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원제 | in light-years there’s no hur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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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부제 | Cosmic Perspectives on Everyday Life |
발행일 | 2024년 6월 14일 |
ISBN | 9791192836690 03800 |
면수 | 256쪽 |
판형 | 변형판 127x200, 소프트커버 |
가격 | 17,500원 |
수상∙선정 | 2024 교보문고 오늘의 선택 2024 알라딘 7월 이달의 주목도서 |
■ 아주 멀리서 보면,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는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 비행사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날이 갈수록 현실은 암담해지는 느낌이다. 기후 위기와 정치적 갈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전쟁은 우리의 일상을 침울하게 만든다. SNS에서 답답한 소식들을 접하며 잠 못 이루던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의 저자 헤임스트라는, 불현듯 예전에 보았던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사진을 떠올린다. 암흑 속에 펼쳐진 빛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다가, 우주 비행사들이 느낀다는 ‘조망 효과’에 대해 알게 된다.
미국 작가 프랭크 화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 비행사 31명의 진술을 나란히 두고 살펴본 결과 그들이 한 경험의 핵심에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일어난 인지적 변화가 발견되었다. 이를 ‘조망 효과’라 이름 붙였는데, 조망 효과의 공통적인 요소로 지구라는 행성에 대한 사랑, 지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욕망,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연결감이 있었다. 조망 효과를 분석해 보니, 지구와 우주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가 바로 지구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을 유발하는 듯했다.
바로 여기서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의 여정이 시작된다. 우주에서 보면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는 모두 사소한 것이 아닐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지 않나? 조망 효과에서 시작한 우주에 대한 탐구는 빛 공해로 보기 어려워지는 별자리, 달의 정치적인 의미, 화성 탐사, 우주 여행에서의 생존, 지구와 같은 쌍둥이 행성의 탐색으로 옮겨간다. 우주와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우주의 신비에 경탄하며,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조망 효과를 통해서라면 머나먼 우주 저편과 아득히 오래된 시간 속에 깃든,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유럽 우주국 부속 박물관에서 전파 천문학 연구소까지
우주를 탐구하는 사람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
이 책의 저자인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이다.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또 다른 미지의 영역인 이슬람 신비주의를 전공했다는 헤임스트라는 조망 효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여러 과학·천문학 프로젝트와 기관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서 우주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유럽 우주국 부속 박물관 스페이스 엑스포의 로프 판 덴 베르흐 관장은 우주인들의 공통점이 “친절”이라 말한다. 우주선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 타인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친절이 가장 중요하니까. 생태학자인 카미엘 스포엘스트라는 인공조명 때문에 우리 삶에서 어둠이 추방당했고, “때로는 빛이 많을수록 볼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빛 공해로 많은 생물종이 피해를 받고, 사람들도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우주 여행 시 우주인의 생명을 유지시킬 방법을 연구하는 멀리사 프로젝트를 취재하러 갔을 때 학부장 고디아 카사블랑카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탈출 경로가 아니라 연결성을 연구하고 있거든요. 멀리사가 우리를 어디로부턴가 멀어지게 하고 있다면 그건 인간 자율성에 대한 신화일 겁니다.” 우주 여행은 인간과 필수적으로 연결된 것이 무엇인지 알야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파 천문학 연구소 아스트론에서 전파 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베단탐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작업에 대해 “저희는 여기서 무얼 찾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매일 그걸 찾고만 있”다고 말한다.
우주를 탐구하는 이들은, 우주에 관한 건조한 사실만이 아니라, 우주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잊었던 경외감을 만나기도 하고, 지구와 이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시인답게 저자는 다양한 시와 에세이, 인문학 이론을 인용해 우주와 우리의 관계를 탐색한다. 리베카 솔닛이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도나 해러웨이 같은 작가들의 사유를 따라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차분하고 섬세한 양미래 번역가의 번역은 읽는 맛을 더한다.
■ 분열과 단절의 시대, 함께 우주선을 탄 이웃들에게 다가가기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보려는 이 책은 분열과 단절이라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답답하고 막막하다. 기후 위기와 정치적 양극화, 끊이지 않는 국제적 갈등은 우리를 옥죄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의 갈등을 사소하게 여기기 위해 조망 효과에 눈을 돌린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우주에서 경외감을 느끼고 새로운 전망을 얻게 된다고 해서 실제로 거리에서 만나는 우리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이웃들과의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다.
이 책은 우주를 탐구하며 경외감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특히 저자는 옆집에 살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이웃 밥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세대, 성향, 취향, 생활 습관이 모두 다른 이웃과의 관계를 꼭 개선해야 할까?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별을 보면서 느끼는 연결감도 공허한 것이진 않을까?
결국 이 에세이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두 발을 땅에 딛고 우리가 지구라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를 가르는 수많은 차이가 있지만, 가끔 그것들은 너무 결정적이라서 넘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분명 연결되어 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우리를 가르는 차이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상태에서 서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일상을 채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 차례
1. 조망을 향한 갈망
2. 우주 비행사의 태도
3. 치료로서의 지구 관찰
4. 별 없이 항해하는 우주 여행자
5. 빛과 밤
6. 우주론적 인식
7. 지구의 비밀스러운 호흡
8. 거리에 대한 응답
9. 달의 박물관
10. 화성에서의 일몰
11. 나를 내보내줘, 스피룰리나
12. 현재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3.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그림자 세계
14. 드윙글루 은하
15. 아무 데도 없고, 어딘가에 있고, 모든 곳에 있는
16. 새롭지만 오래된 세계
17.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18. 불침번
에필로그
감사의 말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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