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세계 경제가 어디에 와 있고, 왜 그리되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건가, 가야 하는가를 논하는 석학 인문 강좌 14번째의 책이며 부제는 [자본주의의 종말과 새로운 사회의 사이]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와 국외가 많이 연결되어 있고, 최근에 리먼 사태로 홍역을 겪고난 이후로 세계, 국내 경기가 위기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웬만한 초등학생도 자주 들어서 면역이 생길 정도의 위기라는 단어… 위기에 익숙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상황(아일랜드, 그리스, 저축은행 등등)에도 꿈쩍도 않는 내성들이 생겨서 다들 아직도 5천만 원 이상의 예금을 한 곳에 밀어 넣고,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며, 명품 백에 다이아 반지가 아니면 안 되고, 대형차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 보인다. 큰 비가 올 것으로 보이는 먹구름이 가득한데 우산과 비옷을 챙기기는커녕 비과세는 창고에 소금과 설탕을 야적해 둔 것과 다름 없는 안타까운…
무감각한 것인가, 무지한 것인가…
아무튼 직장에 목숨을 걸고, 식당 또는 개인 사업체 하나가 잘 되나 못되나에 따라 모든 식구들의 생활비와 학비가 걸려있는 Non – portfolio 인생을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계란을 나누어 담을 여유는 없더라도 내가 타고 있는 [한국 경제]라는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좀 가져야겠다… 싶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영어로 경제 위기(經濟危機)와 경제 공황(經濟恐慌)을 굳이 구분하자면 경제위기는 an economic crisis, 경제공황은 an economic panic 로 영어사전을 열어보면 나온다. 뭐 공황이 무서워 보여 위기라는 단어를 쓸 수 있으나 경제학에서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문학적인 어감으로 받아들일 때에는 위기는 위험한 상태이고, 공황은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번역이 될까….
저자는 지금을 공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2008년에 시작된 이번의 세계대공황은 1930~38년과 1974~1982년의 세계대공황 다음으로 일어난 세 번째 대공황이며,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대공황은 이론적으로는 경기 순환상의 공황 국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자본 축적 방식과 국내의 계급 관계 및 세계 질서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 김수행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런던대학교에서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신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퇴임 후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꼽히며 막스의 『자본론』을 최초 완역한 사람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러 가지 공황에 이르게 된 배경과 상황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그중 미국 경제의 위기를 자초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인 경제의 금융화에 대한 내용을 옮겨본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내내 한국 경제의 위기에 이르는 길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고민도 해보았다.(맨 마지막 줄에 미국을 한국으로 바꾸어 읽고 생각해보시라…)
새로운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분야에 투자하기보다는 주식과 화사채 및 국채를 매매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금융활동이 경제를 지배하게 된 것을 ‘경제의 금융화’라고 부릅니다. 이에 따라 산업 기업까지도 연구ㆍ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이윤을 도모하지 않고 대규모의 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임금수준의 삭감, 회계 부정 등을 통해 단기적인 이익을 올려 배당을 증가시키고 주식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산업 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것이 ‘주주자본주의’ –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본주의 -의 큰 폐해였습니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서민의 소득은 줄어들고 빈부 격차는 심화되어 건전한 자본주의적 발전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다가 2007년 8월부터 금융적 투기가 몰락하면서 미국 경제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경제의 금융화와 세력화한 금융자본은 국제기구들을 통해서 상품, 자본, 외환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통해서 1980년대 이래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자본의 세계화는 미국의 경우에 상반된 효과를 낳게 된다.
