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핑퐁

베를린 장벽이 열린 날

마빌 지음 | 윤혜정 옮김

원제 KINDERLAND
발행일 2018년 5월 31일
ISBN 9788971998533 07850
면수 300쪽
판형 변형판 180x230, 반양장
가격 20,000원
한 줄 소개
세상은 그렇게 느닷없이 바뀌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주요 내용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넘어
새로운 평화를 기다리는 지금 우리에게 날아온
유쾌 상쾌하고도 강력한 서브! 

 

본문1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담소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종전을 약속했다. ‘평화냉면’이 된 평양냉면이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짤방’으로 친숙한 북쪽 정상의 한마디가 유행어로 등극했다. 이어 전 세계에 잠들 수 없는 밤을 선사한 북미회담 취소와 재개 선언,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대통령의 명언을 남긴 2차 남북 정상 회담까지. 시쳇말로 ‘이거 실화냐?’ 싶은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발 앞서 비슷한 혼돈을 겪은 동독 출신 만화가가 유쾌한 강서브를 보내왔다.

 

『어쨌거나 핑퐁』은 베를린 장벽이 느닷없이 열린 그해, 탁구에 푹 빠져 있던 동독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역사의 과도기에 인생의 과도기를 맞이한 소년들의 우정과 열정, 용기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만화다. 작가는 무너져 가는 동독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경험과 혼란한 사춘기의 감정들을 자신과 똑 닮은 주인공에 투영해 섬세하고 진솔하게 그려 냈다. 정치 이념적인 이야기는 저 뒤로 물린 명랑 만화인 듯해도 세밀하게 묘사한 장면들 안에 시대 상황에 대한 은유와 풍자를 절묘하게 녹여 놓았다. 왕성한 사춘기의 감정들이 음울한 동독 사회의 잿빛 분위기를 총천연색으로 물들인다.

 

1989년 동베를린, 사춘기 문 앞에 선 소심한 모범생 미르코 바츠케는 질 나쁜 고학년들에게 고자질쟁이로 찍혀 등굣길이 괴롭기만 하다. 예기치 못한 위기마다 미르코 앞에는 ‘서독 아빠’를 둔 삐딱한 전학생 토르스텐이 나타난다. 운동에는 젬병이지만 탁구만큼은 좋아하는 미르코와 매사 퉁명스럽지만 사실은 친구가 필요한 토르스텐은 핑퐁핑퐁 공을 주고받으며 더욱 친밀해진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고학년들과의 탁구 해프닝이 어쩌다 보니 교내 탁구 대회를 개최하는 문제로 커지고, 두 사람은 툭탁거리면서도 함께 시합을 준비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탁구 대회를 열기로 한 바로 그날, 세상이 발칵 뒤집혀 버린다.

본문3

같은 반 친구도, 절친의 아빠도 서쪽으로 사라져 버렸고, 우리 부모님도 ‘도망치려’ 한다. 아이들은 어느 날 아침 내 의지와 관계없이 발기한 아랫도리처럼 낯설고 당황스러운 변화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면서도 내심 흥미로운 신세계에 압도된다. 그 모순적이고 혼란한 감정을 애써 담담한 척, 무심한 척, 이른바 ‘쿨한 척’으로 넘기면서, 지금 가장 확실하고 소중한 친구(우정)와 탁구(열정)를 서부 영화의 주인공처럼 맹세로써 붙들어 보려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이렇게 미르코와 토르스텐이 툭탁툭탁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동독 사회가 모순과 혼돈을 딛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 마빌은 이 두 가지 성장담을 미묘하고 야단스럽지 않게, 동시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게 엮어 냈다. 그렇게 해서 『어쨌거나 핑퐁』은 개인의 성장에 방점을 찍든 사회 구조에 방점을 찍든 어떻게 읽더라도, 종잡을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감정, 어쩌면 성장통에 대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된다. 그 보편성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쾌한 웃음과 더불어 무릎을 칠 만한 시사점을 던져 주는 것이다.

