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건 의자입니다
원제 | 一○五度(105도) |
---|---|
발행일 | 2019년 7월 22일 |
ISBN | 9788971999707 44830 |
면수 | 220쪽 |
판형 | 변형판 140x210, 반양장 |
가격 | 12,000원 |
“왜 하필이면 의자니? 책상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말이야.”
“글쎄요, 의자에는 사람의 온기가 있거든요…….”
3학년 A반의 ‘의자 소년’과 3학년 B반의 ‘바지 소녀’
좋아하는 ‘의자’ 하나로 뭉친 두 친구의 열혈 대회 도전기
중학교 3학년이 된 오키도 신의 가족은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이사한다. 전학 온 첫날, 좋아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의자라고 대답해 ‘의자 소년’으로 찍힌 신은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의자 디자인 뮤지엄』을 두고 슬랙스 차림의 짧은 머리 여자애와 얽힌다. 그 애는 ‘슬랙스 하야카와’ 혹은 ‘바지카와’로 불리며 교내에서 괴짜로 취급받는 하야카와 리리다. 서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의자를 좋아한다는 드문 공통점을 가진 둘은 곧 친구가 된다. 의자 장인이었던 할아버지를 보며 의자 디자이너의 꿈을 키운 신과 신의 말마따나 “모델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리리는 비밀리에 팀을 이루어 중학생 최초로 ‘전국 학생 의자 디자인 대회’에 도전하기로 한다.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극심한 반대, 처음 알게 된 냉혹한 업계 현실, 협업 과정에서 마주한 갈등과 난관. 두 사람은 휘청거릴 때마다 서로 기대며 그들의 첫 의자를 함께 만들어 간다.
십대들의 건강한 분투기를 빠른 호흡으로 담아내면서 흥미로운 ‘의자의 세계’도 한껏 들여다볼 수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한국어판 표지는 설계도면을 연상시키는 모눈의 바탕 위에 주인공 신이 좋아하는 의자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원색적인 요소들을 얹어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좋아하는 건 의자입니다』는 두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팍팍한 일상에 치여 취미도 꿈도 없고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곧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진로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다. 당장에 구체적인 직업을 점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신과 리리는 막연한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갈등이 있을 때는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고 미숙해서 생기는 실수들을 곱씹고 손보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간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기꺼이 뛰어든 경험들은 훗날 어떤 길에 들어서든지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 계속 움직이게 하는 저력이 된다.
작품을 쓴 사토 마도카는 작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제품디자이너로 활동해 왔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충분히 녹아 있다. 실제 현장에서 쓰는 전문 용어들이 자연스레 등장하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과 온갖 시행착오가 세세하게 묘사된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나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들이 풍성해,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은 물론 성인 독자도 새로운 세상을 알아 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작가는 일면 화려해 보이는 크리에이터의 고된 삶, 아무리 재능과 의지가 있어도 운이나 타이밍에 따라 참담하게 실패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일깨워 주기도 한다. 자신이 크리에이터로서 오랫동안 현장에 몸담아 왔기에 그 세계의 흥미롭고 매력적인 지점들만큼이나 어둡고 냉혹한 이면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소설의 원제인 ‘105도’는 적당히 기대앉을 수 있는 의자의 이상적인 각도라고 한다. 그런데 105도는 비단 의자 등받이의 각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선 모양을 형상화한 ‘사람 인人’ 자의 각도로, 바람직한 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초반부에 신은 왜 의자를 좋아하는지 묻는 선생님에게 “사람의 온기”가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당시에는 물론 의자에 앉아 온 혹은 앉게 될 사람들의 온기를 두고 한 말이다. 실제로 의자를 만들면서, 신은 의자 하나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한지 깨닫는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파트너 리리와 주변의 조력자들은 물론, 나무를 심고 베고 운반하고 가공하고 볼트와 나사를 만들고 부품을 조이고 천을 만들고 씌우는 모든 과정에서 온 사람의 온기가 의자에 담기는 것이다.신과 리리의 협업은 꿈을 구체화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 적절히 믿고 기대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의 역할을 존중하며 자기 안의 편견을 깨뜨리려 애쓴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그 자체가 사회적 인간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새 들어 내가 상당히 변한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벌벌 떨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 서로 의지하는 105도의 관계……. 수고와 즐거움을 함께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나와 리리만이 아니다. 이 의자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 기술을 가르쳐 준 세디아의 기술자들을 비롯해 목재를 판매한 사람과 가공한 사람, 통나무를 운반한 사람, 나무를 베어 쓰러뜨린 사람과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리고 볼트와 나사, 도료, 쿠션의 내장재와 거기 씌우는 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작업이 차례차례 이루어져 우리 손까지 넘어왔다. 만약 이 의자를 제품으로 출시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건축 같은 장대한 프로젝트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단순한 의자 하나에도 사회적인 관계가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계 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7
1 — 특이한 전학생 9
2 — 의자 소년 20
3 — 바지 소녀 34
4 — 여자에게 바지, 남자에게 스커트 42
5 — 전설의 모델러 53
6 — 극비 프로젝트, 시작! 68
7 — 아버지와의 전쟁 79
8 — 최강의 파트너 94
9 — 105도 106
10 — 반항심보다 호기심 123
11 — 스튜디오 데라다 131
12 — 그래도 아직은 144
13 — 튼튼한 사람의 약한 마음 155
14 — 의자라는 소우주 166
15 — 프리스타일 177
16 — 우리 의자 191
17 — 전국 학생 의자 디자인 대회 200
작가의 말 215
옮긴이의 말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