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이슈
정의를 위한 주장
원제 | The Transgender Iss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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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부제 | An Argument for Justice |
발행일 | 2022년 2월 27일 |
ISBN | 9791191438529 03330 |
면수 | 398쪽 |
판형 | 변형판 135x210, 소프트커버 |
가격 | 23,000원 |
“어떤 사회가 공정과 평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그 사회가 가장 소외된 집단에 속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권익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수자로 산다는 건, 한편으로는 다수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일들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소수자성을 의식해가며 살고 있다.(그래야 한다.) 나도 어떤 소수자 이슈에서는 다름 아닌 당사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아시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인종적으로 소수자다. 누구나 한때는 어린이였고 늙으면 노인이 될 것이기에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소수자가 된다. 누구나 소수자성을 의식해가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갑자기 부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그동안 내가 어떤 집단을 일상적으로 타자화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일이다.
소수자, 그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그간에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진해 왔다. 일단 어느 누군가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그 사람의 ‘선택’이 아님이, 세상에는 그저 원래 그렇게 태어난 사람도 있다는 것이 관련 단체의 운동이나 홍보, 미디어의 재현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양성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이 ‘내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님을 인지하게 된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 모든 사람은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커다란 전제가 우리 마음속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7년에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1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매 선거철마다 잊지도 않고 또 와서 의제로 등장하기는 하나, 그래도 그동안 그 덕분에 법의 영역을 벗어나 생활 영역에서 어떤 이유나 형태로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시간과 함께 자라났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성소수자를 일컫는 약자 LGBTQ+의 네 번째 글자, T를 의미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악의적으로 구성된, 실제와 많이 다른 스테레오타입이나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 희화화, 그리고 그들이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범죄자 같은 존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故 변희수 하사나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학생, 연극 작가 이은용 씨 같은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가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SNS상의 댓글 논쟁, 논쟁거리도 못 되는 악플, 그리고 대중의 반응을 우리 모두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언론이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건
우리가 당면한 난점을 다루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활용해 자기들 이슈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었다.”
2021년 영국에서 출간된 『트랜스젠더 이슈』는, 최근 언론이나 SNS상에서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벌어지는 각종 논쟁과 관련 이슈 대부분을 다룬다. 다만, 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흔히 트랜스젠더 이슈 하면 떠올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올림픽 여성 경기를 제패하게 될 것인가?’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사용해도 되는가?’ ‘트랜스젠더 여성도 진정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같은 다분히 ‘시스젠더적’ 입장에서 나온 궁금증이나 이슈가 아니라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당사자들이 맞닥뜨리는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에서도 소수자들을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재현하는 노력을 통해 일반 대중의 인권 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던 지난 수십 년간의 운동이 있었고, 그 덕에 의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차별과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인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 불일치감)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에 맞는 치료를 받기 힘든 문제, 더 근본적으로는 가족들에게 포용되지 못하는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거리로 내몰려 발생하는 노숙인 문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 실업, 가난과 같은 상태에 내몰리거나 성노동에 종사하게 되는 문제 등이 있다. 또한 인구 대부분이 그렇듯 트랜스젠더도 사회적으로 노령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들을 수용할 만한 마땅한 요양 시설이 없는 데다 양로원에 들어간 트랜스젠더들이 다시 출생 시의 성별로 취급당하거나 시설 관리인 및 다른 수용자들에게 학대/소외당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와 같은 물질적인 문제야말로 트랜스젠더들이 처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인데도 언론이나 정치의 의제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노동 계급 일반이 겪는 문제에 관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어느 트랜스젠더가 가슴 수술을 받았더라는 식의 선정적이고 단편적인 보도나 무의미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논쟁에 쏠려 있다. 그쪽이 훨씬 더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는 사실 노동 계급 일반의 문제와 유사한데도, 이들은 사회적 연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소외된다.
현실적으로 트랜스젠더가 겪는 문제라고 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보건의료 상의 문제일 것이다. 영국은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성전환) 과정의 일부를 국가 의료 보험(NHS)으로 보장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 대한 접근권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으며 널리 알려졌듯 영국 의료 체계의 비효율성, 또 의사들의 무지 탓에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는 무의미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나마 영국은 의료보험으로 트랜지션 치료를 일부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료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트랜지션 관련 치료가 전무한 데다, 의료 과정에서의 차별 및 혐오를 겪지 않기 위해 몇 안 되는 퀴어 친화적인 특정 병원으로 전국의 트랜스젠더들이 원정을 가는 게 현실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노동 계급 트랜스젠더가 겪는 문제와, 실업과 가난으로 내몰린 트랜스젠더들이 성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저자 숀 페이는 성매매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착취이기에 완전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든 말든 성매매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시스젠더/트랜스젠더 여성들의 물리적 조건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 않는 한 성매매에 대한 법적 금지 조치는 성매매의 억제가 아니라 음성화로 이어질 뿐이며, 이런 음성화가 시스젠더/트랜스젠더 성 노동자들의 살해 등 범죄 피해로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뉴질랜드, 독일, 아일랜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의 성매매 실태와 성 노동자들이 겪는 