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김창수
발행일 | 2017년 10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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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1998267 03810 |
면수 | 460쪽 |
판형 | 변형판 140x210, 반양장 |
가격 | 14,500원 (전자책: 10,150원) |
수상∙선정 | 2018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세종도서 교양부문 |
영화 <대장 김창수>의 원작소설
“우리가 몰랐던 청년 백범과 마주하다!”
영화 <대장 김창수> 개봉과 함께 소설 『대장 김창수』를 출간한다. 이 책은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 시절, 그중에서도 치하포 사건 이후 인천감옥소에 투옥되어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으니, 백범 선생의 전생애에서 본다면 아주 작은 부분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역사학자 도진순 교수의 말처럼, 청년 김창수가 독립운동가 백범으로 성장하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찰나이다. 이 소설은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가는 청년 김창수의 도약을 다룬 이야기이다. 영화와는 또 다른 치밀한 스토리의 전개를 맛볼 수 있다.
백범 김구, 제1의 역사적 찰나
소설 『대장 김창수』가 만약에 시리즈물이라면, 이 책은 ‘백범, The Beginning’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백범 김구의 삶은 파란만장한 굴곡진 삶이었으며, 그 속에서 치하포 사건은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가 세상에 드러나는 아주 작은 시발점일 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시기에 주목한다. 바로 평범한 시골 청년 김창수가 백범 김구로 거듭나게 되는 큰 계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 시기를 역사학자 도진순 교수는 제1의 역사적 찰나라고 명명한다.
인간에게는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하는 ‘역사적 찰나’가 있다. 백범 김구에게 제1의 ‘역사적 찰나’는 만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1896년 3월 9일에 일어난 ‘치하포 사건’이다. 이날 새벽 안악군의 조그마한 포구에서, 울분에 젖은 시골 청년 김창수는 일본인 쓰치다를 처참하게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청년 김창수는 국왕 고종의 주목을 받는 스타 죄수가 되기도 하였지만, 근 2년간의 감옥살이, 사형 문턱에서의 집행 정지, 탈옥, 승려·기독교인으로의 변신 등 파란만장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작가는 이 만만치 않은 ‘역사적 찰나’를 소설로 구성했다. 작가는 김창수의 민족적 성장 과정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바, 이를 통해 백범의 제1의 ‘역사적 찰나’가 지니는 역동성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동학의 접주로서, 의병장으로서 활약하던 청년 김창수는 1896년 3월 9일, 황해도 안악의 해변가 지역인 치하포 객줏집에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土田讓亮)를 죽였다. 그런 다음 주막 주인 이화보에게 필기구를 갖고 오게 해서 몇 줄의 포고문(布告文)을 썼다. 먼저 일본인을 죽인 이유를 “국모보수(國母報讐)의 목적으로 이 왜인을 죽이노라”라고 밝히고, 마지막 줄에 “해주 백운방 텃골 김창수(金昌洙)”라고 써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벽에 붙이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이화보에게 명령하기를, “네가 이 동네 동장이니 안악 군수(安岳郡守)에게 사건의 전말을 보고하라.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겠다. 기념으로 왜놈의 칼은 내가 가지고 가겠다”라고 말한 다음, 그 길로 도망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체포되기를 기다렸다. 5월에 해주옥에 투옥되고, 7월에 인천감옥소로 이송, 8∼9월 동안 세 차례 심문을 받고 교수형을 받게 되었지만 고종의 판결 보류로 미결수로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1898년 3월, 23세의 김창수는 인천감옥소를 탈옥한다. 탈옥 이후 신분을 감추고 살면서 1900년에 김구(金龜)로, 1912년에 지금의 이름 김구(金九)로 개명하였다.
이 책은 치하포 사건 이후 인천감옥소에서 미결수로 생활하다 탈옥한 짧은 시기를 다뤘다. 이 시기에 백범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당시 기록에 따르면 백범은 인천 감옥소에서 『대학』(大學)·『세계역사』(世界歷史)·『세계지지』(世界地誌)·『태서신사』(泰西新史) 등을 읽으며 서양 근대문물을 본격적으로 접했다고 되어 있다. 이 책은 현재 기록으로 남아 있는 부분과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청년 김창수의 역사적 찰나를 소설로 재구성하였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건만!
치하포 사건에 대한 후인들의 평가는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극과 극으로 갈린다. 혹자는 백범에 대해 무고한 일본인을 죽인 살인자이며 이후 그의 삶을 테러리스트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이와 정반대의 의견이 많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무고한 일본인을 죽인 것이 결코 잘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하포 사건 이전의 일들부터 사건의 소이연을 찬찬히 살펴본다면 이 사건을 단순히 살인 사건으로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백범일지』의 이 당시 상황에 대한 서술을 읽어보면 백범이 한 순간의 짧은 판단으로 일본인을 죽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끊임없이 스스로 자문자답하고 확인 또 확인한 뒤에 결행했다. 다음은 『백범일지』의 해당 부분이다.
