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9월 초… 신촌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이런 좋은 강좌가 열린다고 해서 얼릉 신청을 했다.
ㅁ
최근 조선사를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어지는 진경, 실경산수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듯하여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최완수의 [진경산수(상,하 2권)]와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 [조선시대 산수화]를 날잡아서 같이 읽어야 되겠다…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강의 날짜가 덜컥 잡혀 버렸다.
먼저 보던 책들도 있고 해서 일단 강의부터 먼저 듣기로 하고 퇴근하자마자 일찍 자리를 잡았다. 책의 내용보다 지은이의 강의를 듣고 보면 이해도 더 빠르리라… 생각했다.(물론 적중했다.)
강의 내용을 좀 정리를 하고 책으로 들어갈까 한다.(강의 내용은 책의 내용 중 주요 사항과 그림을 해설했다.)
산수는 관념적인 어떤 "것"이었다. 山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있었다고 할 수 있듯이 지금의 도시인들이 귀향을 그리워하듯이 그 시절의 관료들이 가고자, 살고자, 존재하고자 하는 희망이자 꿈의 한 가지였다. 예나 지금이나 전원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 도연명이 가능했던 것은 땅과 먹을것이 있기에 가능했다. 도연명처럼 행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리워했다.
첫째, 그들의 ‘山水’, ‘山水와 山水畵’
그들에게 산수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라기보다는 현실 너머의 세계였다.
산수를 말함으로써 현실이라는 상황의 결핍과 자신의 내면의 결핍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산수란 언제나 현실보다 좋은 곳이었다. 산수화는 그들이 생각한 산수를 시각적 회화 이미지로 구체화한 영상이다.
둘째 산수화로 表現했던 것들
따라서, 산수화로 구체화된 이미지에는 그들의 문학적 상상, 철학적 사유, 정치적 내면 등 그들의 현실에서 비롯한 그들 내면의 이야기가 구현된다.
산수화는 시간을 그린 것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그림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보는 것이다. 도화원기는 어부가 길을 잃어서 물에 뜨는 북숭아 꽃잎을 보고 찾아갔더니 ‘도원’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도연명이 쓰길 길이 반듯하고 논밭과 연못이 모두 아름답고, 닭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한가로우며, 남녀가 모두 즐겁게 살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세상과 접촉을 끊고 산다고 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는데 입밖에 내지 말라고 했으나 나오면서 표식을 하고 나왔으나 다시 찾아 갔을 때 찾지 못했다는 도원을 꿈에서 보고 안견에게 다시 그려 달라고 한 그림
조선 전기에 성리학(주희, 주자)의 큰 영향을 받았다. 주자가 노닐던 곳이 무이산이다. 주자는 실상 중국에서는 많이 인정을 받지 못했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조선의 궁중 문화의 발전도 없었다. 검소하기를 요구하는 신하의 요구로 인하여 상당 부분 억압받았다. 그를 무시하고 행하던 군주는 연산군처럼 되었다.
당시의 금강산 유람은 쉬운 일이 아니었음, 누비 몇십명을 거느리고 상당기간 동안의 식량과 물을 짊어지고 가마타고 가는 대역사였음. 갑부가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 선비들이나 안동 김씨 같은 사람들의 로망. 단발령은 동물의 창자 같은 굽이진 길을 30리를 올라야 갈 수 있는 곳, 여기서 머리를 자르고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것은 유교 시절의 신체발부를 훼손할 정도로 절경이라는 극찬의 표현이 단발령이란 단어에 함축되어 있음
다시 책으로 넘어가서 책의 주요 내용을 보자면~
부제가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이다. 이 책은 크게 6부와 부록으로 나뉜다.
기본적인 산수의 이해, 여말 선초의 산수화, 조선 중기의 산수화, 17~18세기의 산수화, 19세기의 산수화, 민화 속 산수화에 대해서 다루고 마지막 부록에는 산수화의 기법과 화폭, 도판 목록 그리고 잊지 않고 찾아보기를 두어 향후 그림 제목을 보고 그림에 대해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단에 서서 후배들 가르치는 교수답게 강의와 책이 전체적으로 매끄럽다.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분답게 그림에 국한하지 않고 그림과 그림 속에 있는 글, 그리고 발문과 기타 글월들도 많이 인용하여 해설하고 있다.
그림 하나하나, 학풍 하나하나에 대한 조선시대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가 담긴 산수화에 대한 튼튼한 책을 만난 듯하여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참 뿌듯… 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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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고연희지음/돌베개] 눈앞의 풍경이 아닌 현실 너머의 세계 풍경을 담은 조선시대 산수화에 대하여 문학적 상상, 철학적 사유, 정치적 내면 등 그들의 현실에서 비롯한 그들의 내면의 이야기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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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강연 내내 앞자리에 앉아서 재미나게 강의를 듣고 저자의 서명을 받으러 갔더니 저자께서 나보고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재미나게 들어주고 집중된 자세로 경청해주고, 적절한 질문도(진경과 실경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했었다) 해서 고맙다고 하셨다….^^*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리뷰보기
작가 고연희 출판 돌베개 발매 2007.03.19
테마한국 문화사 현황 –
테마한국문화사 1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 (방병선 지음, 252쪽)
테마한국문화사 2 『조선 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신명호 지음, 304쪽)
테마한국문화사 3 『실학 정신으로 세운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 (김동욱 지음, 272쪽)
테마한국문화사 4 『고대 동아시아 문명 교류사의 빛, 무령왕릉』 (권오영, 320쪽)
테마한국문화사 5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김문식ㆍ신병주 지음, 296쪽)
테마한국문화사 6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고연희 지음, 384쪽)
테마한국문화사 7 『불화,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김정희, 432쪽)
테마한국문화사 8 『사군자, 매란국죽으로 피어난 선비의 마음』 (이선옥 지음, 336쪽)
테마한국문화사 9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이선옥 지음, 464쪽)
테마한국문화사 10『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김동욱 지음,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