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 [개정증보판]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
원제 | ハングルの誕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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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부제 | 人間にとって文字とは何か |
발행일 | 2022년 10월 9일 |
ISBN | 9791191438833 03710 |
면수 | 506쪽 |
판형 | 신국판 152x225mm, 소프트커버 |
가격 | 22,000원 (전자책: 15,400원) |
분류 | 인문교양·사회과학 단행본 |
오늘날, 세계 소년소녀들에게 BTS는 일상이다
20세기의 젊은이들은 비틀스를 영국 그룹이 아닌, 자신들의 시대를 함께하는 그룹으로 여기고 음악을 즐겼다. 가사의 이해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음악에 반했고, 또 언어 자체에 반했다. 영어라는 언어는 결과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그 음악과 함께 전해졌다.
마찬가지로 21세기인 오늘날, 소년소녀들은 BTS(블랙핑크, NCT 등 일일이 거론하기엔 그 수가 너무 많다)를 한국 그룹이 아닌 자신들의 시대에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그룹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한국어도 한글도 결과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그리고 그 소년소녀들은 생각한다.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글 텍스트를 읽고 싶다고.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 초판이 2011년 10월 9일에 출간되고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에서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위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책 『한글의 탄생―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는 그 변화의 모습을 담았다.
2010년대부터 일본어권에서는 동시대의 한국문학작품들이 잇따라 번역되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대표적인 책으로 2011년에 일본어로 번역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들 수 있다. 이때부터 한국문학, 특히 여성 작가의 작품군이 일본어권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본어권에서는 1993년 이래 재일(在日) 한글능력검정협회 주최로 한글능력검정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55회, 누적 인원 46만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2019년 일본 문부과학성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인 677개 일본 대학 중 342개 교에서 누적 인원 1만 1,265명이 한국어 과목을 이수했다. K-POP 혹은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한 독학 인원까지 포함하면 매년 수만 명의 일본인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에는 한국어 학습자들에 대해 ‘왜 한국어를 배우지?’ 하며 기이한 사람 취급을 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이른바 ‘네트우익’(ネット右翼: ‘천황 절대주의’를 근간으로 주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던 전통 우익과 달리, 2000년대부터 온라인상에서 준동한 우익 세력)과 같은 부류라면 모를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일본어권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그 흐름은 틀림없이 거세지고 있다. 민족배외주의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사람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 역사의 혁명, 한글의 탄생!
이 책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 속에 자리 잡은 한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살펴본 책이다. 언어학자인 노마 히데키는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통해 한글에 대해서 통찰하며, 한글 창제 이전의 문자 생활, 한글의 창제 과정, 마침내 한글이 한반도에서 ‘지’(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과정, 나아가 미적 형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책은 단지 ‘한글’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수천 년 동안의 문자 생활 및 환경을 꼼꼼히 짚으며, 조선의 임금 세종과 학자들이 얼마나 깊은 이해력과 날카로운 분석력, 창조력을 통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는지를 밝히고 있다.
한자문화권의 반대편에는 서방에서 동쪽을 향해 흘러 들어온 ‘알파벳로드’가 있었고, 세종 또한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랍문자, 로마자, 몽골문자 등으로 가지를 치며 이어지는 이 ‘알파벳로드’에서 한글은 어떠한 영향을 받았고 통찰을 얻었을까, 그리고 어떤 모자람을 발견했을까? 이 광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시아의 동쪽 끝 한반도에서 태어난 한글이 세계문자사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 존재인지를 넓고 보편적인 시야에서 바라볼 수가 있다.
극적으로 펼쳐지는 한글의 창제 원리
저자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한글의 탄생’ 과정을 언어학적으로 재현한다. 귓가에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로부터 ‘음’의 단위를 추출해 내고, 이들을 각각 ‘자모’로서 형상화해 설계해 내는 과정을 설명한다.
