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다시 읽기
| 발행일 | 2026년 1월 15일 |
|---|---|
| ISBN | 9791194442820 03040 |
| 면수 | 416쪽 |
| 판형 | 변형판 142x225, 소프트커버 |
| 가격 | 25,000원 |
10주기, 다시 만나는 신영복
개인의 존재를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더불어숲’을 이루고자 했던 시대의 지성인, 엄혹한 시절에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며 외면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우리 시대의 어른, 우리는 신영복(1941~2016) 선생을 이렇게 기억한다. 올해는 선생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28세 되던 1968년에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20년 20일 무기수의 삶을 살고,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고 2006년 정년 퇴임 이후에도 계속 강의하셨던 선생님.
출소 이후 펴낸 책들이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선생의 책은 사후에도 여전히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도 누군가에는 인생의 책으로 읽히고 있다.
선생이 부재한 지금, 인지상정이겠지만, 선생을 모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선생의 대표 서화 <처음처럼>도 주류 회사의 브랜드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선생이 남긴 말과 글, 그리고 선생의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삶에 적용되는 가르침이기에,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신영복 선생을 세상에 환기하고자 한다.
신영복 선생은 살아생전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서구의 무지막지한 ‘존재론’에 대한 카운터파트너로 동양고전에서 길어 올린 ‘관계론’을 이야기하셨다. 선생은 근대 자본주의 세계를 만든 서구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특질을 존재론적 세계관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존재론은 세상을 구성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자신의 존재를 키우고 강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그런 존재론적 세계관에 의해 근대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고, 선생은 이를 극복할 새로운 사상적 담론의 근거를 동양 사상의 관계론에서 찾았다. <더불어숲>이란 작품은 그런 관계론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계론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선생이 즐겨 쓰시던 서화 가운데 <서삼독>(書三讀)이란 작품이 있다. ‘책은 세 번 읽어야 한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저자를 읽고 그리고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세 가지 차원의 독서를 이야기한 말이다. 즉, 책을 읽되 텍스트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책이 처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며 독자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선생의 말씀처럼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다. 선생의 저서들을 읽는 것이 서삼독의 첫 번째 읽기라면, 이 책 『신영복 다시 읽기』는 열세 명의 저자들이 저자 신영복을 읽어 낸 서삼독의 두 번째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신영복 10주기를 맞아 펴 내는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성찰적 주체로서, 새로운 독자로 탄생하길 기원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창조적 독법을 기대합니다.
선생은 자신의 글을 이 작은 돌멩이로 비유했는지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선생의 글은 묵직한 범종의 울림이 되어 우리가 갇혀 있는 성벽을 사정없이 때린다.
13인의 전공 학자가 들려주는 “신영복 강의”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공통 과목으로 개설된 ‘신영복 함께읽기’ 강의 녹취록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성공회대학교에서 신영복 선생과 함께한 사람들이다. 13인의 전공 학자가 각자의 분야에서 신영복 선생의 삶과 사상에 관해 강의하였다.
20년 20일의 긴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48세의 신영복 선생이 막상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때 성공회의 이재정 신부를 만나게 되었고, 이재정 신부는 신영복 선생께 강의를 부탁하였다. 당시 이재정 신부는 “그가 감옥에 가기 이전에 서 있던 자리에 다시 서도록 하는 것이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의 도리이며 군사정권의 청산”이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신영복 선생은 2014년 겨울까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셨고, 2016년 1월에 돌아가셨다.
문화학자 김창남이 들려주는 「지금 다시 신영복을 읽는 이유」
이 책 전체를 소개하는 입문 강의로, 이후 진행될 강의들을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신영복 선생은 어떤 분인지, 선생의 저서와 사상의 핵심은 무엇인지, 10주기를 맞는 지금 선생의 삶과 사상을 다시 한번 톺아보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학자 한홍구가 들려주는 「신영복, 그의 삶과 시대」
한홍구 교수는 시대의 맥락에서 신영복 선생의 삶을 이야기한다. 신영복 선생은 75년의 삶을 사셨는데, 그 시기는 일제강점기에서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기이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영복 선생이 살아온 과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회학자 김동춘이 들려주는 「신영복의 진보주의와 사회변혁론」
진보적인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진보주의와 사회변혁에 관한 관점에 대해 강의한다. 젊은 시절 신영복 선생이 가졌던 사회에 대한 관점과 이념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후 오랜 수형 생활을 거쳐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자각과 변화를 보여 주었는지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살펴본다.
