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선생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글쓴이 장선아 | 작성일 2007.3.8 | 목록
박지원 지음 | 박희병 옮김
발행일 2005년 5월 30일 | 면수 188쪽 | 가격 8,500원

<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 진작부터 찜해 두었던 열하일기를 세트로 질렀다.

이벤트로 받은 책 쿠폰이 있어서 산 것인데 그래도 적립금이 조금 남아서 다른 책을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책도 아담한 것 같아서 무조건 구입한 것인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연암 박지원 선생의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색다른 묘미가 느껴졌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했던 박지원 선생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선택했다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연암 박지원 선생에게 갖고 있는 궁금증 또한 약하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 선생이 가족과 벗 등에게 쓴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첩이기 때문이다.

편지의 수신인이 박지원의 큰 아들 박종의가 대부분이고 다른 편지들의 수가 적은 것은 이 편지들이 큰아들의 집안에서부터 전해져서라고 한다.

그렇기에 지극히 사적인 편지들이고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자식들에게 보냈던 편지의 발견을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편지의 내용 속에서 책 제목을 발취했을 정도라고 하니 자식에 대한 사랑, 걱정, 꾸짖음 등이 모두다 살갑게 다가오고 있다.

오래전의 편지라 우리가 모르는 내용이 많아 주석의 도움을 받아 읽다 보니 그 시대에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했지만 박지원의 따스한 마음은 인간미가 넘치기에 세월의 흐름을 떠나 온전히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손주를 걱정하는 마음을 비롯해서 살림을 챙겨드는 모습은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마음이 진심이기도 했지만 그 만큼 섬세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다. 그에 반해 거침없는 발언들도 하였지만 그 발언이 나의 분을 삭히지 못해서가 아니라 꾸짖을 건 꾸짖는다는 집안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불쾌하지 않았다.

읽고 있는 내가 송구할뿐.

<책만 보는 바보>에서 연암 박지원 선생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이 책에서의 소소하고 섬세한 모습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따뜻하고 괄괄하면서도 곧은 성품과 학식을 갖춘 분으로 묘사되기에 여기서 마주한 박지원 선생은 좀 더 살갑게 다가갈 수 있었다.

너무나 유명한 분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도통 다가갈 수 없었는데 <책만 보는 바보>와 이 책으로 통해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였다.

열하일기를 읽게 되면 또 어떠한 느낌을 갖게 될지는 모르나 거리감을 줄이는대는 이 서간첩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 거라는 시대착오적인 착각 속에서 마주한 박지원 선생은 다양한 친밀감을 보여주었다.

인물을 내 편할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서간첩의 마주함은 있는 그대로의 보여짐을 나타내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옮긴이의 해제를 보면 우리가 오해하고 왜곡하고 있는 박지원 선생에 대한 안타까움, 서간첩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박지원 선생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흐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존경하고 그의 흔적을 좇는다는 건 이래서 마음이 헛헛하지 않는 것 같다.

노력의 결과를 떠나 그 인물을 보며 나를 다져갈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도 그러한 것들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로 인한 공감대 형성은 읽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단정하고 단아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깊은 밤, 짧은 시간동안 이 책을 읽어 버렸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왠지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의 자세가 반듯해지는 느낌이였다.

소소한 일상의 보여짐 속에서 존경 받을 수 밖에 없는 성품과 꼿꼿함이 고리타분이 아닌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인간 박지원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그래서 나의 마음 또한 경건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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