한글은 문자체계로서 훌륭하게 창제되었으나,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한글의 진정한 완성은 그 문자가 실제로 사람들에 의해 문장이 되고, 글이 되고, 책이 되고, 글씨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세종이 가장 먼저 부딪힌 최만리의 유명한 상소가 담고 있는 진정한 의도를 풀어 내고 이에 대한 세종의 반론을 서술한 부분은 이 책의 압권이다.
이 책에서는 한글이 사람들의 손에서 문장이 되고 텍스트가 됨으로써, 단지 하나의 문자체계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지(知)를 뒤흔들어 놓은 존재로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니르고져 홇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 펴디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붓을 거부한 훈민정음의 글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 붓으로 새롭게 예술작품으로 창조되는 한글의 서예법,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다양한 글꼴 등 물질적인 차원에서도 한글을 보며, 훈민정음이라는 독특한 문자의 미적 발전과 성취까지도 다룬다.
저자는 한글이 불러일으킨 이 모든 것이 ‘지(知)의 혁명’이었으며, 한글은 그것을 가능케 한 ‘지(知)의 원자(原子)’였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인 언어학자의 한글에 대한 열정 어린 통찰력
초판과는 달리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저자 노마 히데키는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라는 한 문장을 추가했다. 은유적인 표현일까? 저자에게 문의해, 저자의 어머니가 한국 분(함경도가 고향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마 히데키가 일본인임에도 이처럼 한글을 사랑하고 한국어를 잘한 까닭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이 그렇다 해도, 저자의 한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이 책의 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거의 모르는 일본어 화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다. 한글에 대한 기초적인 소개에서부터 언어와 문자에 관한 전제까지 차근차근 풀어가는 내용은 일본의 독자에게는 ‘일본어의 세계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반대로 한국어권의 독자에게 이 책은 한국어와 한글을 다시 보게 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한글이 자랑스럽고 우수한 문자라 말하지만, 저자는 이를 한반도 내의 민족주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더욱 더 크고 넓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그려 낸다. 이 책은 그리하여 독자가 한글이라는 존재의 맥락을 더욱 보편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일본의 조선학교, 자신의 언어를 지켜 내기 위한 싸움
일본의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말과 글,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생겨난 국어강습소가 그 시작이었다. 한때 600여 개에 달하던 국어강습소(조선학교)는 1948년 미군정과 일본의 조선학교 폐쇄령으로 모두 문을 닫게 되었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다시 학교가 세워지면서 1960년대가 되면 전국 160여 개 학교에 4만여 명의 학생들이 민족교육을 받게 된다. 현재는 60여 개의 학교에 700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조선학교를 다니고 있다.
1994년 조선학교의 치마저고리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1994년 당시 조선학교 여학생의 교복인 ‘치마저고리’가 훼손되는 사건이 일본 각지에서 일어나, ‘치마저고리’를 입고 통학하는 일이 꺼려지게 되었다. 자기 민족의 전통의상조차 마음 놓고 입을 수 없는 나라라니. 일본에서의 조선인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에는 교토 조선초급학교의 초등학생들 앞에서 민족배외주의를 앞세운 일본인 어른들이 차별적인 언행을 퍼부으며 정치 선동을 벌인 사건이 있었고, 2010년대 들어와서는 행정 권력에 의해 일본의 고교 수업료 무상화 방침에서 조선고교가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심지어 일본 사법부조차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2020년,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를 다룬 나이키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일본에서 나이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던 광고였다. 화면 속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차별의 시선을 견디며 걷고 있었다.
수많은 일본인이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지금도 조선학교의 학생들은 공공연한 차별과 억압을 받는다.
노마 히데키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단호하다.
