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 중 두번째 나온 책으로서 제목 그대로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즉 궁중 문화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아본다. 왕과 왕비 그리고 궁중 생활에 대해서 그들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전반적으로 알아보는 책이다.
한국사에서 현대사와 조선사는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 했다. 그 가운데에 망국의 원흉인 일제강점기를 거치기 때문에… 자연스런 왕조의 도태와 현대사의 발호로 이어졌다면 조선의 문화 특히 궁중 문화는 제대로 전수되어(왕조가 지속되었을래나?) 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식민지 사관에 의한 철저한 왜곡과 날조, 그리고 파괴와 약탈이 자행되는 관계로 인하여 양란을 통해서 겨우 면면을 이어오던 수많은 유, 무형의 유산이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전해지는 왕조실록, 일성록, 승정원일기, 의궤, 궁궐, 왕릉, 종묘 등의 사적과 사료에 의해서 미루어 짐작하여 그 개요에 대해서 알아본다.
초판 1쇄가 2002년 3월이니… 이 책 또한 만들어진지 11년 만에 내 손에서 읽혔으니… 사람 손이 많이 그리웠을 책으로 보인다. 물론 당시에 비해서 조선 궁궐, 왕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글과 논문과 책들이 요즘은 많이 출간되어 훨씬 깊고 자세한 책들도 많으나 11년이나 지난 지금에 보아도 훌륭한 참고서가 될 만큼 주요한 내용들이 잘 압축되어 있다.
책의 첫머리에는 절대 권력의 상징인 왕의 통치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고, 2부에서는 왕과 떨어질 수 없는 조선의 국모, 왕비의 역할과 생활에 대해서, 3부에서는 왕족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고 4부에서는 그 왕과 왕족들이 생활한 삶의 현장인 궁궐과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5부, 6부에서는 궁궐의 주인공이었던 왕과 왕비를 위한 죽음의 문화와 조상신을 모시는 왕실의 의례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이런 많은 기록들이 어떻게 기록되고 관리되었는지에 대해서 7부에서 왕과 왕실의 기록문화를 다룬다.
이렇듯 선왕이 왕비와 결혼을 하고, 왕세손이 태어나서 선왕의 죽음이 어떤 장례 절차를 밟으며 그의 뒤를 이어 어떻게 보위에 이르는가, 그리고 그 과정들은 어떻게 기록되는가의 끊기지 않는 뭬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그들만의 리그인 왕족들의 삶 그 자체 속에 있는 의례와 문화를 다룬다.
최근에 왕실문화와 관련된 책들과 세미나를 착실하게 참석하여 기본 지식이 조금 쌓인 상태에서 보니 참으로 쉽고 편안한 책이다. 궁궐에 대해서 왕족의 삶에 대해서 기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입문서로 읽히면 딱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내용을 좀 옮겨 오자면~
조선의 새벽은 파루와 함께 시작된다.(새벽 4시, 지금도 택시의 심야할증은 4시에 풀리고, 과거에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4시에 풀렸었다) 천명을 받은 조선 왕은 하늘의 뜻을 알고 받들기 위해 왕도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그때 일어났다.
저녁의 통금을 인정이라 하는데 인정은 종으로, 파루는 북으로 알림. 쇠로 된 종은 음으로 밤과 잠을 상징, 나무와 가죽으로 된 북은 양으로 낮과 활동을 상징, 가뭄에는 파루에도 종을 쳤는데, 음기가 부족해서 가뭄이 발생한다고 여겼기 때문
왕을 면담하는 양반 관료들은 모두 꿇어 엎드린 자세로 말을 하였는데, 왕의 얼굴을 보고 싶을 때는 허락을 받아야 했다. 면담은 왕에게 4번 절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대교린은 조선의 외교정책의 핵심. 사대는 큰 나라를 섬긴다는 뜻, 교린은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교류한다는 뜻. 중국 문서는 칙서, 일본등 인접국 왕이 보낸 것은 국서, 인접국 국사를 접견할 때는 위엄, 칙사를 맞이할 때는 황제에 대한 존경과 정성을 표시. 국사를 맞이할 때는 왕이 주인, 칙사를 맞이할 때는 신하의 역할. 칙사가 도착하면 면류관에 구장복을 입고 모화관까지 마중 나가며 길에 물까지 뿌림. 칙사는 궁궐에 도착해서도 왕도를 따라 동쪽으로 들어오고 칙사가 용상의 궐패 앞에 칙서를 놓으면 왕과 모든 사람들이 네 번 절을 올림. 왕은 서쪽 계단을 통해 월대로 올라가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칙서를 받음….. ㅠ.ㅠ
소가죽이나 나무로 만든 북은 양을 상징하므로, 북을 치는 것은 적진을 향해서 진군, 반대로 쇠로 만든 징은 음이므로 정지 또는 후퇴. 깃발을 움직이거나 북과 징을 칠 때는 병사들을 주목시키기 위해서 ‘뿌~우’ 하는 소리의 각을 불고 신호를 보냄
활은 고대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기. 칼, 창, 도끼, 철퇴, 봉 등의 무기보다 활을 선호한 이유는 산악지형이 많은 지형 여건상 근접전보다는 먼 거리에서 활을 쏘는 전쟁 방식이 더 유리했기 때문. 임진왜란 이전에는 창과 칼로 무장한 왜구들 보다 활로 무장한 조선군의 전투력이 훨씬 뛰어났음.
