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일인 이야기 – 제바스티안 하프너지음/이유림옮김/돌베개/2014
참 궁금했었다. 하지만 게으름의 소치로 인해 뒤져보지 못하고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만 갖고 살아왔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들의 반대편에 어떤 기준(말도 안 되는)에 의해서 사람들 인종을 전멸시키려고 한 행위들을 막는 브레이크가 없도록 만들었고, 그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갔으며, 대부분의 평범한 독일인들은 어떤 사상을 가지고 그 대열에 합류했을까?”
“그들의 대부분은 참회하고 있는데, 같은 노선을 걸었던 일본은 왜 저토록 아직도 참회를 하지 못하고 그들의 사상과 이념을 과거 속으로 되돌리려고 발버둥 치는가?”
그리고
“두 민족의 유전자와 역사는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길래 한쪽은 깊이 반성하는데 한쪽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가?”
머 이런저런 물음들…
제목이 생소하여 쉽게 접근하지 못하다가 돌베개 출판사의 책팅 행사에 이 책 제목이 올라왔길래 얼떨결에 신청해서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읽은 책에서 그 답을 찾게 될 줄은 전혀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얼떨결에 떠난 여행에서 풀리지 않았던, 풀리지 않아서 잊고 살았던 한가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아니 한 가닥 실마리를 찾아낸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책.
어린 시절 어느 날 휴가를 망치게 한 전쟁의 시작을 17살의 철부지로 맞이해서 그의 성장과 전쟁의 진행 그리고 독일인들이 어떻게 나치의 박자에 맞추어 눈 감고 행진하게 되는지를 눈뜨고 지켜본 이야기인데, 독일을 떠나 영국에 정착하자마자 1년 만인 1939년에 쓴 글이 1999년 그가 죽고 유족에 의해 발견되어 그 다음 해인 2000년에 발간된 책이다.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던 책,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초의 책이자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책을 보는 내내…
“이 양반 독일 전쟁 전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게 지켜보았고, 그것을 기록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그림도 정확하게 맞추고 있고, 독일의 광기 어린 역사의 흐름을 개인들은 무심하게 휘둘렸듯이 우리의 보통 사람들의 삶 또한 쉽게 휘둘리고 무심하게 바람 부는 대로 물 흘러가는 대로 휩쓸려서 자존을 상실하고 남들의 삶을 사는 좀비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정확하게 70여 년 전에 읽어낸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도 하면서….
나는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하루다.
이 양반 살아있었으면 스테판 에셀이랑 같이 한국에 초청해서 이야기 좀 들어보고 싶은데…
두 사람 모두 우리 세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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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대는 전전 세대에게 언제나 다시금 이 질문을 던졌지만 대개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단다.”하는 대답만 받았다. 이 책은 그 대답을 완전히 무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 봤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 책은 세계대전 사이 독일 국민의 심리 상태를 알기 쉽게 그려내서 그들을 그냥 용서하지 않으면서도 나치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해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었던 1차 세계대전의 패배, 억눌린 혁명, 인플레이션이란 모험, 사랑받지 못한 공화국, 그리고 아주 중요한 요소인 민주적 정치인들의 비겁함. 이 모든 것을 워낙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묘사해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눈앞에 보듯 명백하다. – 올리버 프레첼
역사란 무엇일까? 어디서 일어나는 것일까?
일반적인 역사서를 읽을 때 우리는 이런 책이 어떤 사건의 윤곽만 보여줄 뿐 사건 그 자체를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역사란 ‘민족의 운명을 조정’하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며 그들의 결정과 행위가 나중에 ‘역사’라고 불리는 것을 만들어낸다고 믿기 쉽다. 그 결과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역사는 히틀러와 무솔리니, 장제스, 루즈벨트, 체임벌린, 달라디에, 그리고 그밖에 사람들 입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다른 남자들 몇몇이 두는 체스게임 같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처럼 이름 없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역사의 대상, 즉 체스판에 폰처럼 앞으로 밀리거나 뒤에 선 채 남겨지거나 희생되고 잡히는 존재로,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체스판에서 일어나는 일과 아무 상관없이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
이에 비추어보면 정말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결정은 이름 없는 우리, 우연적이고 사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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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 이야기–제바스티안 하프너지음/이유림옮김] 1914~13년 당시의 독일국민들의 심리상태와 나치의 성장 등을 통해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사건은 잊더라도 교훈은 가슴에 새기라고 충고하며 저자가 경험한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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