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악을 누른 붓 – 박지원

글쓴이 이연경 | 작성일 2005.2.2 | 목록
박종채 지음 | 박희병 옮김
발행일 1998년 9월 10일 | 면수 308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9,000원

국사책에 실학자의 한 명으로 평범하게 기술된 연암, 그 연암의 다양한 면모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무엇보다 조선시대에 쓰인 책이 번역되었다는 점에서 사료의 가치가 돋보인다. 책에 소개된 연암은 소신 있는 목민관이자 탁월한 문장가다.
군수 재직시 피해액을 그대로 보고하면 감영에 의해 절반으로 삭감당할 것이기에 예산을 부풀려 보고 하는 관행을 따를 것을 주장하는 아전들에게 ‘그건 장사치나 거간꾼들이 값을 부풀려 속여 파는 술책이니 그런 일을 해선 안 된다’며 일갈한 연암의 풍모는 오늘날의 맹목 행정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단연 독보적인 것은 연암의 문장론이다.
‘문장에 고문과 今文의 구별이 있는 게 아니다. —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본 바에 따라 그 형상과 소리를 곡진히 표현하고 그 정경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만 있다면 문장의 도는 그것으로 지극하다’ 라는 연암의 문장론은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의 자기 글쓰기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앞으로 책을 쓰고자 하는 내게 있어 연암이 제시하는 저술의 어려움은 신기할 정도로 내 고민과 닿아 있다. 책을 쓰려면 연암이 말하듯 재주, 학문, 식견이 두루 길러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야 될 테니 이 책은 내게 숙제를 남겨 준다. 글쓸 욕심있는 사람은 일독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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