한글이라는 문자의 현재는 이처럼 차별과 억압에 항거하는 숭고한 투쟁이 쌓아 올린 것이다. 언어는 그리고 언어 교육은 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유물로서 무조건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다. 언어 그리고 언어 교육은 이 점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간에 관여한다. 이 책의 이러한 기술에 수긍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상상해 보라. 다른 언어권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아이들 앞에 확성기를 든 어른들이 나타나 ‘스파이의 자식들’이라고 고함치는 모습을, 혹은 일본의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축제에 나들이 나간 소녀들이 옷이 찢기는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이렇게 입장을 바꿔 보면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다. 정치를 이유로 교육을 억압하는, <교육=배움>과 정치를 구별도 못하는 행정이나 사법 그리고 물론 입법도, 우리가 나서서 즉각 바꿔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언어와 언어 교육은 결코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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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하여
헤이본샤 라이브러리판 출간에 즈음하여
한국어판 출간을 맞이하여[초판 서문]
책머리에
일러두기
서장 한글의 소묘
1. 한글의 구조
2. 『훈민정음』이라는 책
제1장 한글과 언어
1. 한글이라는 이름
2. 한국어의 세계
3. 말과 문자
4. 한국어는 어떠한 언어인가
제2장 <정음> 탄생의 자장
1. 문자를 <만든다> — 한자의 자장 안에서
2. 자기 증식 장치로서의 한자
3. <한문훈독> 시스템
4. 한국어의 <한문훈독> — <구결>의 구조
5. <질량을 가진 텍스트>
6. 서방에서 온 길 <알파벳로드=자음문잣길>의 종언
제3장 <정음>의 원리
1. 문자를 <만든다> — 공기의 떨림에서 음을 잘라 낸다
2. <음>에서 <게슈탈트>로
3. 단음=음절문자 시스템의 창출
4. 사분법 시스템의 충격
5. 음의 변용을 <형태화>하다 — 형태음운론으로의 접근
제4장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 — 한글의 탄생
1. <정음> 혁명파와 한자한문 원리주의의 투쟁
2. <용음합자> 사상 — <지>의 원자를 묻는다
3. <정음>이여,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를 들으라
4. <정음>이여, <나·랏:말ᄊᆞᆷ>을 — 에크리튀르 혁명 선언
제5장 <정음> 에크리튀르의 창출
1. <정음>이여, 음을 다스리라 — 『동국정운』
2. <정음>이여, 삼천세계를 비추라 — 유불도의 길
3. <정음>이여, 천지 우주를 배우라 — 『천자문』
4. <정음>이여, 우리의 가락을 — 『두시언해』와 시조
5. <정음>이여, 이야기하라, 읊으라, 그리고 노래하라 — <정음> 문예와 판소리
6. 고유어 혈맥과 한자한문 혈맥의 이중나선 구조
7. <정음> 반혁명을 넘어서
제6장 <정음> — 게슈탈트의 변혁
1. <형태>란 무엇인가?
2. 정음의 <모양>과 <형태>
3. 신체성을 얻은 정음의 아름다움 <궁체>
제7장 <正音>에서 <한글>로
1. 鬪爭하는 <正音>, 투쟁하는 <한글>
2. 다시 게슈탈트를 묻는다 — 근대에서 현대로
3. 비상하는 21세기 한글
종장 보편을 향한 계기 <훈민정음>
『훈민정음』을 읽는다는 일
문헌 안내
저자 후기[일본어판]
저자 후기[한국어판]
해설 — 아폴로적 지성과 디오니소스적 감성의 결실·쓰지노 유키
해설 — 『한글의 탄생』의 탄생·김진아
[부록]
한글 자모표/반절표
일본어 50음표 한글로 쓰기
현대어의 초성자음 18종과 초성자모 19종
모음삼각형
한글 역사 연표
문헌 일람
찾아보기
한글은 '과학적 문자' 그 이상…케이팝은 새로운 '우주 아트' 창조 / 한겨레
일본인 언어학자가 바라본 한글의 보편적 가치…<한글의 탄생> / news1
[신간산책] 한글의 탄생 - 일본인 한글학자 노마 히데키가 전하는 위대한 한글 이야기 / 베리타스 알파
한글의 탄생 / 뉴시스
한글의 탄생 / 천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