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황인범 黃仁範
1969년생. 중앙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한 그는 전공과는 무관하게 우리 전통건축 현장에서 나무 만지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97년 순천 선암사에서 목수로 입문한 그는 이후 지리산 실상사 약수암, 설악산 백담사 요사채, 가평 현등사 2층 목탑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의 수많은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목수와 도편수로 일해왔다. 우연한 기회에 2010년부터 경복궁 옆 서촌의 도시형한옥대수선 현장 도편수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여러 채의 한옥이 그의 손을 거쳐 신축 또는 대수선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재수리기능자 제3702호대목 자격을 가진 그는 시공업체인 ‘서울한옥’www.seoulhanok.com의 대표로 지금도 지방과 서촌을 오가며 새로운 한옥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에서는 ‘황 목수’로 불리며 한옥 정보 교류와 공유를 목적으로 시작된 ‘한옥3.0’www.facebook.com/hanok3.0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락당’語樂堂은 미국인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로버트 파우저Robert J. Fouser 교수가 2011년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의 낡고 오래된 한옥 한 채를 구입한 것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평소 이 동네에서 ‘파 교수’로 불리는 그는 새로 장만한 한옥을 1930년대 서울 사람들의 주거공간이었던 ‘도시형한옥’의 모양새와 쓰임새를 제대로 살려 고쳐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이 일을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는 도편수 황인범 목수와 함께 하기로 했고, 이 작은 한옥의 대수선을 위해 황인범 도편수는 두 팔을 걷어부쳤다. 그는 이 집을 지으면서 전통 공간인 한옥에 현대인의 일상을 담기 위해 건축가를 디자이너로 참여시켰고, 각 공정마다 수십 년 경력의 최고 일꾼과 전문가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모양새와 쓰임새가 모두 출중한 공간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그렇게 로버트 파우저 교수와 황인범 도편수, 수많은 최고 일꾼들이 머리와 손을 맞대고 만들어낸 집, 어락당의 생생한 탄생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