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쉽게 이해 하기

글쓴이 김석진 | 작성일 2009.12.10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09년 8월 17일 | 면수 33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사마천의 <史記>는 너무 나도 유명한 중국의 역사서이다.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구성 되어 있는 기전체 형식의 역사서로 향후 기록되는 중국의 모든 역사서의 바이블 같은 존재이다. 특히 중국 역사계에서는 절대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불후의 저작이다. 더욱더 <사기>에 대한 평가는 바로 사마천과 직결 된다. 한무제 시대에 흉노족 정벌을 감행했던 자신의 절치한 친구인 이릉에 대한 처벌을 반대한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지만 궁형(남성 거세형)을 자초하여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한 <사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부터 <사기>라는 저서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볼 수 있다. 그 만큼 사마천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사명 의식이 높았기 때문에 후대에 훌륭한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된 것이다.

그동안 사기에 대한 번역서에서 부터 각종 해설서가 무던히 쏟아 나왔던 것 역시 사기가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필독 독서의 반열에 올라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저서들이 국내 학자들의 해설이었다면 이번 <사기 교양강의>는 중국학자의 사기 해설판으로 시각적인 차원에서 유심히 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가 중국 역사서나 기타 고전을 읽어보면 춘추필법의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히 과장된 서술들을 접하면서 다소 황당하면서도 중국인들 습성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번 책으로 통해서 보면 이러한 묘사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도 대충 알게 된다.

필자는 사마천의 사기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진시황, 이사, 항우, 유방, 여후, 한신, 장량, 주아부, 경제, 문제 을 다루면서 사기만의 특성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 해주고 있다. 사기는 제왕편이 본기와 제후편이 세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을 다룬 열전에 주로 인명과 사건을 위주로 서술되어 있지만 사기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이러한 본기,세가,열전에서 각 인물과 사건을 서술하면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게 역사서라는 것이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절로 고개가 갸우뚱하게 마련이지만 사마천은 이러한 필법을 통해서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타의 역사서와는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역사서의 금기인 사가의 개인감정 이입과 관련해서도 곳곳에 사마천의 개인적인 견해를 은근히 슬쩍 삽입하여 후대에 이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종의 대리 만족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개인적인 의견의 반영을 문학적인 표현을 빌려 역사적인 동시에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번 책에서 주목받는 이는 역시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연 진시황일 것이다. 흔히 분서갱유와 엄격한 법치로 인해 다소 폄하 받았던 인물이지만 현대적 해석으로 보게 되면 분서갱유는 상당히 과장된 논리였고 법가사상의 숭배 역시 이후 한나라에 그 이념을 승계함으로써 진시황제의 정치적 이념이 고스란히 역대 중국왕조에 면면히 이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서 유방보다는 항우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비록 한나라 고조이지만 제국 통일과정에서 보여준 유방의 비인격적(중국적인 입장에서)인 면모등을 가차없이 폄하하면서 항우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점과. 자신의 시대인 황제 무제와 그 아버지 경제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의식은 사가로서 높은 점수를 줄수있는 점이다.

특히 사기는 인물에 대한 비중이 높은 역사서이다. 이는 사마천이 생각하고 있는 지론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모든 역사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역사는 사람에 의해 사람이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사실 열전을 제외하고 본기,,세가,표,서의 경우에도 거의 인물중심의 사건을 다루고 있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을 사마천은 잊지 않고 기록해 놓고 있다. 아마도 사마천은 인간을 아는 것이 올바른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인물 개개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서술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기는 역사서이면서도 대중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불후의 고전을 남게 된 것인지 모른다.

대체적으로 진시황부터 한나라 무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촌평에서 사기의 색다른 맛을 보게 된 점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나 사족이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지도에서 만리장성의 위치가 한반도내로 표시된 점이 눈에 상당히 거슬린다. 이 역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이미 중국에선 당연시 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점을 그대로 출판한 것은 지금 중국의 역사 인식이 어느 정도 위험수위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독자들의 새로운 분발을 요함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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