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선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편견들을 바로잡아 주었다. 조선은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회였고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한 사회임은 틀림없지만,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한 내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정도로 남자들만의 세상(?)은 아니었다. 이 책에는 조선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느 정도였고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 여성이 공적인 지위를 가지거나 사회 활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규방에서 바느질이나 하고 소리없이 늙어갔던 것은 아니다. 학문에 정진한 규방부인, 시인으로서 국외에까지 이름을 떨친 여류시인, 남편감을 스스로 선택한 당돌한 아가씨, 자기가 죽으면 절대 재가하지 말라며 남편을 호통친 부인 등 비범한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여성들이 비범하게 느껴지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여성들을 몰랐던 것. 이것은 자유한 시대에 우리가 너무나 범상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