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즐겁게 관람하는 법 – 역사의 비교

글쓴이 쪼어름 | 작성일 2019.2.14 | 목록
김대륜 지음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 면수 344쪽 | 판형 변형판 145x205 | 장정 반양장 | 가격 16,000원

역사의 비교
– 김대륜, 돌베개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문제는 우리가 매일매일 당면하는 문제는 아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삼시세끼 무엇을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처럼 당장 와 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아는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보통 역사를 공부할 때 통시적 방법과 공시적 방법을 따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비교론적 방법, 즉 주요 주제에 따른 비교 역사적 방법을 따르고 있다. 즉,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공간에 집착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시야에서 보되, 관점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흔하지 않아서 새롭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의 역사 또한 세계사적 관점에서 봐야 하며, 그래야만 현재의 유의미성을 더 깊이 고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외따로 떨어진 것으로 역사를 볼 때 우리가 편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에둘러 이야기한다. 마치 지구를 땅위에 서서 볼 때와 멀리 우주에서 볼 때 다른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젊은이들을 위한 비교역사학 입문서”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개념과 주제 중심의 비교 세계사”를 제안한다. “연대기 중심, 특정 지역 중심의 강좌가 당면하는 난점들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썼다.” “한 국가 또는 지역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대신, 역사의 내러티브가 마땅히 제기해야 할 유사성과 상이성, 변화와 지속, 상호 연관성의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그 세 가지 관점은 민주주의와 인권(정치적 측면), 세계화와 자본주의(경제적 측면), 제국과 민족주의(국제관계적 측면)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라는 말과 공화국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간과하며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를 이해하려면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야 하며, 세계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애초 성인 남성 시민들만 참여하는 정치 원리였다. 여성은 열등한 2등 시민으로 간주되었고,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는 상상은 어려웠다. 이후 민주주의는 혼란에 빠졌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저명한 철학자들도 민주정치에 의문을 품었다.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는 사라졌고, 18세기 대혁명과 산업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평등과 인권이 관심을 얻었고, 민주주의가 다시 대의 민주주의라는 형태로 살아났다. 미국에서 조차 민주정의 약점이었던 다수의 폭정을 걱정했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주와 연방의 구분, 입법·행정·사법부의 구분과 같은 방식으로 아주 정교하게 가다듬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립 이후 서양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운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제도는 있었지만, 인식은 부족했다. 1890년대 동학 농민 혁명처럼 아래로부터의 개혁 요구가 거세게 불어닥치고, 갑오개혁 운동도 벌어졌다. 하지만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고, 그저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험난한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1987년 민주화항쟁을 거치면서 제도적 인식적 민주주의가 틀을 잡기 시작했다.
세계화와 자본주의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본은 16세기 처음으로 상인이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돈을 의미했다. 18세기 말부터는 자신이 쓰고 남은 부를 생산에 투입해서 더 많은 부를 얻는 사람을 자본가라고 일컬었다. 근대적 상품 경제의 등장과 함께, 경제라는 독립된 영역이 있다는 생각이 나타났다. 경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치·종교적 권위가 아니라 경제적인 고려와 힘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재산권 행사에 대한 관념과 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일어났다. 서양의 기독교 전통에서는 개인의 이윤 추구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17세기 후반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의 이윤 추구가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생각이다. 1776년에 출간된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가 주장했다. 상업 자본은 식민지 개척과 함께 투자 자본으로 변화했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국부를 쌓는데 매진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도 식민지를 운영하는 데 참가했다. 산업혁명으로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과 증기선을 통해 무역 확산했고, 후발 주자들은 수입국 처지에 놓였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확연히 그 처지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세계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자본주의와 함께 빈곤이 심화되고 불평등이 강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한국 역시 세계화에 편입되었다. 지금 전세계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국가들의 관계는 평등한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제국에 대한 개념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지상권력을 추구하면서 국제 관계를 자국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 구조로 재편하는 국가라는 정의가 있다. 제국의 목적은 경제적 이익, 문명화에 대한 사명 등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제국인가 아니면 세계의 경찰인가? 민족주의가 추가되면서 인종적 차별 문제가 국민국가 형성과 겹쳐졌다. 이민자와 소수민족들에 대한 박해의 문제가 드러났다. 민족자결주의를 통해 식민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 이제는 순수 혈통과 자국민의 안위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의 전체적 맥락을 쉽게 풀었다. 전체를 조망하는 드론뷰(Drone’s eye view)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테마별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세계사 위치에서 한국이 갖는 맥락을 깊이 이해하긴 힘들다는 점은 한계로 생각된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여야 할 수동성이 느껴지고, 민중의 힘이 매몰되어 사라진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입문서가 갖는 한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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