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룸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프로파일러의 진술분석 기록

발행일 2026년 6월 22일
ISBN 9791194442974 03350
면수 280쪽
판형 변형판 135x210, 소프트커버
가격 18,500원
한 줄 소개
20년 차 프로파일러 최규환이 1,000명이 넘는 범죄자와 피해자를 인터뷰하며 축적한 진술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록
주요 내용

증거 없이 진술만 남은 사건피해자의 말은 어떻게 증거가 되는가

우리는 흔히 ‘프로파일링’이라 하면 베일에 싸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수사관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CCTV 보급과 디지털포렌식 등 과학수사 기법의 비약적인 발달로, 범인의 신원을 특정하는 전통적인 범인 추적형 프로파일링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과학수사의 레이더망을 벗어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 CCTV도 목격자도 없는 내밀한 공간에서 발생해 물증이 전혀 남지 않거나, 뒤늦게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성범죄나 아동학대가 이에 해당한다. 물리적인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수사는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 룸』은 바로 이 진술만이 남은 사각지대에서 진실을 추적해 온 한 프로파일러의 치열한 기록이다. 저자는 범죄 수사 현장에서 20년간 1,000명이 넘는 피해자와 피의자를 인터뷰하며 축적한 진술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며 말을 증거로 담아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존의 프로파일링 책들이 가해자의 잔혹한 범행과 심리 탐구에만 집중했다면, 이 책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해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서로 다른 두 진술이 충돌할 때, 무엇을 근거로 진실을 가려낼 것인가?

진술은 부인과 방어, 두려움과 수치심, 기억의 공백과 왜곡 위에 놓인 불완전한 언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의 경과와 심리적 충격에 따라 쉽게 파편화되며, 때로는 철저한 계산이나 타인의 경험을 빌려와 거짓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따라서 처절한 호소나 격정적인 눈물 그 자체가 곧바로 법적 진실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물증이 없고 오직 사람의 기억과 말만 남은 사건에서, 진술은 사건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직접 경험한 자의 언어와 행동 속에는 의도적으로 꾸며내거나 숨기기 힘든 인지적 특성과 삶의 맥락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진술이라는 불완전하고 취약한 단서를 토대로, 그 안의 진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포착해 낼 수 있는지 그 과학적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다.

“나는 피해자입니다”라는 처절한 외침과 “나는 결백합니다”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때, 진실을 가려내는 근거는 감정적 동조나 표면적인 말솜씨가 아니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신빙성 판단 기준인 다섯 가지 나침반ㅡ객관성, 일관성, 통일성, 개연성, 구체성—을 진실의 방향을 선명하게 가리키는 근거로 제안한다. 통화 기록이나 목격자 등 간접 증거와의 일치 여부(객관성)를 살피고, 사건 직후부터 수사 기관의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핵심 주장이 흔들림이 없는지(일관성), 진술 과정에서의 행동이나 태도가 자신이 내세우는 주장과 모순 없이 조화를 이루는지(통일성) 등을 입체적으로 스크리닝하며 진술의 구조를 평가한다. 이어서 이야기의 서사가 단절 없이 매끄럽게 연결되는지, 정서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지(개연성)를 파헤친다. 나아가 사건 당시 느꼈던 차가운 촉감이나 통증, 냄새 같은 생생한 감각 정보가 녹아 있는지(구체성)까지 입체적으로 교차 검증해 낼 때, 비로소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단 하나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숨죽여온 피해자들에게 건네는 위로

무엇보다 이 책은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과 용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온 기록이다. 저자는 인터뷰 현장에서 수많은 진술에 귀 기울이면서 ‘내 증언이 입증될 수 있을까?’ 걱정하며 흔들리고 스스로 작아지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피해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두려움과 고통을 오랫동안 지켜본 저자는 “혹시라도 아직 자신의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한다. 아무리 지난한 수사 과정을 거치더라도 진실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는 믿음, 혼자 견디며 망설이는 이들이 더는 혼자가 아님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룬다.

 

진실을 향한 엄정하고 입체적인 시선

그렇다고 『인터뷰 룸』이 담아낸 세계가 결코 한쪽의 입장만을 맹목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진술분석의 본질은 오히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함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다각적인 시선에 가깝다. 때로는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피의자의 결백이 진술분석을 통해 극적으로 밝혀지기도 하며, 양측의 진술이 날카롭게 충돌하여 누구도 쉽게 거짓이라 단정할 수 없는 회색지대의 사건들도 존재한다. 성범죄자로 몰린 무고한 피의자의 사례(3·5장)부터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사실을 왜곡하여 진술하는 사건(6장)까지, 『인터뷰 룸』은 말과 말 사이에 숨겨진 복잡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인간관계의 심오한 단면, 엇갈린 욕망, 그리고 그 밑바닥에 숨겨진 동기까지 함께 관찰해야 하는 작업임을 일깨워준다. 진실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말 이면에 얽힌 개인의 캐릭터, 관계의 맥락, 순간의 선택이 만들어 낸 역동적인 서사까지 복잡하게 고려할 때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이자 정치권 미투 폭로자로서, 나는 침묵 속에 묻혀 있던 고통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얼마나 처절한지 온몸으로 겪어냈다. 3년간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후, 수사와 법정 다툼으로 보낸 지난 8년은 내게 전쟁터였고, 모든 것이 멈춘듯한 시간이었다. 나의 외침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기억이 파편화되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피해자답지 않다’라는 편견 앞에서 매번 좌절했다. 그토록 바라던 가해자의 유죄 판결이었건만, 내 안을 채운 것은 승리의 기쁨보다 공허함이었다. 만약 그때, 『인터뷰 룸』이 보여준 ‘치밀한 시선’이 내 곁에 있었다면 그 고통의 터널이 조금은 짧아지지 않았을까.