나는 그놈의 행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곳은 진남포 맞은편 기슭이므로 매일매일 여러 명의 왜인이 자기들의 본래 행색대로 통행하는 곳이다. 그러니 저놈이 보통 장사치나 기술자 같으면, 굳이 우리 조선사람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저 자가 우리 국모를 시해한 미우라(三浦梧樓)가 아닐까? 경성에서 일어난 분란 때문에 도망하여 당분간 숨으려는 것은 아닌가? 만일 미우라가 아니더라도 미우라의 공범일 것 같다. 여하튼 칼을 차고 숨어다니는 왜인이 우리 국가와 민족의 독버섯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내가 저놈 한 명을 죽여서라도 국가의 치욕을 씻어 보리라.’
(중략)
나는 곧 자문자답해 보았다.
문, “네가 보기에 저 왜인을 죽여 설욕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하는가?”
답, “그렇다.”
문, “네가 어릴 때부터 ‘마음 좋은 사람’ 되기가 소원이 아니었더냐?”
답,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원수 왜놈을 죽이려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도리어 죽임을 당하면, 한낱 도적의 시체로 남겨질까 그것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때까지 ‘마음 좋은 사람’ 되고자 했던 것은 다 거짓이고, 사실은 ‘몸에 이롭고 이름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는 소원만 가졌던 것이 아닌가.”
자문자답 끝에 비로소 죽을 작정을 하고 나니, 가슴 속에서 일렁이던 파도는 어느덧 잔잔해지고 백 가지 계책이 줄지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_도진순 주해, 『백범일지』 중에서
그렇다면, 치하포 사건이 일어나기 전, 조선의 상황은 어떠했던가.
1894년, 이해 1월에 전봉준의 고부민란이 발생했으며, 6월에는 조선땅에서 청일전쟁이 발발했다. 19세의 청년 김창수는 가을에 해월 최시형을 만나 동학 접주 첩지를 받았고, 곧이어 팔봉 접주로 선봉에 서서 해주성을 공격했지만 실패했다. 1895년 3월에 전봉준이 처형되고, 을미사변(乙未事變)으로 명성황후가 일본인에 의해 시해되었다. 11월에 단발령이 공포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동학군, 수많은 의병이 죽임을 당했고, 한 나라의 왕비조차도 왜놈들 손에 죽임을 당했다. 김창수는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었다. 설혹 치하포에서 만난 왜놈이 왕비를 살해한 그놈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이놈을 죽여서 그동안 받은 모욕과 수모를 갚고 싶었다. 이 장면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은 적 있소?”
“복수?”
“복수하고 싶은데, 번번이 실패한 적은?”
(…)
“복수를 하려고 절벽 끝까지 갔었소. 거기까지만 간 것도 용감했다고 이제 그만 돌아오라더군. 나는 절벽에서 허공을 향해 횡으로 뻗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섰다오. 그 나무에서 가장 마지막 가지에 매달렸소. 두 팔은 물론이고 허리까지 팽팽하게 당겨졌소. 그리고 그 손을 놓았지. 되돌아올 기회가 남은 데까지만 가는 건 비겁한 것이오. 살고 죽고는 내 문제가 아니오. 나는 복수하고 싶었소. 그리고 마침내 내 식대로 성공한 게요. 개항 이후 우린 늘 양이와 왜국에게 당하기만 했소. 조선에도 복수를 꿈꾸고 복수에 성공하는 사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해치워 버린 게요. 내가 달아나면, 왜인의 돈을 노리고 저지른 강도짓이 되고 만다오. 붙잡힌다면, 재판을 받을 테고, 그 자리에서 난 왜국과 양이가 조선에 저지른 범죄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싶었소. 해주 감영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나는 한마디도 불지 않았소. 적어도 인천항 재판소 정도는 되는 곳에서, 왜국과 양이의 외교관과 장사꾼이 모인 자리에서 주장하고 싶었소. 너희들이 저지른 악행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고. 계속 우리를 능멸한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부 갚아 주겠다고. 복수하겠다고.”
젊은 김창수의 가슴속에는 울분이 쌓여 있었다. 일본인에 의해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학도들이 죽어나갔고, 의병들이 죽어나갔고, 심지어 한 나라의 국모조차 죽어나갔지만, 어느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여 복수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김창수는 이렇게라도 복수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철혈남아鐵血男兒
작가 김탁환은 ‘작가의 말’에서 이러한 김창수를 ‘철혈남아’라고 부른다. ‘철혈’은 장광설이나 이론이 아니라 몸을 던져 수행하는 실천적 행위를 말한다. 백범 선생은 이봉창·윤봉길 등 실천하는 운동가를 기리며 ‘철혈남아’라는 휘호를 즐겨 썼다.
