존중하는 송 태조의 개국 정신은 북송, 남송 양대 왕조를 지배했다.

현대 중국의 학자들이 송나라 때를 선망하는 것은 이러한 언론의 자유와 인권의 보장 때문일 것이다.

_ 송대 인구는 두 배 늘었는데 과거 급제자는 다섯 배가 늘었다.

배치할 관직이 없어, 업무는 없고 이름뿐인 관직이 허다했다. 그런 사회적인 변화에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았으나, 긍정적인 면은 지식인 계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다. 중산층이 지식인으로 가득해지자 전에 없는 학술과 문화의 발전이 일어났다.

_ 시가 보여주는 정경은 모두 가슴 아리다.

이별이 슬퍼서 아리고, 사랑이 그리워서 아리다. 인생이 허무해서 아리고, 뜻을 펼치지 못해서 아리다.

세상 사는 일이 뜻 같지 않아서 울었던 이백,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살아가는 사람을 애처로운 눈으로 그려 낸 두보, 허무한 인생이니 술을 들어 달래자던 백거이, 이들은 중국의 당나라를 풍미한 대 시인들이다. 사랑을 잃고 울던 설도, 마음을 받아달라고 하소연한 어현기, 망한 나라와 자신을 돌아보며 울던 이욱, 남편을 보내고 혼자 남은 외로움을 달래던 이청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비애감이다. 슬프니까 운다.

_ 도연명은 사망할 때까지 129수의 시와 12편의 문장을 남겨, 그의 시문은 『도연명집』에 수록됐다. 그의 전체 작품을 보면 술 관련 시가 절반을 차지한다. 술을 소재로 한 시를 통해서 그는 삶의 본질에 침잠하는 즐거움을 노래했다.

_ 소식은 도연명 사후 그를 잘 이해한 사람이다.

도연명보다 거의 500년 뒤에 살다간 소식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도연명의 시를 좋아했다.

사실 도연명은 소식이 그를 최고의 시인으로 부각시키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그를 소식은 역대 역대 최고의 시인이라고 평가한다.

그의 그런 평가는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소식은 자신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풍부한 이론을 바탕으로 도연명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론의 핵심에는 ‘무아지경’이 있다.

_ 맛 너머의 참맛味外之旨 사공도가 좋은 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는 종영이 말한 ‘자미滋味’를 발전시킨 개념이다.

_ 좋은 시는 다들 좋은 맛을 내기는 내는데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맵고 시고 달고 쓰고 짠맛이란 나름대로 다 맛이 있다.

시에도 좋은 맛이 있다.

예를 들어서 이별의 슬픔을 가슴 아프게 그린 시가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방의 소금처럼 아주 맛있는 소금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는 소금만 먹지 않는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입에서 그리워지는 맛이 있다.

사공도는 이를 ‘순정한 맛’이라고 했다. 이것이 시의 ‘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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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이 열하를 가며 느꼈던 ‘통곡하기 좋은 곳’이라 느끼고 표현했던 것 또한 ‘시인의 울음’의 일종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그런 벅찬 감동을 최근에는 만나지 못하고 있고, 아님 혹시 만났는데 못느꼇거나….

과거 산에 다니는 흉내를 내던 시절에 다녔던 설악산 대청봉이나 토왕성 폭포를 오르기는커녕 오를 엄두도 못 낼 뿐만 아니라, 토왕이 가장 잘 보이는 ‘한편의 시가 있는 길’의 암벽 등반도 큰맘 먹고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갈수 있는 지금…

연암이 만났던 통곡하기 좋은 곳을 만나서 ‘시인의 울음’을 느껴볼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나이가 된듯하여 아쉽긴 하다.

거기다 삶이든, 사랑이든, 정치든, 경제든… 다양한 형태의 불균형에 대응하는 자세 또한 게을러지면서 마음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기도 한 시점.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서럽게 울던 현상들도 줄어드는 듯하다.

그나저나 이제 서럽게 울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하나…

이 책을 본 김에 뒤돌아보면,

나는….

감수성이 떨어진 것일까?

균형이 깨지는 일이 줄어든 것일까?

무관심해진 덕분일까?

이백처럼 자신에 처한 서러움이 복받칠 만큼의 시련을 겪지 않아서인가…

이 한 권의 책 『시인의 울음』은 내게 그런 질문을 남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았다.

시인의 울음 – 안희진 지음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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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수정, 탈고를 할 수 없는 한 편의 긴 시를 쓰는 것이고, 그 시의 주인공이자 필자가 된다. 그 긴 삶 속에서 균형이 어긋나면 울게 되고, 그 현상을 시인은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소설가는 소설로 쓴다. 중국 대가들을 글을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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