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2 12:39
이 책의 부제는 ‘자동차 중독 문화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다.
제목 그대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유쾌하여, 또 이런 사회가 정착 된다면…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차를 소유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또한 많을 것이다. 대부분 기회나 능력만 되면 차를 소유하고자 한다.
나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고. 차만 생기면… 왠지 자유가 보장될 것 같고, 또 남들 앞에서 좀더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일까…이 책에서도 ‘노상 격분’이란 말로 지적했듯이, 옆에서 보아도 운전을 하게 되면 마음이 삭막해짐을 느낀다. 양보나 기다림의 너그러움은 사라지고 조급함과 무시,분노, 보행자에 대한 우월감…차가 막혀 도로에 갇혀 있을 때의 심정은 정말 더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자동차가 품어내는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어 자연 재해를 가져오고, 예민한 사람들의 건강 및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하지만 크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아동 사망 원인의 1위가 교통사고란 사실은 마음이 아픔을 넘어 나도 피해자 또는 가해자도 될수 있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건국이래 전쟁에서 죽은 사망자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읽으며 자동차야말로 대량살상무기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자동차 차고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것도 서구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는지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유명인사 뿐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자동차 사고로 잃은 사람이 적지않다는 사실도 자동차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되돌아보게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로또 복권을 사러갈때는 걸어서 가라. 대박을 터뜨릴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세 배나 높다”고 하였다니 웃지못할 일이다.
하지만 필요악이란 말로 넘길것인지 대안을 찾으며 몸과 마음이 또 지역 공동체가 건강하게 살 길을 찾아 볼 것인지…
이 책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대안으로 걷기와 자전거 및 대중교통의 이용, 대체 연료 자동차의 이용, 정보 통신의 활용, 사회적, 정치적 지원의 확보를 들고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면 정말 그동안 자동차 문화에 중독되었음을 그러나 그것을 벗어난 삶이 가능하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즐거웠다. 하지만 얼마전 읽었던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에서 자전거 통근의 유익을 말하던 저자가 오토바이에 치어 목숨을 잃을 뻔 했던 글을 읽으며 낭만적인 생각은 아직 이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 책에서는 보행자 권익을 위한, 또는 걷기에 좋은 환경을 위한 공동체들의 활동도 소개하였는데 그런 노력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쉽지는 않겠지만 자동차가 중심인 사회에서 사람이 중심인 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이 유쾌한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