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2 19:28
서울시에서 교통 요금을 이상하게 변경하겠다고 한다. 주요 골짜는 기본요금을 올리고, 환승요금을 줄이고, 승차 거리에 따라 요금을 받겠다는 거다. 뭔가 좀 아리송한 교통정책이다. 환승요금을 줄인다는 점을 보면 대중교통을 늘리고 싶은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승차 거리에 따라 거리가 먼 사람에게 요금을 더 받겠다는 점에서 머리속에 먹구름이 꽉차서, 마치 설겆이하고 개수대가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좀 먼거리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다 보니 여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과 통근을 해 오면서 1호선의 무서움을 몸으로 느끼고, 다시 2호선의 압박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들은 말에 의하면 서울 지하철에서 제일 흑자가 나는 노선은 1호선+국철이고, 다음이 2호선이란다. 제일 탑승인원이 많다는 말이다. 그럼 적자가 나는 구간은? 당연히 새로 생긴 지하철들이다. 7호선을 타 보시라. 깨끗한 객차에 에어컨도 빵빵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적어서 왠만하면 앉을 수도 있다.
그럼 승차거리가 먼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1호선과 국철 이용객들이다. 지금까지 지하철공사가 1호선에서 돈을 벌어서 나머지 지하철노선에 돈을 써 온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다가 이게 왠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지금보다 돈을 더 내라니! 서울시내에서 누가 길게 지하철을 타겠는가! 승차거리가 긴 것은 대부분 1호선이다. 1호선이 적자구간이라면 이해를 한다. 하지만 돈도 잘 벌고 있는 구간이다. 결국 시외에서 시내로 전철 통근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서, 시내에 사는 사람들 교통요금을 낮주겠다는 건가? 이것이 바로 CEO 서울시장의 방법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서울 시내에 집을 살 수도 없고, 차를 살 수도 없다. 시내에 집을 살 만큼 돈도 없거니와, 차는 사지 않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가 말하듯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자동차가 1000만대가 넘는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옆에서는 240이니 320이니 500이니 하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돈이 남아돌아서 돈 자랑 하는 것은 열외로 하자)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자동차의 발달사와 차를 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차를 몰지 않고 사는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동차의 발달사에서는 자동차 문화라는 것이 생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들과 초기 자동차들에게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들. 자동차 문화가 들어서면서 없어진 과거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자동차에 열광하는 것은 광고와 잘못된 생각이 주된 요인이라고 하고 있다.
차를 몰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공해와 자동차를 몰면서 생기는 안좋은 습관과 유지에 드는 비용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공기 오염의 큰 이유는 자동차 배기 가스라는 것과 대중교통이 개인 자가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자동차를 없애는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간단해 보인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보인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그 이외에도 대안연료라든지 재택근무, 렌탈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 설명만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정말로 재.미.가 없다. 내용 자체는 나무랄데 없지만 말이다. 내가 원래 자가용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라서 (거의) 의무감을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끝까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번역서적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식으로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내용이 미국 위주여서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른 것도 꽤 있다.
좋은 점이라면, 여기저기서 자가용에 대해서 퍼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잘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보고 차를 사려다가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어 보이고, 차를 안 사겠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
정말 살아가면서 자가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기사, 정말로 자가용이 꼭 필요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보담은 단지 장난감으로서 자가용을 가지고 싶어서 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