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방에서

우리는 왜 외모에 집착할까

리브 스트룀크비스트 지음 | 이유진 옮김

원제 Inne i spegelsalen
발행일 2022년 9월 23일
ISBN 9791191438819 07330
면수 168쪽
판형 변형판 170x235, 페이퍼백
가격 19,500원
분류 만화경
한 줄 소개
여자는 왜 예뻐야 할까? 예쁜 건 정말 '권력'일까?
주요 내용

누구나 작은 카메라를 쥐고 다니며

쉴 새 없이 자기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찍어 게시하는 세상,

 

어떻게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외모지상주의자가 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현대 사회라는 ‘거울의 방’에 살고 있다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낯빛이 밝아지며, 눈은 커지고 코는 오똑해 보이는 ‘셀카’ 앱(어플리케이션), 내가 늙으면 어떤 모습일지 미리 보여주는 앱, 내가 몇 살로 보이는지 측정해주는 앱 등이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일상에 녹아든 모습을 보면, 지금 우리의 욕망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가 보이는 듯도 하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그 어떤 시대보다 나의, 또 타인의 신체적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온갖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하며, 어려 보이고 싶어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아름다움’이 획일화된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물론 그런 경향을 이끄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SNS와 미디어를 뒤덮듯 게시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이미지들이다.

미국의 사학자인 크리스토퍼 래시는 이미 일찍이 1979년에 출간한 책 『나르시시즘의 문화』(The Culture of Narcissism)에서 “우리는 경험을 포착해 느린 속도로 재생하는 이미지와 메아리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녹음 장치는 우리의 경험을 복제해 기록할 뿐 아니라 그것의 성질을 바꿔서, 현대 생활의 많은 부분에 거대한 반향실(反響室), 즉 거울의 방과 같은 성격을 부여합니다.”라고 말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거울의 방’으로 정의한 바 있다. SNS가 등장하기도 전에 발휘된 놀라운 통찰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작은 카메라를 쥐고 다니며 온갖 것들을 찍어 게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은 어디에나 있다. 카메라도 어디에나 있다. 이제는 어떻게 ‘생겼냐’보다는 어떻게 ‘찍히냐’가 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 르네 지라르

 

스웨덴의 페미니즘 예술가 리브 스트룀크비스트의 그래픽노블이 돌베개 그래픽노블&논픽션 시리즈 ‘만화경’으로 출간되었다. 스웨덴에서 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리브 스트룀크비스트의 책은, 여성 성기를 터부시하는 문화를 유머러스한 태도로 비판했던 『이브 프로젝트: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푸른지식, 2018)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출간되는 것이다.(첫 번째 책은 ‘리브 스트룀키스트’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으나, 스트룀크비스트가 원어 발음에 가깝다.)

미국의 유명 화가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의 그림 중에는 한 소녀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것이 있다. <거울 앞의 소녀> 속 여자아이의 무릎에는 잡지가 펼쳐져 있다. 소녀는 마치 ‘나는 왜 잡지 속 이 여인처럼 생기지 않은 걸까?’ 하고 고민하는 것만 같다.

SNS 인플루언서인 카일리 제너와 같은 사람들, 그리고 잡지 속 아름다운 여인들은 우리에게 이런 종류의 감정을 선사한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우울, 불안, 불만족, 열등감, 갖가지 부정적인 감정. 리브 스트룀크비스트는 묻는다. “왜 사람들/어린 소녀들은 (이런 이미지를 볼 때) 예를 들어 멋진 해넘이, 끝내주는 바닷가나 화려한 모습을 한 앵무새를 볼 때 느끼는 기쁨, 즉 존재의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적인 기쁨을 똑같이 오롯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리브 스트룀크비스트는 이를,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을 빌려 설명한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욕망하는지 알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지라르가 ‘욕망의 중개자’(médiateur)라 부르는 역할 모델을 선택한다. 이 중개자는 현실 세계의 친구가 될 수도, SNS상의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인간은 중개자의 욕망을 대신 모사하며 역할 모델(중개자)에게 의존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역할 모델과 같은 것을 원하게 되기 때문에 그와 경쟁하는 관계가 되고, 역할 모델에게 경탄하고 그를 따라하고 싶어 하면서도,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중이 연예인의 패션이나 외모를 모방하고 싶어 하면서도 또한 그를 폄하하거나 악플을 다는 심리가 르네 지라르의 모방적 욕망 이론으로 설명된다.

 

야곱은 라헬이 더 예뻐서

눈이 못생긴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였다―

 

