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비교

김대륜 지음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ISBN 9788971999189 03900
면수 344쪽
판형 변형판 145x205, 반양장
가격 16,000원
주요 내용

세계사는 어떻게 한국사와 맞닿아 있는가

개념과 주제로 겹쳐 읽는 한국사X세계사!

한국사는 한반도 안의 역사였던 적이 없었다. 한국사만 알아서는 한국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사는 한반도가 속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지의 역사적 변화와 항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자체가 제2차 세계 대전과 그 종전 이후에 한국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인류가 참여하여 이루어 낸 새로운 국제 질서의 크나큰 결과였다. 한국사를 바라보는 역사관이나 그 역사를 쓰고 엮는 교양서의 방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과 한국인만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의 민족 국가와 국민을 필연적인 결과로 상정한 역사는 한반도 외부에서 미친 정치・경제・문화적 영향과 한반도와 세계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대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의 ‘다정한’ 역사 수업을 생생히 옮긴『역사의 비교』는 현대 한국 사회의 겉과 속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인 민주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를 주제로 삼아 한국사와 세계사를 겹쳐 읽는 비교 세계사 교양서다. 책은 이 세 가지 개념의 출현과 발전의 현장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종횡하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폭넓게 조망한다. 한국과 세계의 정치・경제・문화적 관계가 나날이 긴밀해지는 오늘날의 한국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사책을 오랫동안 숙고해 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국민 국가 중심의 역사 내러티브가 아닌 상품이나 이념, 지식이 국경을 가로지를 때 드러나는 상호 연관성을 강조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한국은 이미 세계의 다양한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또 그 영향을 고유한 역사적 맥락에 따라 수용 또는 변형시켜 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개념과 주제에 주목해 한국사와 세계사의 맥락을 엮어 읽는 ‘비교 역사학’적 접근은 한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도 유효하다. 현재의 한국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세계와의 연관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역사 공부는 파편화된 지식의 암기로 흐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역사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새롭게 배울 것이 적은 분야라고 오해하는 데는, 한국사가 세계사와 꾸준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를 형성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화가 비단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에 바탕을 둔 상호 이해의 증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려면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중심에 놓고,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서술을 피했다. 대신에 현재의 한국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개념과 주제를 선정하고, 그 역사적 기원과 전개 과정을 추적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그것이 한국의 역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았다.” _「책머리에」에서

 

한국 현대사에 압축된 서구 민주주의의 긴 여정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끊임없이 이념의 지향점을 바꾸며 새로운 과제를 국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체제, 근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점이 아닐까요? 지금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인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1부 「민주주의와 인권」에서는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핵심 원리인 민주주의와 그 근간인 인권 개념을 다루었다. 민주주의가 처음 태동한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여느 세계사 도서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전개 방식은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민주주의의 형성 과정과 운영 원리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이 이념이 어째서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비판을 받았는지 예리하게 분석한다. 이 점이야말로 오늘날 한국에서도 민주주의적 국가 운영이 쉽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는 핵심인 까닭이다.

지금의 한국인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평등과 인권 개념이 형성되어 온 복잡한 과정을 최대한 간명하게 다듬어서 서술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들의 권리, 즉 특권은 그들이 속한 계급, 직업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던 까닭에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권이라는 개념은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서양보다 더 일찍 더 강고한 중앙 집권 체제를 구축했던 동양의 전제주의에서 민주주의의 단서를 모색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조선과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는 군주가 자신의 도리를 다 해서 모든 백성을 보살펴야 한다는 이른바 천명(天命)의 제약이 있어서 흔히 생각하듯이 군주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조선의 경우를 보면 오랫동안 관료제를 독점한 양반 사대부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 세력이 형성되지 못해서 정조(正祖)가 추진한 것과 같은 국가 개혁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조를 비롯한 조선의 국왕들이 프랑스의 귀족에 맞섰던 부르주아와 같이 양반 사대부에 대응할 계층을 육성하지 않았던 탓에, 민본(民本) 사상이나 민국(民國)의 이념을 강조했음에도 백성을 국가의 주인으로 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서양의 민주주의와 동양의 전제주의의 접점을 예리하게 통찰한 대목 중 하나다.

