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김수영편역/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08년 1월 21일 | 면수 23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8,500원

고운/해운 최치원(孤雲/海雲 崔致遠 857~?)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신라에서 태어나 오늘의 경주 최씨의 시조인 사람이다. 신라시대인 857년에 태어나 12살에 중국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빈공과에 합격할 정도로 당나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당시 당나라는 곳곳에서 농민의 반란이 잦았던 시기였는데 황소의 난에 그가 쓴 격문이 명문으로 뛰어났으며 그의 상사인 고변이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귀국을 결심 17년간의 당나라 생활을 마감한다. 그때 남긴 글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전하는 [계원필경]이다.

귀국 후 불안정하던 신라시대에 진성여왕에게 시무십조를 올렸다. 진성여왕 이후 효공왕 즉위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 가야산 해인사, 합천 매화산(가야산 맞은편에 있음)의 청량사 하동 쌍계사 등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또한 그는 유,불, 선의 3교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고려시대의 유학과 불교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고운/해운 선생은 다른 방향으로 다가왔다.

나의 고향은 두 곳… 부모님이 태어나시고 시골 집이 있는 거창… 내가 태어나고 수학하고 가장 오래 살았던 부산… "그 부산의 최고의 명승지인 해운대의 이름을 명명한 이가 최치원 선생이다…" 라고 외지에서 해운대를 찾거나 부산을 찾는 지인들에게 소개를 하곤 했다.(물론 해운대에는 그가 남긴 해운대라는 글도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께서 말년에 관직을 내려놓으시고 해인사와 청량사, 쌍계사 등을 찾아 은둔하실 때 해운대에 들러서 약 일주일 간을 머무시게 되어 그 이후로 해운대라고 명명하게 되었다."라고… 해설을 하곤 했었다. 그리곤 언젠가 해운 선생의 글을 한번 꼭 읽어보려고 했으나 한시를 직접 읽는다는 것은 나의 허접스러운 한시 해독 능력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 엄두를 못 내고 "언젠가 그의 글을 접할 인연이 되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물론 이 책을 구하고 바로 읽어 들어가지 않았다. 이 책은 돌베개에서 [우리 고전 100선] 시리즈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특선 시리즈로서 고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게(출판사 주장, 내가 봐도~^^*) 만든 책이고 사이즈 또한 한 손에 딱 들어오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거나 누군가를, 무엇을 기다릴 때 읽으려고 아껴둔(?) 책이다.

그러던 차에 간송미술관에서 [진경시대회화대전]이 열린다길레 "주말에 두 시간은 기본적으로 줄을 서야 하니… 그때 이 책과 함께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들고 간 책이다. 주말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주 중에 휴가를 하루 내고 간송미술관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네…"라면서… 예상했던 대로 간송미술관은 주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반의 기다림을 요구했다… 덕분에 고운 선생의 책은 봄 햇살 좋은 날 간송과 진경산수와 따뜻한 햇살과 함께 했다.

책으로 돌아가자….

역자는 책머리에 화두를 던진다. ‘현대인은 고대인(古代人)보다 훌륭할까?’라고… 그 화두를 던지는 이유를 천년 훨씬 이전의 인물인 최치원이라는 문학가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시와 문에 능했고, 유/불/선에 두루 통달한 신라 말기의 독보적 지성, 한국 문학사의 맨 앞자리에 있는 위대한 작가의 글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라고 쓰고 있다.

그의 시와 문을 ‘새벽에 홀로 깨어’, ‘비 오는 가을밤’, ‘은거를 꿈꾸며’로 부제를 정하였다. 지금 전하는 최치원의 시 가운데 절반 가량을 이 세 가지 제목으로 나누어 담았고, ‘밭 갈고 김매는 마음으로’에는 최치원의 산문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열 편을 추렸다. 책은 가능한 한 쉬운 말로 번역하였으며 하단부의 저자의 주석은 아주 상세하여 글과 배경을 쉽게 알 수 있어 아주 잔잔한 재미를 들려준다.

[토황소격문] 즉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은 그가 그의 상관인 고변을 대신하여 지은 글인데 그의 격문은 완벽한 격문으로 역적을 붙들어 놓고 호통을 치듯이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끔 휘갈겨 쓴 붓이 회오리를 몰아 황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도 남을 힘찬 글이다. 글 중에 일부를 따오자면…

햇빛이 활짝 났으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는가? 하늘 그물이 높이 쳐졌으니 흉악한 족속들은 반드시 제거될 것이다. 하물며 너는 말단 평민 출신으로 밭두둑 사이에서 일어나 불 지르고 겁탈하는 일을 좋은 일로 알고, 죽이고 해치는 일을 급한 일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이 큰 죄만 있고 속죄할 작은 선행조차 없으니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땅의 귀신들도 너를 죽이고자 의논하였을 터이다. 그러니 너는 비록 숨은 붙어 있으나 넋은 이미 빠졌을 것이다.

이 격문을 본 황소가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고 싶어 할~ 이 대목에 이르러 혼비백산하여 자기도 모르게 침상에서 떨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힘찬 필치와 설득력 있는 논거로 도저하게 주장을 전개함으로써 상대를 꾸짖는 동시에 회유를 하는 솜씨가 대단하다.(저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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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김수영편역/돌베개] 한국 천년의 시간을 앞서간 한국 문학사의 맨 앞자리에 내세울 수 있는 그의 글을 부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편하게 누구나 천천히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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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은 참 쉽게, 편하게 천천히 맛볼 수 있는 책들로 구성되어있다. 여행할 때 권한다.
2.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어머니] 행사에 참석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책
3. 간송미술관은 책 보기 좋은 봄, 가을에 열린다. 지루한 한 두 시간 기다림이 힘들었었는데 좋은 책과 함께 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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