리브 스크룀크비스트가 이렇게 첫 장 ‘거울 속의 소녀’에서 노먼 록웰의 그림과 카일리 제너의 이야기를 하면서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빌려와 설명하듯이, 이어지는 네 개의 장에서도 역사(또는 텍스트) 속에서 외모로 인해 삶의 방향이 좌우되었던 여러 여인들과 길잡이들이 등장한다. ‘레아의 못생긴 눈’에서는 구약시대 라헬과 레아 자매와, 그들과 결혼했던 야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야곱은 못생긴 레아와 먼저 결혼했으나, 아름다운 라헬과도 결혼하기 위해 자매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그 집에서 14년을 일했다. 이 장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과 에바 일루즈가 길잡이로 등장한다. 야곱은 라헬이 더 예뻐서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했는데, 스트룀크비스트는 외모와 성공적인 애정 관계 사이의 연관성이 가장 강력한 것이 지금 이 시대라고 말하며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를 인용한다. 또한 소비 사회의 성장 및 소비 사회와 섹슈얼리티의 융합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분석을 언급하며, 섹슈얼리티가 체제에 편입된 후기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성적 매력이 애정 관계의 경계를 넘어 개인의 능력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결과적으로, 과거에 예쁜 라헬과 못생긴 레아는 둘 다 야곱과 결혼할 수 있었지만, 우리 시대에 라헬과 레아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장, ‘허깨비 같은 자취’에서는 사진을 소재로 삼아 매릴린 먼로의 유명한 사진 이야기를 한다. 이 사진들이 유명해진 이유는 버트 스턴이 이 사진들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릴린 먼로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수전 손택, 나오미 울프, 한병철이 인용된다. 셀카의 시대인 지금, 사진 촬영이라는 행위에 내포된 권력, 즉 가치 있는 피사체를 결정하는 행위와 어떤 아름다움이 피사체로서 가치 있는가는 피사체인 동시에 촬영하는 주체인 ‘나’에게로 이전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의식하는 것은 스트룀크비스트에 따르면 서양의 역사에서 일종의 금기를 깬 커다란 문화적 발전이자 변화다. 한편으로 저자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사진의 발전 덕분에 획일화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나오미 울프를 인용하며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스트룀크비스트는 ‘매끄러움’에 대한 한병철의 분석을 바탕으로, 셀카를 인간의 무의미함과 필멸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네 번째 장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백설공주의 어머니’이다.(이 제목은, 민담의 사악한 계모는 다차원적인 어머니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계모란 생모의 다시 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브루노 베텔하임의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앞의 세 장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이 어떻게 인간의(여성의) 권력/능력이 되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늙어감에 따라 쇠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스웨덴의 나이 든 여성 다섯 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 그린다. 나이 든 여성들은 각자 자신에게 외모의 노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밝힌다. 역사적으로는 못생긴 것으로 유명했던 작가 조지 엘리엇이나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곡예사 엘비라 매디건의 일화에서 보듯 아름다움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아름다움을 권력으로 활용하며 개인이 통제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이는 우리 세계 자체를 통제 가능한 것으로 보는 근대적인 태도와 관계있으며, 여기에서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의 이론이 인용된다.) 이어서 스트룀크비스트는 시몬 베유를 인용하여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어떤 목적도 내포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또 마틴 헤글룬드를 인용하여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강조한다. 스트룀크비스트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노화하는 신체와 덧없는 아름다움을 안타까워하는 대신, 삶의 필멸성이 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전제가 되듯이 늙어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덧없기에 아름답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은 ‘폭군이 되는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베트(‘시시’)의 일생을 다룬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황후의 초상화는 전 세계에 황후의 아름다움을 알렸으나, 정작 ‘시시’는 평생 자신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단식을 하거나 운동에 열중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평생 그 초상화 속의 아름다운 황후와 경쟁해야 했던 시시에게 그림은 폭군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시시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렸고, 32세부터는 아예 초상 제작을 거부했다고 한다. 스트룀크비스트는 여기에서 사회학자 크리스 로젝의 셀러브리티 연구를 인용하여 오늘날의 유명인이 겪곤 하는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 사이의 고통스러운 분열을 지적한다. 로젝에 따르면 이러한 자아 분열은 여성 유명인에게 훨씬 더 힘든 것이며,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들은 강력한 사회 규범 아래 이미 남성들보다 더 높은 정도로 공적 공간에서 자신에 대한 연출, 일종의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SNS상에서는 누구나 공적인 자아를 연출해야 하기에, 소셜 미디어는 모두를 유명인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리처드 시모어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계정 자체가 공적 이미지이다.) ‘시시’는 결국 61세 때 제네바에서 어느 아나키스트에게 살해당할 때까지 외모에 대한 강박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트룀크비스트는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하이네의 시 「세라피네 IX」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절대적인 진리처럼 인식하는 신체적 아름다움과 그에 따른 권력은 사실 이렇게 복잡한 사회적, 심리적 요인들과 그를 둘러싼 역사적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세상 그 어디보다 외모지상주의와 여성혐오, 가부장제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리브 스트룀크비스트의 지적은 큰 의미가 있다. “예쁘면 고시 3관왕”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진짜 그런 권력이 주어지는지, 그런 권력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해본 적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농담처럼 예쁘지 않으면 여자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여자는 왜 예뻐야 할까, 스스로 질문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스트룀크비스트가 내놓은 관점에서 유효한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차례

거울 앞의 소녀
레아의 못생긴 눈
허깨비 같은 자취
백설공주의 어머니
폭군이 되는 그림

지은이·옮긴이

리브 스트룀크비스트 지음

스웨덴을 대표하는 전방위적 페미니즘 예술인. 2003년 등단 이후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난민을 비롯한 사회의 피억압 집단의 문제를 잡지, 만화, 공공미술, 연극 등 다양한 매체와 예술 장르에서 제

기하면서 가부장적 사회의 모순적 구조와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해왔다.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2012년 스웨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 분야 상인 아담손 상(Adamson Awards)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브 프로젝트』(Kunskapens frukt), 『100퍼센트 지방』(Hundra procent fett), 『아인슈타인의 부인』(Einsteins fru), 『찰스 왕자의 감정』(Prins Charles Känsla), 『삶을 긍정하다』(Ja till Liv!) 등이 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는 신체적 아름다움과 외모에 대해 고찰한 『거울의 방에서』는 여성의 성기에 관한 잘못된 통념에 도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접근한 『이브 프로젝트』가 2018년 출간된 이후, 우리나라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이유진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문화미학과에서 문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독일의 가을』,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혜성이 다가온다』, 『마법사의 잃어버린 모자』, 『보이지 않는 아이』 등이 있다.

편집자 100자평
이 책의 표지가 아름다운 건, 거기에 비쳐 보이는 누군가의 얼굴 덕분인 듯. 책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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