탄환처럼 개화기를 질주한 문제적 인간. 새 세상을 만들려는 거의 모든 사상을 섭렵하며, 불의와 부당과 불공평에 맞서 싸웠으며, 내일 따윈 없다는 듯 온몸을 던졌다.
철혈남아 김창수의 핵심에 인천 감옥소가 있다. 감옥소는 그 자체로 강력한 적(敵)이다. 당연한 듯 누리던 자유가 사라지고 수인(囚人)으로 전락한 김창수는 한 마리 짐승을 강요하는 감옥소에서 사람답게 시시각각 살고자 몸부림쳤다. 동학군 선봉을 맡았던 해주성, 의병이 되어 건넌 겨울 압록강보다 치명적이고 비열하며 악랄한 전쟁터가 바로 감옥소였다. 그곳에서 청년 김창수는 더 높이 바라보고 더 깊이 가라앉았다. 반성하고 깨달은 삶의 지혜들을 감옥소에서부터 실천해 나갔다. _‘작가의 말’ 중에서
*** 본문 읽기
질문 하나
“하나만 묻자. 왜놈을 죽인 뒤 왜 벽에 주소를 적어 두고 돌아와 기다렸지?”
김창수가 담담히 답했다.
“의병장으로서……”
말허리를 잘랐다.
“그렇게 죽고 싶어?”
고개를 돌려 김창수의 두 눈에 깃든 어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김창수도 영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까마귀 한 마리가 머리카락을 스칠 정도로 아주 낮게 날아 숲으로 들어갔다. 영달은 허리를 숙였지만 김창수는 그대로 선 채 고개를 다시 돌려 이미 이승을 떠난 외국인들의 무덤을 살폈다. 어둠이 밀려들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와 숫자들이 어둠에 잠겨 사라졌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은 적 있소?”
“복수?”
“복수하고 싶은데, 번번이 실패한 적은?”
영달은 자신에게 낡은 목선을 속여 판 선주를 떠올렸다. 강화도 투전판에서 그를 붙잡았고 손등을 박살냈을 뿐만 아니라 인천 감옥소에서도 여러 차례 두들겨 팼었다. 선주는 옥사했고 영달은 살아남았다.
“복수를 하려고 절벽 끝까지 갔었소. 거기까지만 간 것도 용감했다고 이제 그만 돌아오라더군. 나는 절벽에서 허공을 향해 횡으로 뻗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섰다오. 그 나무에서 가장 마지막 가지에 매달렸소. 두 팔은 물론이고 허리까지 팽팽하게 당겨졌소. 그리고 그 손을 놓았지. 되돌아올 기회가 남은 데까지만 가는 건 비겁한 것이오. 살고 죽고는 내 문제가 아니오. 나는 복수하고 싶었소. 그리고 마침내 내 식대로 성공한 게요. 개항 이후 우린 늘 양이와 왜국에게 당하기만 했소. 조선에도 복수를 꿈꾸고 복수에 성공하는 사내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해치워 버린 게요. 내가 달아나면, 왜인의 돈을 노리고 저지른 강도짓이 되고 만다오. 붙잡힌다면, 재판을 받을 테고, 그 자리에서 난 왜국과 양이가 조선에 저지른 범죄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싶었소. 해주 감영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나는 한마디도 불지 않았소. 적어도 인천항 재판소 정도는 되는 곳에서, 왜국과 양이의 외교관과 장사꾼이 모인 자리에서 주장하고 싶었소. 너희들이 저지른 악행을 하나도 잊지 않고 있다고. 계속 우리를 능멸한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부 갚아 주겠다고. 복수하겠다고.”
확신범이었다.
제1부
감옥소
이야기는 이야기다
박달
지옥문
선봉에 서서
사일삼
척양척왜
사경을 헤매다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건만
다시, 미치도록 복수하고 싶건만
재판소 가는 길
치하포란 전쟁터
속전속결
질문 하나
제2부
먹이 피라미드
조율재처
죄수들
오랫동안 버텨 주라
의연함에 대하여
사형수
도망자
때 이른 불행
하늘같이 받들다
제3부
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봉우리들
첫 수업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가비집에서 생긴 일
벌방
도둑처럼 날아들다
죽음의 행진
사형 집행
제4부
감옥소
사형이 중지된 다음 날
어떤 제안
겨울, 선착장
쾌남자
개죽음
담판
삶은 다른 곳에
탈옥
에필로그: 철혈남아
작가의 말 / 김탁환
작가의 말 / 이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