저자는 서구에서 탄생한 민주주의의 긴 성장 과정 중 중요한 계기들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면서, 그것이 한국사 및 동양사와 맞닿는 지점에 주목한다. 그럼으로써 서양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개념이 뿌리내리기까지 이어진 숱한 고비와 어려움이, 현재와 같은 민주주의 체제를 운위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70여 년간 겪어야 했던 현대사의 시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겹쳐 읽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서양 정치 체제와 이념의 이런 다양성에 견주어 보면, 근대에 진입하던 무렵의 한국인이 내적으로 참조했을 정치적 경험과 지식의 지평은 무척 좁아 보입니다. 중앙 집권적 관료제와 강력한 국왕의 권위가 바탕이었던 조선 왕조의 도덕 정치라는 이상과 정치적 실천은, 끊임없이 부침을 겪었어도 500년 이상 지속되었을 만큼 나름대로 효율적이고 견고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 체제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겠지요.”

 

노예와 혁신의 힘으로 이룬 자본주의 그리고 세계화의 불안

“1997년 아시아의 금융 위기에 뒤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전례 없이 세계화된 자본주의 세계 경제가 아직까지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듯한 상황은 불안감을 더합니다.”

2부 「세계화와 자본주의」에서는 현재 한국과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원칙인 자본주의와 그것을 확산, 발전시킨 원동력인 세계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가 도래하기 이전에 이미 오래 전 인류가 경험했던 중국, 이슬람, 중세 서유럽의 세계화를 먼저 소개한 다음, 대항해 시대에서 촉발된 서유럽 중심의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형성 과정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여기서 저자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세계화의 중요한 측면인 노예 무역의 역할과 그 실상이다. 서유럽의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아프리카의 노예들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너무나 혹독했던 사탕수수 농장 등의 노동 환경 탓에 노예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을 뿐만 아니라, 육체 노동의 특성상 젊은 남성 노예만을 납치해 온 탓에 성비도 맞지 않아서 노예의 자체적인 재생산이 불가능한 데 있다는 지적은 특히 신랄하다. 현재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서 세계화가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자본주의의 확산에 힘입은 세계화만으로는 인류의 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예다.

대항해 시대에 힘입은 세계 시장의 형성과 산업 혁명이 이룬 서구 중심의 공업화와 비서구의 약화로 19세기부터 절정에 이른 자본주의 세계화를 살펴볼 때는, 일방적인 자유 무역의 희생양이 된 조선을 비롯한 비서구 세계의 상황에 주목했다. 특히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 원료 공급지와 상품 수출지로서 식민지가 필요했던 일본의 경제적 야욕 탓에 불평등한 시장 개방을 감수하고, 식민 지배하에서 일본 상품의 수입에 치중하며 무역 적자가 누적되었던 조선의 실상을 당시의 세계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일본의 식민 지배가 초래한 수탈의 차원을 넘어서, 당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19세기의 자본주의적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근대의 경제적 모순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19세기의 세계화는 제2차 세계 대전과 함께 막을 내리고, 이 전쟁이 끝나자 미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화가 진행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세계화는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앞서서 진행된 세계적 변화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사태를 전후해서 한국 경제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이전인 1960년대 후반의 박정희 정권 후반부터 한국 경제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새로운 흐름에 편승해서 나름의 경제 발전을 도모했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따라서 2부에서는 한국 경제가 어느 날 갑자기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형성된 이래로 꾸준히 ‘나름의 위치’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독자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일방적인 공격이나 찬양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기술 진보의 당연한 결과이거나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이 책에서 강조했듯이 한 국가 내부의, 또한 국가들 간의 관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갈등하며 타협한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을 되새긴다면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모든 역사 현상처럼 인간의 의식적인 선택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을 얻게 되니 말이지요.”

 

제국주의와 배타주의를 넘어 성찰하는 민족주의의 현재

“민족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어요. 세계화가 꾸준히 확산 중인 까닭에 순수한 민족 국가 건설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더 활발해졌고, 이 과제를 일찌감치 해결한 국가도 외국인 혐오와 같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유산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지요.”

