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 폴리 호배스지음/최세희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12년 11월 5일 | 면수 280쪽 | 판형 변형판 140x210 | 가격 10,000원

최근 돌베개 출판사는 꿈꾸는 돌이라는 청소년들에게 잘 어울릴 소설을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데 그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곧 들이닥칠 스키 시즌에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할 때나 머리가 조금 복잡할 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몇 권의 책들과 인연이 되고자 몇 권을 모아둔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의 한 권이다. 마침 늦가을 고향에 묘사를 지내러 가는 길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오며 가며 시골집에서 읽으며 함께 했다.

저자 폴리 호배스는 남편과 딸 그리고 개와 말과 함께 22년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작은 섬에서 사슴과 토끼와 오리가 매일 놀러 오고, 쿠거가 마당에 발자국을 남기며, 개와 산책할 때면 가끔 곰이 쫓아오기도 하는 그의 집에서 글을 쓴다. 그곳 그녀의 집에서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고성에 고립되어 블루배리 잼을 만드는 쌍둥이 할머니 펜펜과 틸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엄마 헨리엣, 그녀의 하나뿐인 딸 래칫, 얼떨결에 같은 집에 살게 된 하퍼 그리고 그 고성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일상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지만, 소설 중간중간에 삶을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눈과 귀, 코와 입을 빌려서 결코 소소하지 않은 말들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 답이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낸다. 덕분에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저자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삶과 일상의 이야기 속에 저자의 생각을 살짝 가미해서 결코 가벼운 소설에 그치지 않는 글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 문명과 문명에 대한 거부, 왜 인터넷에 갇혀 살 필요가 없는지에 대한 해석, 끔찍한 자살 장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 플로리다의 한 소녀가 할머니의 집으로 여행을 가서 할머니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알아가는 여주인공 래칫의 일상을 빌려서 저자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예를 들자면…

옷 갈아입으러 올라갔다가 뭘 할지 깜빡 잊어버리고, 수영하느라 지쳐서 잠깐 누워 있는다는 게 오후 내내 자 버린 것이다. 늙으면 삶과 죽음을 잇는 과도기처럼 잠이 온다고 틸리는 말했다. 예전만큼 먹지 않게 되었고, 꿈의 복도를 더 많이 헤매고 다녔다. 때로는 세상을 뜬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시간은 의미가 없어진 건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뒤섞여 버렸다. 누구하고도 진득하니 함께 지낼 수가 없었고, 시간대를 공유할 수도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펼쳐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미래에서 빌려 온 것으로 과거에 놓친 것을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산자와 죽은 자가 모이는 통로를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세상 사람 전부가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그런 일이 일어나는 눈 깜짝할 순간까지 다 아는 모양인데요, 그런 정보를 갖고 뭘 하는데요? 그 사람들이 밥도 먹여 주나? 평화로운 시간을 어지럽힐 뿐이지. 지금까지 설명해 주신 걸 들어 보니까 이제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누리는 사람은 하나도 안 남은 것 같구먼. 텔레비전? 흥! 라디오? 흥! 신문, 잡지? 흥흥! 이 세상이 앞뒤 가리지 않고 설치는 통에 사람들은 쥐꼬리만 한 정보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로 들리거든요, 정보 없이는 하루도 못 살아. 그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흥, 한번 널뛰게 해 봐요. 전염병이 따로 없지. 아구창처럼. 피블스 씨는 전염되지 않았기를 바랄게요. 구태여 우리 집까지 끌고 오지 말라고요~"

"뭐, 인생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거니까요."

"그리고 운명이 있다면 내가 숲 속에 있어도 찾아야지. 세상 어디에 있건 찾아낼 거야."

소설 속에서 저자는 SNS와 인터넷에 대해서 일갈하고 넘어가는 글 덕분에… 나의 인터넷 일상에 대해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리고 카카오 스토리에 무심하게 올려지는 글과 사진들… 저자는 이런 글들(올리는 글, 올려지는 글)이 평화로운 시간을 어지럽힐 뿐이라고 한다. 쓸데없는 정보들의 난립을 전염병으로 분류하는 용감한 판단(정확한 판단?)….

누구를 위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속의 내 글인가… 상업성에 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겨볼 일이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조심스럽다… 앞으로 종전처럼 SNS 글을 자주 열어보거나, 자주 올리지는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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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 폴리 호배스지음/최세희옮김/돌베개] 오래된 절벽 위 고성에 사는 쌍둥이 할머니의 집에서 살며 생각하면서 블루베리 잼을 만들고, 세상의 어른들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보며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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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시골집 아궁이 불 넣으며 함께 하기 좋은 벗… 무겁지도, 가볍지도….

8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