민중신학자 권진관이 들려주는 「이야기꾼 신영복」
민중신학자의 시각에서 신영복 선생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에 대해 강의한다.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던 신영복 선생이 강의 때나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하시던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상의 핵심을 짚어 준다.
언론학자 최영묵이 들려주는 「신영복의 동양학 사유와 ‘성찰적 관계론’」
최영묵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동양고전에 대한 특유의 해석에 대해 강의한다. 신영복 선생은 오랜 감옥 생활에서 중국의 고전들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사유하였는데, 그 속에서 서양의 근대 문명이 가진 모순을 극복할 대안을 찾고 그것을 성찰적 관계론의 사상으로 승화시켰다.
문화학자 정윤수가 들려주는 「신영복 옥중문학」
신영복 선생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정윤수 교수는 옥중문학이라는 관점에서 신영복 선생의 글들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감옥에서 뛰어난 작품을 배태한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다. 정 교수는 비슷한 맥락에 있는 많은 문학적 성취 속에서 신영복 선생 특유의 빛나는 문학 세계를 이야기한다.
중국학자 백원담이 들려주는 「신영복과 루쉰, 저항적 지식인의 초상」
신영복 선생은 중국의 작가 루쉰을 좋아하여,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루쉰전』이란 책을 번역한 바도 있다. 이 글은 중국의 대문호이자 사상가 루쉰과 신영복 선생을 비교하는 내용인데, 중국 근대화의 과정에 온몸을 던져 싸우면서 치열한 문학적 성과를 이루어 냈던 루쉰의 삶과 문학에서 신영복 선생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갔는지 이야기한다.
영문학자 조병은이 들려주는 「시적 언어, 시적 사유: 신영복 관계론의 단초」
신영복 선생은 문사철(文史哲)이라는 인문학적 인식 틀과 함께 시서화악(詩書畵樂)이라는 예술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였다. 시를 좋아하여 강의에서 시를 즐겨 인용하시기도 했는데, 조병은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에서 드러나는 예술적 상상력 속에서 그 사상의 얼개를 그린다.
문학평론가 임규찬이 들려주는 「신영복 서화의 미학」
임규찬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서화에 담긴 미학을 이야기한다. 문학 전공자인 임 교수는 서각과 목공예를 하면서 신영복 선생의 서화 작품을 서각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임 교수는 신영복 선생의 대표적인 서화 작품들을 통해 선생 특유의 미학과 예술적 감각 그리고 그 속에 투영된 사상적 깊이에 대한 본인의 해석을 들려준다.
사회학자 김진업이 들려주는 「신영복의 정치경제학」
김진업 교수는 정치경제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신영복 선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히 신영복 선생이 젊어서는 정치경제학자였지만 출소 이후에는 인문학자로 변모했다고 이야기하는데 김 교수는 그 이면에 놓인 어떤 일관성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과학에 대해, 또 사회과학에 대해, 그리고 인문학에 대해 매우 원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사회학자 박경태가 들려주는 「소수자의 시선으로 읽는 변방론」
박경태 교수는 소수자 문제 전공자답게 소수자의 시선으로 신영복 선생의 변방론을 이야기한다. 신영복 선생은 변방을 창조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소수자들, 특히 인종적 소수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통해 변방이 어떻게 새로운 변화와 창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노동운동가 하종강이 들려주는 「노동의 시각으로 본 신영복 사상」
하종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을 보여 주는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신영복 선생의 생각과 언어가 현재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한다. 글자 그대로 ‘노동의 시각으로 본 신영복 사상’이다.