이 책은 “나는 피해자입니다”라는 처절하고도 외로운 외침이 어떻게 과학적 증거가 되어 법의 심판대에 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프로파일러라는 냉철한 직업적 경계 속에서도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치열한 노력은, 한 전문가의 헌신을 넘어 뜨거운 연대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거짓 속에 숨겨진 작은 진실을 찾아가는 저자의 숙명적인 여정은 나 같은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모든 독자에게는 깊고 묵직한 울림을 줄 것이다. 혹여 아직도 자신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질까 두려워 입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 보길 권한다. 당신의 목소리 속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있음을,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당신에게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었음을 이 책이 온 힘을 다해 말해주고 있다.

A(정치권 미투 고발 당사자)

 

범죄현장은 늘 쫓고 쫓기는 자들이 벌이는 처절하고 치열한 심리전의 연속이다. 이 책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악의 심연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프로파일러의 시선을 함께 보여준다.

『인터뷰 룸』은 프로파일러가 현장에서 마주한 피의자와 피해자의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진실의 조각을 맞춰가는 치열한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물증이 부족한 성범죄 수사에서 ‘진술분석’이 갖는 무게와, 그 체계적인 방법론을 정립해온 저자의 실무 경험은 프로파일링의 영역을 확장하는 귀중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이다. 처벌은 범죄를 멈출 뿐, 피해자의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책, 피해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적 낙인 속에서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된다. 우리 사회가 범죄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점은, 모든 범죄의 책임은 오직 가해자에게 있으며 결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사건에 투입되어 악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며칠씩 함께 밤을 새우며 범죄자와 마주해 온 후배 프로파일러 최규환은,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그 고통에 공감하며 손을 내미는 경찰로 내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이제 그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가, 우리 사회가 범죄예방을 위해 무엇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일용(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이 책의 저자 최규환 프로파일러와의 인연은 길고 깊다. 2009년 2월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 자문을 하며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내가 경찰청 거짓말탐지기를 정서 기반에서 인지 기반으로 전환한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교류하며 더욱 가까워졌다. 평소 조용하지만 논리적이고, 차분하지만 치밀한 그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마주했을 때, 나는 놀라기보다 오히려 납득이 됐다. 그가 현장에서 축적해온 사고방식과 판단의 구조가 결국 이 형태의 기록으로 정리된 건 국가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다.

『인터뷰 룸』은 범죄 서사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 오류와 진술의 구조를 탐구하는 일종의 자연 실험 기록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진실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으며, 필요할 때 그대로 꺼내질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가정을 체계적으로 해체한다. 기억은 재구성되고, 진술은 맥락에 따라 변형되며,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일관된 서사를 사후에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러한 인지적 특성을 전제로,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한 일련의 기준들을 적용한다. 일관성, 개연성, 구체성 같은 요소들은 단순한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인간 마음의 작동원리를 반영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숱한 사건들을 대할 때 감정적 직관을 배제하고, 판단을 가능한 한 인지적 구조 위에 정렬하려는 태도이다. 피해자의 호소가 진실을 보장하지 않으며, 피의자의 확신이 곧 거짓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진실을 말할 때조차 완전히 정확하지 않으며, 거짓을 말할 때조차 부분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진실은 개별 발화가 아니라, 발화들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인터뷰 룸』은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얼마나 자주 오류에 빠지는지를 차분하게 증명한다. 그리고 그 증명은, 법과 과학, 그리고 인간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랫동안 참고될 만한 통찰을 제공한다.

정재승(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차례

프롤로그
1. 어둠은 빛을 덮을 수 없다
  -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력 사건
2. 그래도, 태양은 뜬다
  -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 사건
3. 가면 무도회
  - 직장 내 위력 성추행 사건
4. 흔들리는 진술
  - 친족 성폭력과 피해 진술 번복 사건
5. 이방인
  - 이주 여성 노동자 성폭행 사건
6. 더블 페이스 코인
  - 강간 고소 사건
7. 망자의 목소리
  - 알코올 중독자 배우자 폭행 치사 사건
8. 7년의 기다림
  - 장기 누적 친족 성폭력 사건
9. 우리들의 이야기
  - 고령 여성 성범죄 사건
에필로그
부록

편집자 100자평
엇갈리는 말들 사이에서 진실을 밝히는 방법에 대해 천착해 온 저자는, 양측의 진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9개의 사건을 통해 피해자의 말이 어떻게 단단한 증거로 기능하는지 보여준다. 자극적인 범죄 실화나 수사 비화에서 벗어나, 말과 말 사이에서 사건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논픽션 르포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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