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1 07:50
요즘 ‘실용서’들의 대세는 ‘부자’되는 지름길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1억이니 10억이니 하는 목표치를 정해놓고 자본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숱하게 등장한 상태며 시간까지 자본으로 환산해 부지런을 떨라고 종용하는 책들도 다수 등장했다.
이런 와중에 대세를 거스르며 ‘다른 길’을 이야기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독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자본 모으기에 열중하는 것이 무어 그리 중요한 것이냐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냐고 묻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부자 되는 법’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삶’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책이다.
독특한 책의 저자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또한 독특하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개발한 ‘유르트’라는 천막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에 매료되어 ‘유르트 디자인’을 고안해 전 세계에 유르트 디자인을 전파하고 다니는 저자는 대부분의 생활을 ‘자급자족’ 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말이 쉬워 자급자족 생활이지 현대인 중에 누가 과연 그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먹을 것을 직접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런 의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컴퓨터 과학 혁명이라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밤새 열려있는 편의점이 코앞에 있고, 고객이 필요한 무엇이든 항시 준비하고 있는 대형마트가 가득한 도시가 전 세계 곳곳에 즐비한 지금 무엇 때문에 그런 생활을 하겠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그 의문에 대해 저자는 뭐라고 이야기할까? 저자가 유르트 디자인을 전파하고 다니는 것도, <핸드메이드 라이프>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도, 실제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것도 오로지 한 가지 이유다. 바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현대인들 중에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자가 되라고 종용하는 세상, 슈퍼맨이 되라고 종용하는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젖 먹고 힘까지 내야 하는 현대인들이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저마다 “대체 ‘성공’이란 단어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남을 착취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을 거듭해 봐야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사회 전체의 성공을 돕는 정도에 따라 우리 각자의 개인적 성공이나 행복도 향상되는 셈이 된다. 오늘날의 겉만 번지르르하고 근시안적이고 파괴적인 ‘성공’ – 이는 문화적인 자살이다 -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핸드메이드 라이프 中>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현대인의 주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돈’으로 지배되는 시스템으로 전락한 21세기의 오늘날에 과연 현대인들은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격려’를 잊지 않는다.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부터 ‘주체적’으로 살아보라는 귀중한 격려를 남긴다. 당장 자급자족을 하거나 유르트 디자인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닐지라도 만족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개척과 탐험정신을 잊지 말라며 ‘도전’해볼 것을 권유하는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경쟁’의 시대에서 ‘함께 사는 것’을, ‘부자’ 되는 안내판들 속에서 홀로 ‘만족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각박한 도시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갑기만 하다.
「인생은, 누구나 스스로 값지다고 여기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대단한 보물찾기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돈, 명예, 승리와 같이 우리가 찾는 것들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면 그만큼의 투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혜, 건강, 기술처럼 우리가 찾는 보물이 무한히 샘솟을 수 있는 것이라면, 또는 사랑, 우정, 정의처럼 남들을 돕는 보물이라면, 이미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핸드메이드 라이프 中>