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
원제 | Shostakovi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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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부제 | A Life Remembered |
발행일 | 2023년 3월 6일 |
ISBN | 9791192836010 03670 |
면수 | 854쪽 |
판형 | 변형판 152x215, 양장 |
가격 | 55,000원 |
■ 교차하는 증언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실의 다양한 얼굴,
한 인간과 시대, 예술을 관통하는 방대한 전기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를 조금 더 아는 음악 애호가는 그가 스탈린 치하에서 받았던 곤욕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음악은 지금도 살아 있을 때처럼 널리 사랑받고 있고, 그의 비극적이면서도 기구한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연된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도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여러 서적이 출간되었다.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하며 개정판이 출간된 Shostakovich: A Life Remembered의 번역본인데, 쇼스타코비치를 주제로 한 책 가운데서도 분량과 형식에서 독보적이다. 첼리스트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이 책을 위해 쇼스타코비치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인물의 증언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수십 건의 도서와 자료를 검토한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직접 관련된 인물들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확인받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쇼스타코비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증언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의 기억과 평가, 증언 속에서 한 예술가의 인생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곡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음악까지 암보로 연주하는 천재였고, 작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이 폭압적인 체제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하던 아웃사이더였다. 상대방을 도와주고도 그걸 알리려 하지 않는 사려 깊은 친구였으며,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스키를 타던 다정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모든 진실이 그렇듯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진실도 하나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책에서 그러한 진실은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과 함께 무엇보다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 영혼이 짓밟힌 어두운 시대, 그 속에서 방황한 예술가의 삶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에 관한 한 신동이자 천재였다. 그는 열세 살에 처음 작곡을 한 것으로 보이고, 열아홉 살에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다. 피아노에도 재능을 보였는데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주 무대에 올라서 핀잔을 받는다. 20대 초중반에 작곡한 여러 교향곡과 고골을 각색한 오페라인 <코>로 이미 명성을 쌓은 쇼스타코비치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발표하며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훗날 가장 높이 평가받는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과 교향곡 4번은 정권에 의해 형식주의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요주의 인물이 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복무하지 않은 죄를 물은 것이다.
스탈린 정권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쇼스타코비치를 핍박하는데, 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제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유명인사가 된 그를 체제 선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정권의 이중적인 행태 때문에 삶의 고비마다 위기를 겪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한다. 2차 대전 시기에는 선전 도구로 활용된 덕분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본인과 가족의 안정을 보장받았지만, 형식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에게 비난당하는 고초를 겪는다.
스탈린이 사라진 이후에도 처지는 비슷했다. 흐루쇼프 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그는 공산당에 입당하는데, 이 때문에 사회적인 지위는 확보했지만 본인이 원치 않은 일들에 동원되어야 했고, 때로는 체제의 앞잡이로서 동료를 비난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태생적으로 정치 활동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시대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삶을 염두에 두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만약 그가 시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떤 음악을 썼을까? 이 책의 후반부에서 그는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당의 지침’이 없었다면 내가 달라졌을까 물었소? 당연히 달라졌을 거요. 내가 교향곡 4번을 작곡했을 때 추구하던 노선은 내 작품에서 더 선명하고 날카롭게 부각되었을 거요. 나는 화려함을 더 많이 드러내고 더 많이 냉소적으로 굴었을 거요. 내 생각을 감추려하기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냈을 거요. 그러니까 더 순수한 음악을 썼을 거요. … 그러나 내가 쓴 음악이 부끄럽지는 않소. 나의 모든 곡을 다 사랑하오. 절뚝거리는 아이라도 부모에게는 늘 사랑스러운 법이라지 않소._ 708쪽, “8. 마지막 날들” 중에서
■ 작품 속에 감춰둔 천재의 메시지, 음악 속에서 자유를 얻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인생은 《프라우다》에 게재된 사설 “음악이 아니라 혼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설 이후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성향을 감추고 당이 원하는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음악 속에 예술가로서의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편으로는 사생활과 관련된 모티프들도 음악 속에 은밀하게 녹여내는데, 쇼스타코비치의 절친한 친구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사사받은 엘리자베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 음악 속에 감춰진 비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예컨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5번을 우스트볼스카야의 1949년작 클라리넷 3중주와 연결해 분석하는 대목은 흥미진진하다. 우스트볼스카야는 쇼스타코비치의 제자이자 친구로서 사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였다고 전해진다. 우스트볼스카야에게 했다는 발언, “나는 재능이지만 당신은 경이요”에서 쇼스타코비치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윌슨은 곡의 구성과 주제를 실제 일어났던 일과 교차 분석하면서 쇼스타코비치가 음악 속에 남긴 메시지를 밝혀내려 한다. 이런 분석은 쇼스타코비치를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즐겨듣던 독자들에게 음악을 감상하는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십대 중반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사실상 임종을 앞둔 순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그건 생계를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창작열을 불태우는 방법이기도 했다. 때로 작곡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자기만의 싸움이었으며, 친구에게 보내는 다정한 선물이기도 했다. 자신의 음악이 초연되는 현장에서는 항상 안절부절못했으며,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좌절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감격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다. 소프라노 갈리나 비시넵스카야의 증언은 음악이 쇼스타코비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짐작케 한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은 사라지고 오로지 자신의 음악만 남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어떤 말보다 생생하게 말할 터였다. 그는 자신의 예술이 유일한 삶이었으며, 그 안에 누구도 들이지 않았다. 예술은 그의 신전이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그는 가면을 벗고 자신의 모습이 되었다. _715쪽, “마지막 날들” 중에서
■ 집요함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일생을 재구성하다
이 책은 엄청난 분량의 주석과 참고문헌을 달고 있다. 본문을 읽을 때는 분량의 방대함에 놀라지만, 주석을 읽을 때면 저자인 엘리자베스 윌슨의 집요함과 꼼꼼함에도 감탄하게 될 것이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수많은 문헌과 자료, 인터뷰를 토대로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재구성한다. 가능한 경우에는 책을 집필할 당시 살아 있던 당사자와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따왔다. 그리고 집필한 내용을 인터뷰 당사자에게 보내 원고 내용을 확인받았다. 가끔 증언에 오류의 가능성이 있거나 그와 상반되는 견해가 있을 때도 꼼꼼하게 그 내용을 기록했다. 또 인터뷰를 했지만 관련된 내용이 아닐 때는 생략했다는 언급을 볼 때, 실제로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취재한 분량은 이 책의 몇 배가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결과물인 것이다.