조선 건국 이후 유교 문화의 확산으로 왕의 활쏘기는 명분과 예법을 세우기 위한 교육 현장으로 이용됨. 신분 질서를 중시한 유교 예법에서는 활쏘기의 표적도 신분에 따라 서로 달랐다. 주나라의 유교 예법에 의하면 천자의 표적은 호랑이 머리를 그린 호후(虎侯), 제후는 웅후, 경대부 이하는 미후 이는 곰 대신에 순록의 머리를 그린 것.
왕세자와 세자빈의 초혼 연령은 대체로 10살 전후의 어린 나이. 세자와 빈이 미성년이므로 가례만 치렀고, 몇 년을 더 기다려 성년이 된 이후에야 합방을 하였다. 조선의 헌법이던 [경국대전]에는 남자의 혼인 연령이 15살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주자가례에는 16살로 되어 있음. 따라서 세자와 빈이 실제로 첫날밤을 치르는 나이 역시 15~16살
왕비의 머리 장식은 가체라는 덧머리와 비녀가 주를 이루었는다. 가체는 신분에 따라 크기와 장식하는 보석이 달랐는데, 이 가체와 비녀는 양반 상류층은 물론 평민층의 여성들에게까지 유행. 여성들이 혼례 때 가체를 하면서 이를 장식하기 위해서 비싼 보석을 사용하여 사치풍조를 조장하기도 해서 조선 후기에는 가체 장식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서 가난한 처녀나 총각들이 혼인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정조는 일반인들의 가체를 금지하였고, 이때부터 가체 대신 족두리가 여성들의 머리 장식으로 유행되었다.
유교 정치 문화에서는 왕비나 대비의 정치 참여는 암탉이 우는 것으로 간주하여 금기시, 유교사회에서는 남성을 남성이 보좌해야 자연스러운 것이나 역사에서는 정 반대로 나타남, 즉 미성년자 왕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을 벌여서 왕권을 찬탈하는 결과가 나타남으로 인해서 가장 안전한 왕권의 보호 역할을 할 사람은 대비는 왕의 어머니 또는 할머니 밖에 없음. 오랜 궁궐 생활에서 체득한 정치 경험이 많음에 따라 수렴청정을 함. 하지만 이후에 외척의 발호를 가져와서 폐단이 생기기기도 함.
조선시대의 적서 제도는 태종대에 정착됨. 태종이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자신의 이복동생 방석을 축출할 때 내세운 명분이 바로 방석이 서자라는 것. 즉 방석의 어머니이자 태조의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가 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적서와 처첩 문제를 명분으로 왕위에 오른 태종은 왕위 계승권을 적장자, 적자, 서자의 순으로 확정함으로써 조선 초기 왕위 계승의 분란을 최소화하려 하였다.
궁중 비상사태에 대비한 비상연락망의 초기 단계인 첩고, 이는 연이어 치는 북이란 뜻으로 궐내의 모든 군사가 완전 무장을 하고 정전 앞으로 모여 왕의 지휘를 받음. 이때 최소 2만 명 가까운 인원이 동원되는 비상소집 당시 한양의 인구가 대략 10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 첩종보다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비상소집령은 취각령으로 한양에 거주하는 70세 이하 모든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총동원령은 나팔수가 각을 불면 한양의 모든 백성들이 모이는 것으로 왕조가 전복될 위기 상황에서 발동되는 총동원령.
왕의 사후 입관은 5일 뒤에. 유교의 예법으로 천자는 입관하기 7일, 제후는 5일, 일반인은 3일을 기다림.
물론 주요 내용을 더 따오면 책이 되니 책을 사서들 보시고~
10년이나 경과한 책이나 궁중문화에 대해서 요점들만 잘 정리되어있어 지금도 축약본을 추천하고자 하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를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 (방병선 지음, 252쪽)
2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신명호 지음, 304쪽)
3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김동욱 지음, 272쪽)
4 『고대 동아시아 문명 교류사의 빛, 무령왕릉』 (권오영, 320쪽)
5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김문식ㆍ신병주 지음, 296쪽)
6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고연희 지음, 384쪽)
7 『불화,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김정희, 432쪽)
8 『사군자, 매란국죽으로 피어난 선비의 마음』 (이선옥 지음, 336쪽)
9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이선옥 지음, 464쪽)
10『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김동욱 지음,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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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문화-신명호지음/돌베개] 일반인이 쉽게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인 궁중문화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왕과 궁중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 까지에 대한 전반적 삶을 알아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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