구체적 위험을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해 말하지 말 것”(Nothing about us, without us)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후반부인 5부부터는 사회주의자인 저자의 면모가 강조되며 법 집행자로서의 국가와 트랜스젠더의 관계를 분석한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대부분 소수자들에게 억압적인 국가 권력을 대변하는 존재였으나, 최근에는 (영국) 경찰 안에서도 LGBTQ+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국가가 이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법적 개혁을 단행하면서 프라이드 시위에서 경찰이 앞장을 서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또, 트럼프가 뒤집기는 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성애자 및 트랜스젠더인 시민이 군대에서 복무할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일부 성소수자들이 이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경찰이나 군대 조직에서 차별받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자본주의적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인 경찰, 군대와의 관계 개선을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보다 급진적인 사회적 연대를 꿈꿀 것을 주문한다. 한편 트랜스젠더와 범죄의 관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교도소 문제도 있다. 트랜스젠더 범죄자들을 수용할 때는 이들을 여성 교도소나 남성 교도소 중 어디에 수감해야 하는지부터 갖은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의 입장은 트랜스젠더든, 시스젠더든 교도소에 수감하는 제도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 대부분 범죄자들은 대부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죄, 이를테면 마약이나 성매매 등의 혐의로 수감되기에 근본적으로 인권 침해적인 수감 제도를 개혁 내지 폐지할 급진적 상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6부와 7부에서는 기존에 연대를 이루어 진행되던 페미니즘 운동과 LGBTQ+ 운동 사이의 분열 및 LGBTQ+ 공동체 내에서 LGB와 트랜스젠더(T) 사이에 일어나는 분열 및 갈등 양상을 다룬다. 대부분 일반인은 성적 지향(내가 어떤 성을 좋아하느냐)과 성별 정체성(나는 어떤 성별이냐)을 구분하지 못하며, 사실 이런 개념 자체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정립되기 시작한 매우 새로운 개념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및 LGBTQ+ 공동체에서는 이 개념이 (때로는 지나치게) 정립돼 있고, 갈등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트랜스젠더니, 레즈비언이니 하는 개념이 아예 없었던 역사 속 인물(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서 살고 죽었던 배리 박사)을 트랜스젠더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일부 레즈비언들이 그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거나 여성도 강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고정적인 성 관념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반발하는 사례가 그렇다. 극단적인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레즈비언들을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전환시키려는 ‘음모’에 대해 경고한다. 이들은 트랜스젠더 남성이 태어났을 때의 생물학적인 성별 그대로 사실은 여성이지만, 가부장적인 사회나 성 관념에 굴복해 자신을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다 보니, 뜻밖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기독교 우익 단체와 손을 잡고 임신중단(낙태) 반대 등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운동을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LGBTQ+ 운동은 처음에 시작됐을 때처럼 “어느 트랜스인이 간결하게 표현했듯이 우리는 똑같은 상대에게 두들겨 맞은 사람들”로서 연대해야 하며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통계에도, 법에도, 제도에도 없는
‘1% 미만’의 존재로 산다는 것
우리나라 트랜스젠더 인구는 몇 명일까? 놀랍게도, 이런 통계는 한 번도 조사된 적이 없다. 이런 저런 근거로 추정해낸 추산치만 있을 뿐이다. (“한국서 ‘통계에도 없는 존재’로 산다는 것”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01279 / “전국 트랜스젠더 6천 명 추산…65%는 수도권 거주”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2220600015#c2b 참조.) 물론 전국적으로 통계를 낸다 해도,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감추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탓에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시도조차 없었다는 것은, 이들이 사회에서도, 법에서도, 제도에서도 지워진 존재라는 사실만 부각할 뿐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에도 영국의 상황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트랜스인들에 관해 벌어지는 대화의 전제 조건이 트랜스인들에 의해 설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분적으로, 이는 영국 내 트랜스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사실, 우린 확실한 숫자도 모르기는 한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트랜스’라는 정의 안에 들어가는 사람을 가능한 한 폭넓게 추산하면, 영국 내 트랜스인들의 숫자는 20만~50만 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모로 봐도 1퍼센트 미만이다. (36~37쪽)
돌베개에서 『트랜스젠더 이슈』와 동시에 펴낸 『다채로운 일상: 어느 트랜스젠더 이야기』에도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를 추산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추산한 추정치는 “비록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최소 6000명, 어쩌면 20만 명 이상까지”다. 영국의 경우처럼, 인구의 1퍼센트 미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정부에 “각종 통계·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 포함”시키라고 권고했다. (관련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4784.html)
지난해부터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의 입학 포기,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과 극단적 선택 등이 이어지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가 조명됐다. 인권위는 통계 작성이 트랜스젠더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첫걸음’이라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이번 안건은) 트랜스젠더를 가시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이 정책 집단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규모부터 파악돼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인권위 ‘각종 통계·실태조사에 트랜스젠더 포함시켜라’ 정부에 권고“ 기사 내용 중)
『트랜스젠더 이슈』에서 그려지는 영국의 상황은 트랜스젠더의 ‘가시화’ 정치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낯선 남의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난과 어려움, 정체성 문제, 트랜지션과 관련한 의료 문제, 실업 문제는 전 세계 어디서나 트랜스젠더라면 똑같이 겪는 문제다. 가시화 이후에 영국과 같은 문제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국의 사례를 미리 보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적으로 ‘가시화’가 목적임을,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어판 머리말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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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보이지만 들리지 않는
1 트랜스젠더의 삶, 지금
2 옳은 몸, 그른 몸
3 계급 투쟁
4 성 판매
5 국가
6 살가운 사촌: LGBT의 T
7 못난이 자매: 페미니즘에서의 트랜스젠더
끝맺기 변화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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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주
변희수 하사 1주기…트랜스젠더 목소리 담은 책들 / 매일경제
변희수 하사 1주기…트랜스젠더 목소리 담은 책들 / 연합뉴스
“누구나 소수가 될 수 있다”… 1% 트랜스젠더의 현실 / 서울신문
‘세상 모든 변희수’를 더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트랜스젠더 이슈는 결국 계급 문제” / 경향신문
신간 『반전의 한국사』 외 / 레디앙
[신간]다채로운 일상 外 / 주간경향
“트랜스젠더를 병리현상으로 봐선 안 돼” /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