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의미는 ‘광해군으로 향한 관심 집중’이다. 책의 본문을 읽으니 예전 수업 시간에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나는데, 책으로 다시 보니 “오옷!”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임진왜란을 치른 선조의 아들로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거쳐 서자로서 왕이 되었고, 왕이 되기까지도 인목왕후가 낳은 영창대군 때문에 힘겨웠고.. 그런 과정 때문에 인목왕후는 폐위되고 영창대군은 증살당한다.
폐륜아로서의 색채가 강하지만 정치적으로 업적을 이루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임진왜란 이후에 나라를 안정시키고, 대동법으로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명과 후금의 세력 교체기에 중립적 외교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교양 수준의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문학과 그 시대상을 적절히 조명한 것 같다. 문학적인 설정이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한가를 다룬 부분 같은 것들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춘향전의 경우, 암행어사가 자신의 출신지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시오노 여사 때부터 문학과 현실의 허구 관계 같은 걸 다루는게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가령, ‘오델로’의 경우 베네치아에서는 타국민 그것도 흑인을 대표로 선정하지 않았으며. ‘베니스의 상인’ 경우도, 베네치아에서는 무역이 발달했고 그로 인한 일종의 보험 제도도 발달해서, 쫄-딱 망할 수는 없다는 것)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대동법이나 탕평책 등등의 개념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또한 내가 한국 역사에 정말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것도 새삼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