 

표정이나 시선 하나에서도 각 인물의 특성이 오롯이 느껴지는 섬세하고 역동적인 그림, 마구 풀어헤친 것 같지만 기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빠지며 세밀하고 탄탄하게 엮인 이야기는 굳이 시사적인 의미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만화로서 좋은 모범이 될 만하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해 출간되었고, 2014년 에를랑겐 국제 만화 살롱에서 “진실성의 기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막스와 모리츠 상 ‘최고의 독일 만화’ 상을 받았다.

 


저자의 말

이 책이 다른 어느 곳보다 한국에 소개된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한국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보실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독일은 둘 다 ‘분단’이라는 아픔을 겪은 나라이니까요.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이 당시 동독과 서독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따라서 두 한국이 서로 더 멀어지긴 했지만, 지금 이 평화의 분위기가 지속되어 언젠가는 독일처럼 다시 하나가 되기를, 또한 통일이 평화롭게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본문2

 

추천사

 

1989년의 동베를린은 따스하고 궁색하며 자조적인 황동빛으로 물들어 있다. 세밀하게 그려진 그 군상의 풍경과 생활감은 우리가 어린 시절 언젠가 그곳에 잠시 살았던가 하는 기시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아스라이 부셔져 가는 낡은 거리와 동독 의무교육 시스템의 마지막 날들. 그 추억들이 찌질하고 궁상맞게 담긴 예쁜 컷들. 부럽다. 뭔 분단과 통일, 역사의 거대한 급류 어쩌고 하는 라벨을 붙이기 쑥스럽게 만드는 저 작은 이야기가 부럽다. ― 굽시니스트(만화가)

 

사실 좀 뻔한 만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정신없이 읽다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나는 깨달았다. 아아, 나도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 아이들은 고독하게 자라는구나. 성장은 괴로운 일이구나. 그래도 자라나게 되는구나. 이래서 책 제목이 ‘어쨌거나, 핑퐁’이구나, 하고. ― 김보통(만화가)

 

사실적이고, 매혹적이며, 섬세하게 관찰된 따뜻한 이야기. ― 『롤링스톤』

 

놀랄 만큼 잘 만든 작품. ― 『쥐트도이체 차이퉁』

 

감동적이고 위트가 넘치면서도 심오하다. 청소년기에 자기만의 길을 찾는 것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설레고 행복한지 알려 주는 이야기. ― 『타게스 슈피겔』

 

이야기꾼 마빌은 상상과 체험으로 엮은 이야기 속 모든 말과 그림을 믿게 만든다. 독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만화. ―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

 

감칠맛 나는 대화, 사실적인 정황, 생생한 그림, 그리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풍자, 마빌의 재능은 매혹적이다. ―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동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디 벨트』

 

 

현지 독자 서평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

“감동과 유머가 함께한 믿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많은 애정과 섬세함, 멋진 그림이 담긴 책.”

“경계를 허무는 그래픽 노블. 완벽한 작품.”

지은이·옮긴이

마빌 지음

1976년 옛 동독(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부터 만화를 그려 팬 잡지와 작품집 등을 자비 출판했다. 독일 통일 후 베를린 바이센제 미술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친구들과 만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재학 중에 자신의 분신인 안경 쓴 토끼가 나오는 『해변의 사파리』를 창작했고, 자전적 이야기 『우린 친구로 지낼 수 있어』로 졸업했다. 이후 『밴드』, 『슈퍼 토끼 앨범』, 『형광 램프』, 『액션 문제아』 등을 창작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에 번역 출판되었다. 『어쨌거나 핑퐁』(2014)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통일 직전 동독에서 보낸 사춘기의 경험과 감정들을 주인공에 투영해 세밀하고도 유쾌하게 그려 냈다. 2014년 에를랑겐 국제 만화 살롱에서 “진실성의 기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최고의 독일 만화로 선정되었다. 『타게스 슈피겔』에 기획 만화를 연재 중이며, 여행을 다니지 않으면 강연을 하거나 베를린 작업실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윤혜정 옮김

독일에서 독일어와 심리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독일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우리는 크리스탈 아이들』, 『마녀 할머니의 선물』, 『엘린과 숲의 비밀』, 『베이비스 인 블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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