미국의 자본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여 수익을 올렸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을 값싼 외국(중국)에 열어 줌으로써 미국의 무역수지가 거대한 적자로 돌아서게 했고, 미국의 모든 생산 기반은 미국 노동자를 버리고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향이 생겨 미국의 제조업이 후퇴하고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런 사연들로 인해서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이점(일자리)에 대한 항의성 시위도 확대되어가는 추세로 보이는데 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가 실질적 산업 기반을 잃으면서, 소비자의 채무와 정부의 채무가 동시에 크게 증가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상당히 구조적인 면(금융자본 중심의 수익구조)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해결될(공황의 해결, 고용 확대, 산업자본 중심) 사안이 아닌 것 같아서 더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두어 차례 더 있었던 공황의 이유와 흐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있다. 뭐 이 부분은 여러 책과 여러 석학들이 과거와 현재에 논해 놓은 것과 비교하면서 읽어 주시면 되겠고~
80년대 이후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임금 상승을 통해 국내의 소비수요를 증대시켜 경제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의 자산 증가 효과에 의거하여 국내의 소비 수요를 증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완전 고용에는 관심이 없으며, 인플레이션의 억제에 매진하고, 또한 임금 상승의 억제로 이윤을 증가시킴으로써 주식가격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즉 투기적 차익 거래와 자산 가격 거품 만들기가 워싱턴의 규제 당국과 월가의 기본적인 방향이었고, 금융 거품을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은 어떤 분야에서 거품이 터지면(소멸 되면) 다른 분야에서 다른 거품을 만들어 내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금융기업들은 IT 산업의 거품 다음으로 주택 거품, 주택 거품 다음으로 에너지 가격 거품이나 신흥시장 거품 등으로 계속 거품을 만들면서 투기적인 차익을 챙기기만 했다는 것이 미국 금융시장의 큰 특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에 이런 일련의 공황과 공황을 바라보며 대처하는 미국과 여러 나라들의 취한 상황과 대응과 관련하여 한국 사회에 주는 교훈을 싣고 있다.
IMF로부터 출발하여 부실기업 정리, 상품시장,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개방, 금융제도가 은행 중심에서 증권시장 중심으로의 개편 그리고 다수의 금융기업과 상공업 기업의 파산, 합병 실업자와 빈곤층의 급증….
김대중 대통령은 IMF의 건의를 수용하였으며 벤처 기업의 육성으로 묻지 마 주식투자로 인해 쓴맛과 단맛을 동시에 보게 하였고, 신용카드를 남발하여 일명 카드 대란을 몰고 와 신불자의 양산과 카드사의 붕괴를 야기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고질적 부동산 투기가 나타났고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 중 2/3가 부동산 대출이며 고소득층일수록 부동산 대출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집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되었고, 2008년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이 서울 12.64(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12.64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뜻)로, 뉴욕 7.22, 샌프란시스코 9.09, 유엔 거주권위원회 권장사항 3~5의 2~4배에 도달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부동산에 대한 투기를 근절하여 상공업 기업과 금융기업 및 가계가 불로소득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서 생산적인 활동에 전념하는 것인데, 정부는 건설회사와 다주택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정반대의 정책을 계속 취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4 대 강에 30조를 쏟아 붓는 것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 서비스-출산, 보육, 교육, 의료 및 노인 요양 등-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며, 한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임금이 아니라 가계 부채가 유효 수요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됨은 이미 미국에서 증명되었다고 본다. 가계 부채의 상승과 낮은 저축률은 신규 차입 여력과 부채 상환 능력의 감소를 의미하므로, 어느 지점에 가면 가계 부채가 지지했던 거품은 붕괴하기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이 세계대공황이 왜, 어떻게 왔고를 알아봤으면 앞으로는 언제, 어떻게, 누가 종식할 것인가에 대한 강좌를 옮겨 놓은 책인데…그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루한 공황(나라가 주장하는 경제위기)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다시 말해 ‘감사하게도 일찍 마쳐줄 것인가 아니면 기나긴 터널의 시작인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
아무튼 나는 아주 먼 길을 간다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튼튼한 등산화 한 켤레, 큼직한 배낭 하나에 식량과 물 넉넉하게 보충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다 버리고 변칙의 지름길과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아찔한 절벽을 피하여 정도를 걸어야겠다…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한 삽 한 삽 떠 나간다.’라는 평소 내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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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공황 - 김수행지음/돌베개] 과거 공황의 원인과 극복을 설명하고 이번 대공황이 미국의 금융위기와 공황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미국 정책의 한계와 공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새로운 사회 건설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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