정치학자 김창진이 들려주는 「소수의 지배를 넘어 다수가 연대하는 세상으로」
신영복 선생은 자본주의 근대 문명의 핵심이 자기의 존재를 키우고 권력과 소유를 극대화하기 위한 패권과 지배의 논리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존재보다 관계를 앞에 두는 관계론적 사상을 이야기하였다. 김창진 교수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질서를 넘어서고자 하는 신영복 선생의 문명론적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속에서
p.51
한국전쟁이 1953년에 끝났다는 것, 4월 혁명이 1960년에 일어났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를 공부한다는 저조차 그 두 가지 사실을 한 프레임 속에 넣고 보지 못했던 거예요. 그 미국인은 시궁창 같던 한국에서 나이 어린 소년 소녀 들에 의해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역사는 진보한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평생 노동운동을 하게 됐고, 사회주의자로 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는 광주 5·18이 일어나기 전이라, 1, 2학년 때까지 4·19가 최고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름 4월 혁명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부했는데 그분 말씀에 저야말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p.91
신영복 선생은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 고위 간부가 “통일도 우리가 하고 혁명도 우리가 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합니다. 중앙정보부 요원의 이러한 언명은 20대 청년이었던 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폭언’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공안 요원들 반대편 극단의 북한 공작원들도 사상은 다르지만 이들과 유사한 논리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p.117
그러므로 역사에서의 진실은 얼마나 많은 동지, 이웃이 동참하느냐로 결정됩니다. 물론 그것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의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북돋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극우들의 불의하고 폭력적인 행위와 사상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동참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진리는 좁은 길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진리의 문은 열려 있지만 진리를 택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p.318
당대의 자연과학에 정통했던 데카르트나 칸트가 자연과학을 버리고 철학으로 ‘전향’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대의 자연과학에 기초해서 자신들의 철학을 발전시켰던 것처럼,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던 신영복은 정치경제학을 버리고 중국철학의 인문주의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에 기초해서 중국철학을 해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p.364
기득권을 갖고 있는 중심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굳이 성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변방의 눈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유지하려는 중심은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의 변방인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다수자의 눈에는 안 보이는 옳지 않은 것, 정의롭지 않은 것, 변해야 하는 것들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p.416
제국은 상대를 ‘정복’함으로써 종국에는 그 피정복민들의 ‘반란’을 예비하고, ‘신민들’을 지배함으로써 ‘공존’을 거부하고, 노예들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빼앗음으로써 스스로 영혼이 타락하며,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공모’를 통해 시민권 밖에 사는 하인들의 ‘음모’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역사상 화려한 왕관을 쓰고 ‘세계 평화’―팍스 로마나에서 팍스 브리타니카를 거쳐 팍스 아메리카나까지―를 장담한 제국들은 그 화려한 왕관 밑에서 자신들의 무덤이 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사불란하고 영원할 것 같은 제국은 기실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의 집합체요, 균열의 일시적 봉합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국이 강요하는 ‘평화’는 결국 그 내부로부터 무너져 갔습니다. 패권자들의 권력과 타락, 자신들의 복종과 궁핍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눈치챈 수많은 민족과 민중이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뭉치고 전진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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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지금 다시 신영복을 읽는 이유_김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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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영복, 그의 삶과 시대_한홍구
신영복의 진보주의와 사회변혁론_김동춘
이야기꾼 신영복_권진관
신영복의 동양학적 사유와 ‘성찰적 관계론’_최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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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영복의 옥중문학_정윤수
신영복과 루쉰, 저항적 지식인의 초상_백원담
시적 언어, 시적 사유: 신영복 관계론의 단초_조병은
신영복 서화의 미학_임규찬
*
3
신영복의 정치경제학_김진업
소수자의 시선으로 읽는 변방론_박경태
노동의 시각으로 본 신영복 사상_하종강
소수의 지배를 넘어 다수가 연대하는 세상으로—자본주의와 제국주의 논리에 대한 신영복의 비판적 인식_김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