3부 「제국과 민족주의」의 주제는 오늘날 주권 국가 중심의 국제 사회를 형성한 제국이라는 개념과 그 대응 이념으로서 민족주의다. 여기서는 오랜 역사 동안 세계 각지에서 등장했던 제국들의 특성과 그 공통적인 목표를 최대한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오랫동안 여러 강대국들이 국제 사회를 운영한 원리이자, 도달할 목표로 삼았던 만큼 제국의 개념은 한국인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 제국들이 대항해 시대와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급속히 팽창하는 과정은 조선을 식민화한 일본 제국으로 이어졌다. 민족주의와 민족 국가, 그리고 그 상대로서의 제국주의와 제국은 세계사의 외딴 개념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저자는 미국과의 불평등 조약으로 국가를 개방한 이래 끊임없이 서구 열강의 일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일본의 욕구와, 그런 일본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반도의 근대화를 이루고자 했던, 윤치호를 비롯한 근대화론자들의 역할과 의미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들은 한국사 속의 변절자 혹은 반민족주의자이지만 그와 동시에 당시 제국의 통치하에서 제국 수준의 근대화를 좇고자 했던, 여러 식민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역사적 유형인 까닭에 비교 세계사적 접근에서 특히 유용한 분석 대상으로 드러난다.

결국 이렇게 입체적으로 민족주의와 제국을 분석함으로써 저자는 민족주의에 필요한 비판적 자아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이 패망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형성된 여러 민족 국가들이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며 소수자와 이민족을 배척하는 ‘애국주의’에 매몰되고 있으며 현재의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오늘날 국민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한국인들이 가져야 할 태도를 피지배 민족으로서의 자주성을 갈망했던 민족주의의 형성 과정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한국으로만 시선을 좁혀 보면, 체제 경쟁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의 수립과 같은 더욱 중요한 근대 기획이 심하게 훼손되는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국력 신장을 이루어 민족 국가의 독립을 지켜 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서 자유롭고 평등한 주권 국민의 형성, 민주적 정치 문화의 안착과 같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지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탄생한 여러 신생 국가와 그 국민들이,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만큼 심각한 독재와 권위주의로 억압당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이런 어려움을 잘 보여 줍니다.”

차례

책머리에

1부 민주주의와 인권

1장 민주주의는 보편적인 정치 원리인가?
2장 고대 민주주의의 조건
3장 혼란에 빠진 고대 민주주의
4장 왜 모든 인간이 평등한가?
5장 동양 전제주의를 향한 오해
6장 인권이라는 개념의 탄생
7장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대립과 공존
8장 한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9장 맺음말

2부 세계화와 자본주의
1장 세계화와 자본주의는 한 몸
2장 세계화 이전의 세계화?
3장 바다로 나아가는 유럽
4장 폭력의 세계화, 노예 무역
5장 자본주의의 탄생 조건
6장 자본주의 산업화와 ‘대분기’
7장 자본주의가 이루어 낸 19세기 세계화
8장 세계화의 재구성
9장 자본주의의 미래는 있을까?
10장 맺음말

3부 제국과 민족주의
1장 국가들은 서로 평등할까?
2장 제국의 정체
3장 부를 추구하는 제국
4장 쉽고도 간편한 침략
5장 오만한 문명화
6장 제국과 협력자
7장 국민, 그리고 민족
9장 맺음말

찾아보기

지은이·옮긴이

김대륜 지음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18세기 후반 영국 상인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영국의 근대적 경제 성장과 국가의 관계, 근대 초 영국과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정치 문화, 영 제국의 기원과 발전과 같은 주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주제로 근대의 성취와 한계를 예리하게 파헤치면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 공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패권의 비밀』(공저), 『세계의 대상인들』(공저), 『서양사강좌』(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근대세계체제 1』(공역)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다시 읽기」, 「18세기 영국의 경제와 정치제도」, 「Mercantilism, still a useful concept for imperial history?」와 같은 글을 썼다.

편집자 100자평
역사를 보는 관점만큼이나, 역사를 엮는 주제와 기준도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도구들을 이용해 역사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의 한국과 세계를 이루어 낸 주요 개념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비교와 통합의 세계사를 소개한다.
독자 서평
번호 도서 제목 댓글 글쓴이 작성일
1 역사를 즐겁게 관람하는 법 - 역사의 비교
쪼어름 2019.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