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박지원지음/박희병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박지원 지음 | 박희병 옮김
발행일 2005년 5월 30일 | 면수 188쪽 | 가격 8,500원

서울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연암 박지원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편지 『연암선생 서간첩』을 번역한 책이다.

연암의 편지 33통이 실렸는데, 대부분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편지이다(큰아들 종의 21통, 처남 이재성 5통, 벗 4통 등)

이 서간첩은 기존의 『연암집』에는 실려 있지 않은 편지로서, 최초로 공개된 편지들이다. 연암이 60이 되던 1796년 정월에 시작되어 그 이듬해 8월까지 보낸 편지이다.

수신인이 아들과 벗인 덕분에 연암의 지극히도 개인적이면서도 다른 서찰에서 볼 수 없는 아주 솔직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연암의 구체적인 일상과 인간적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점을 ‘연암의 꾸미지 않은 맨얼굴을 대면’한다고 표현했다.

연암의 편지들 중 이 서간첩의 내용에는 그의 진솔한 속내도 살짝 비춰서 아주 흥미를 끄는 내용들도 많다. 예를 들자면 사제지간이던 백제가를 "무상무도"한 사람으로 말한다는 것. 무상은 버릇이 없거나 무례하거나 경우가 없는 것을 일컫는 말, 무도는 도리에 어긋나서 막되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두 말을 합쳐 놓으면 엄청난 부정적 함의를 가지는 바, 아주 고약하지 않으면 잘 쓰지 않는 단어라는 것… 아마도 연암은 박제가의 재능은 인정하면서도 그 인간성, 그 인격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한편 연암은 이덕무에 대해서는 깊은 인간적 신뢰감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이덕무가 죽었을 때 "무관이 죽다니! 꼭 나를 잃은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서찰에는 과거 시험장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재미난 구절도 있는데, " 시험에 붙고 안 붙고는 관계없는 일이며, 다만 과장(시험장)에 출입할 때 조심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게다"라고 하여 당시의 과장의 질서가 극도로 문란하여 떠밀려 넘어져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거나 다치는 자가 속출하였다. 특히 과장에 들어갈 때나 답안지를 제출할 때 사람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연암은 아들에게 시험장에 출입할 때 다치지 말도록 특별히 주의를 준 것이다.

연암의 아들이 쓴 연암의 전기가 있어서 연암의 일생을 재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 전기는 ‘아들의 시각’을 통해 자료를 정리하고 해석한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없지 않다. 즉, 아들의 시각으로 자료를 가공, 취사선택하고, 의도된 방향으로 배열하고, 재구성해 놓고 있는 바, 이런 점에서는 그 연암상은 그대로의 연암상이라기보다 하나의 ‘해석된’연암상이다. 그와 달리 이 서간첩은 연암 전기 연구에서, 그리고 우리가 연암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차 자료가 된다. 이 서간첩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이 점에 있다 할 것이다.

21세기 독일 시민사회가 괴테라는 문호를 갖고 있다면, 21세기의 한국 시민사회는 연암이라는 문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터이다. 2005년 연암서거 200주년을 맞아 펴낸 책이다.

큰아들과 가족에 대해서 근무지에서 쓴 서찰이 대부분인 이 서간첩은 연암의 가족애를 품고 있으면서도 가족에게 당부한 글들을 보면 연암이 아주 꼼꼼하고 주도 면밀한 성격임을 보여주며, 급히 써 내려간 그의 글 속에서 그의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이며, 그가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품고 있던 속내를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주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연암집』에 실려 있는 연암의 글들이 다소 곱게 단장한 글이라면, 이 서간첩 속의 편지들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과 같다. 이 편지들 덕분에 우리는 ‘인간 연암’은 물론이고, 그의 문학 작품들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목인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는 연암의 편지 중의 한 구절을 돌베개 출판사 한철희 사장이 직접 따서 제목으로 골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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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박지원지음/박희병옮김/돌베개]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로 급하게 써 내려간 연암의 편지 속에서 인간 연암, 아버지 연암, 유머러스한 연암을 만날 수 있는 최근에 발견된 연암의 서찰집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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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05년에 발행된 초판을 8년이나 지나서 인연이 되었다. 연암의 서간첩이 어딜 가나… 이렇게 고추장처럼 묵혔다가 만나면 3,000원의 반가운 가격에 파주 출판단지 행사 때 특별 가격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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