읽다 보면 이 책이 쇼스타코비치의 일생을 담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대해서도 매우 밀도 높은 이해와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음악에 관해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전문 음악인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윌슨의 본업은 작가라기보다는 음악가, 연주자에 가깝다. 책에서도 수십 번 언급되는, 쇼스타코비치의 절친한 친구 가운데 하나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엘리자베스 윌슨의 스승이다(윌슨은 이 책 이후 로스트로포비치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또한 윌슨은 쇼스타코비치가 살아 있을 당시 그가 참석한 연주회에 가서 음악을 직접 들어본, 그러니까 어릴 적부터 쇼스타코비치의 팬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윌슨은 작년에 타계한 유명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의 첫 번째 부인이기도 했다.
클래식 분야를 전문적으로 작업하며, 쇼스타코비치를 다룬 책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를 번역하기도 한 장호연 번역가의 번역도 안정감을 더한다. 깔끔하고 정돈된 번역은 쇼스타코비치가 살았던 시대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클래식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쇼스타코비치 음악이 품고 있는 맥락도 섬세하게 살려냈다.
방대한 분량과 꼼꼼한 자료 정리, 다양한 인물과의 관계 등을 보았을 때 쇼스타코비치나 클래식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관련된 내용이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펼쳐보는 용도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석처럼 숨어 있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이 하나가 되는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 평전의 객관성과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믿을 만한 증언’이야말로 핵심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미덕이다. 주석을 빼도 자그마치 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상당 부분을 증언에 할애했다. 쇼스타코비치 본인의 언술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수많은 인물의 증언을 교직해 입체적인 ‘구술 서사’를 이뤄내고 있다. 증언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타계했지만 아직 생존한 이들도 허다하다. 예컨대 현재 92세의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는 이른바 ‘해빙기’로 불렸던 1960년에 쇼스타코비치가 입당한 사실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대작곡가를 이해하려 한다. “우리 시대의 비극과 공포를 온몸으로 보여준, 러시아 인본주의 전통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에는 고민과 진심이 가득하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허풍쟁이 증언자들을 찾기 어렵다. 저자는 혹여라도 편향과 왜곡의 우려가 있을 경우, 또 다른 증언자의 입을 통해 균형을 회복한다. 그동안 쇼스타코비치에 관한 여러 책이 나왔지만, 이 책만큼 포괄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다큐멘터리를 찾기는 어렵다. ― 문학수, 음악평론가, 전 《경향신문》 음악 전문 기자
— 엘리자베스 윌슨이 쓴 책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 장엄한 구술사이며, 쇼스타코비치를 논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 리처드 타루스킨, 《뉴욕 타임스》
— 윌슨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수많은 회상을 모아 그의 삶의 모든 단계를 따라가는 대단한 전기로 만들었다. (…)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모여 수줍음 많고 예민하고 꼼꼼한 한 음악가의 모자이크 초상화를 이룬다. ― 《뉴요커》
2006년 개정판 서문
1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2 젊은 작곡가, 자리를 잡다
3 비판과 응답
4 전쟁 시절: 소강기
5 스탈린주의의 마지막 시기
6 해빙기
7 새로운 삶
8 마지막 날들
감사의 말
부록: 첼로 협주곡 1번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11세 쇼스타코비치는 정말 레닌을 환영했을까 / 조선일보
시대의 벽 갇힌 러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삶 / 세계일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그 자신이었다 / 서울신문
쇼스타코비치 / 연합뉴스
천재음악가의 은밀한 삶과 음악 / 무등일보
공산당에 찍힌 이단아…천재성 알아본 스탈린이 살려줬다 / 매일경제
한계 뛰어넘은 음악가들… ‘창조적 분투’의 하모니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